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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펀드 부활의 조건]‘벤치마크 부재’ 미술품시장 대표지수 필요하다④시장규모 부족 한계…지수구조·구성미술품·반영기준 등 논의 필요

이민호 기자공개 2021-04-16 13:03:43

[편집자주]

미술품 시장이 활황을 띠면서 아트펀드가 재조명받고 있다. 2006년 국내 첫 아트펀드가 출시된 이후 미술품 매매를 펀드 수익으로 연결시키려는 시도가 이어졌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전문가들은 아트펀드의 성공을 위해서는 미술품 전문 매니저 육성과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 등 요건이 만족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더벨이 과거 아트펀드의 실패요인을 분석하고 성공적인 성과 달성을 위한 개선점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4일 14:3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아트펀드 운용이 어려운 요인 중 하나로 벤치마크로 활용할 미술품시장 대표지수의 부재가 꼽힌다. 아트펀드 성과평가와 포트폴리오 구성을 위해 지수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하지만 거래가격 변화를 충분히 반영할 만큼 크지 않은 국내시장 규모와 크기, 재료, 주제에서 모호한 반영기준 등은 지수의 개발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내 미술품시장 가격지수 부재…소더비 2016년 지수 도입

운용업계는 아트펀드 설정과 운용을 주저하는 요인 중 하나로 벤치마크로 이용할 국내 미술품시장 가격흐름을 대표할 수 있는 지수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까지 설정된 대부분 실물 미술품 매매 전략의 펀드는 벤치마크 형태가 아닌 개별작가의 경매 낙찰가격 변화와 미술품시장 총량 변화 정도만 참고해왔다.

벤치마크는 펀드의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핵심지표다. 일반적으로 벤치마크 대비 초과 수익률로 펀드의 성과를 판단한다. 벤치마크는 포트폴리오 구성종목을 결정하고 자산별·종목별 비중을 조절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펀드의 성격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벤치마크를 선정해야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일반적인 주식형펀드나 채권형펀드의 경우 이미 벤치마크로 이용할 수 있는 지수가 잘 갖춰져 있다. 관련 펀드를 설정하려면 이용료를 납부하고 지수를 가져다 쓰면 된다. 상장지수펀드(ETF)가 활성화되면서 신규 지수 사업자들의 진입이 활발해졌고 특정 섹터를 대표하는 지수들도 시장에 빈번하게 소개되고 있다.

해외의 경우 복수 기관에서 미술품시장 가격지수를 내놓고 있으며 이중 글로벌 경매사 소더비(Sotheby’s)가 발표하는 메이 모지스 지수(Mei Moses Indices)가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2002년 미국 뉴욕대 지안핑 메이 교수와 마이클 모지스 교수에 의해 개발된 것을 2016년 소더비가 인수했다.

이 지수는 경매에서 2회 이상 거래된 미술품의 낙찰가격의 차이를 반영하는 반복매매모형을 이용한다. 반복매매모형은 S&P가 발표하는 미국 주택가격지수인 케이스 쉴러 지수(Case Shiller Indices) 등 실물자산 거래추이를 지수화할 때 보편적으로 활용된다. 이 방법론을 그대로 따른 메이 모지스 지수는 1810년부터 약 8만건의 반복매매에 따른 낙찰가격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시장규모 불충분·반영기준 모호…미술·금투업계 협력 필요

국내에서도 미술품시장 가격흐름을 지수화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일정 크기, 재료, 주제의 작품의 국내 경매 낙찰가격과 주요 아트페어 거래가격을 반영해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2012년부터 산출하고 있는 ‘KYS 미술품 가격지수’가 대표적이다. 이 지수는 작가별 호당 가격흐름과 전체 시장규모 변화 등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아트펀드의 벤치마크로 이용되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

지수 부재의 가장 큰 이유로는 지수화가 가능할 만큼 크지 않은 국내 미술품시장 규모가 꼽힌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0 미술시장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국내 화랑·경매사·아트페어 등을 모두 포함한 미술품시장 거래규모는 약 3만8000건 총 4147억원 규모로 글로벌 주요시장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특히 반복매매모형을 따르려면 하나의 미술품이 빈번하게 거래될 정도로 시장규모가 충분히 커야 한다. 2회 이상 거래가 이뤄지지 않거나 그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파악할 수 없다면 지수에 반영 자체가 불가능하다. 메이 모지스 지수는 방대한 경매 데이터를 반영하기에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시장규모가 작은 만큼 지수를 구성할 작품의 풀(pool)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국내에서 빈번하게 거래되고 고가에 매매되는 작품은 일부 블루칩 작가의 몇 안되는 작품에 불과하다. 2015년부터 이우환·김환기·박서보 등 단색화 작가의 작품만 치열한 입찰경쟁으로 비싸게 팔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들 소수 작품만으로 지수를 도출하면 국내 미술품시장 전체 가격흐름을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 작품에 가중치를 줄 수는 있지만 나머지 거래실적이 부진한 작품에 대해서는 어떤 재료나 주제 등을 기준으로 얼마만큼의 가중치를 부여할지의 문제가 생겨난다. 가격정보를 제공하는 미술업계와 지수구조를 짜는 금융투자업계의 협력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별 미술품 차별성 뚜렷…벤치마크 유효성 의문

시장흐름을 대표할 수 있는 지수를 만들더라도 펀드 벤치마크로는 이용하기 곤란한 미술품 자체의 속성적 한계를 지목하는 의견도 있다. 벤치마크 흐름에 따라 펀드를 운용하려면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벤치마크 구성자산이나 적어도 유사한 성격의 대체품을 구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지수가 벤치마크라면 펀드에 삼성전자 등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을 매수해 편입한다.

하지만 미술품의 경우 개별작품의 차별성이 다른 유형의 자산에 비해 크게 두드러진다. 지수에 반영된 김환기 작품의 가격이 크게 뛰었더라도 똑같은 작품을 펀드에 편입할 수 없다. 대체품 성격의 김환기의 다른 작품이나 다른 단색화 작가의 작품 또한 구하기 어렵고 일단 구하더라도 가격 상승률이 유사할 것으로 확신할 수 없다. 도출 방식이 비슷한 주택가격지수의 경우 특정 물건이 미술품처럼 희소성을 갖지만 같은 지역 주변 물건의 가격흐름 자체는 유사하게 변하기 때문에 대표성이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미술품시장을 대표할 수 있는 가격지수를 만들더라도 펀드 벤치마크로서 유효한지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지수를 구성하는 각 미술품의 차별성이 다른 어떤 유형의 자산보다 크기 때문에 거래성(tradability)을 확보하기 어려워 투자의 관점에서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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