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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 유진 매각, 저축은행 M&A '신호탄' 쐈다 수도권 거래 개시, 잠재 매물 '마중물' 기대

류정현 기자/ 이장준 기자공개 2021-04-16 11:46:57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5일 11: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업계 7위 규모를 자랑하는 유진저축은행이 인수·합병(M&A) 절차에 돌입했다. 대주주 유진그룹이 업황을 비우호적으로 전망해 KTB투자증권 측에 인수 의사를 먼저 물어보면서 매각 절차가 급물살을 탔다. 간만에 이뤄지는 이번 대형 저축은행의 매각을 계기로 향후 업계 M&A 활성화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TB투자증권은 유진에스비홀딩스가 갖고 있는 유진저축은행 GP 지분 30%를 732억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유진에스비홀딩스는 유진기업과 유진PE가 합작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이며 추후 추가 지분 인수도 예정돼 있다.

유진그룹은 유진저축은행을 인수한지 약 3년여만에 다시 매각에 나선 것이다. 유진저축은행의 모태는 2011년 부실저축은행으로 분류된 옛 대영저축은행이다. 옛 현대증권(KB증권)이 이를 인수해 사명을 현대저축은행으로 변경, 4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2016년 현대증권이 KB금융그룹에 인수되면서 현대저축은행도 KB금융지주 손자회사로 편입됐다. 하지만 이미 KB저축은행을 소유하고 있었기에 KB금융은 얼마 지나지 않아 현대저축은행을 다시 매물로 내놓았다. 이를 유진그룹이 인수를 하면서 지금의 사명이 된 것이다.

이번 딜은 유진그룹 측에서 먼저 의사를 타진했다. 유진기업이 레미콘 담합에 따른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2년에 한 번씩 진행되는 당국의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통과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제안을 받은 KTB투자증권은 인수 메리트가 충분하다고 판단해 이를 받아들였다.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KTB투자증권 쪽에서 먼저 계획을 세워 저축은행 매물을 찾아 나선 건 아니다”며 “제안이 들어와 검토를 해봤는데 인수해도 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언급했다.

이와 별개로 유진그룹은 최근 몇 년 새 저축은행 시장을 둘러싼 상황을 비우호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고금리 인하까지 확정되면서 수익성이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부업법·이자제한법 시행령 개정령안이 국무회의를 통과되면서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는 기존 24%에서 20%로 인하될 예정이다.

아울러 경영상 문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지속해서 제재를 받아 일종의 ‘아픈 손가락’이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유진저축은행은 지난해 1월 의심스러운 거래를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하지 않았고 그 해 8월에는 인가 받지 않은 장소를 업무에 사용하는 등 작년에만 두 차례 제재를 받았다.

재무 지표만 놓고 보면 상당히 우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진저축은행은 전체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자산 규모가 7위 정도에 해당하는 대형사다.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2조9842억원으로 1년 전 2조9110억원 대비 약 2.5% 증가했다.

자산 규모에 걸맞게 순이익도 견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누적 기준으로 유진저축은행의 순이익은 519억원이다. 2019년 같은 기간(477억원)과 비교했을 때 약 8.8% 증가한 수치다. 순이익만을 기준으로 나열했을 때 업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수준이다.

유진저축은행은 리테일금융에 특화된 곳이다. 최근에는 비중이 조금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전체 대출자산 가운데 절반 이상이 가계자금대출이다. 지난해 결산 기준으로 유진저축은행의 가계자금대출 총액은 1조3706억원으로 전체 영업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1.4%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자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집중해왔다. 그간 비중이 작았던 기업자금대출도 꾸준히 늘려왔다. 작년 말 기준 유진저축은행의 기업자금대출은 1조1049억원이다. 2019년 말에는 8917억원으로 1조원이 채 안 됐지만 1년 새 약 23% 늘었다. 전체 대출자산에서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37.31%에서 41.44%로 약 4.13%포인트 상승했다.

업계는 이번 딜을 계기로 저축은행 M&A에 물꼬가 틀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대형 저축은행 M&A에 대한 선례가 생기면 후발주자들이 이를 참고해 따라오기 쉬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더욱이 최고금리 인하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른 이후 저축은행들이 매물화할 조짐을 보인다는 전언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양극화된 가운데 최고금리 인하 이슈까지 겹쳐 잠재 매물이 상당히 많다"며 "특히 개인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저축은행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KTB투자증권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수익 저변 다각화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현재 KTB투자증권의 계열사는 자산운용, PE, 신용정보 등이며 주로 증권업을 위주로 포트폴리오가 형성돼있다.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수입원 다변화가 가능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도 안정성을 가져갈 수 있게 됐다”며 “기존 계열사와 협업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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