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Watch]'곳간 두둑' 예스티, 자사주 매각 노림수는美 브룩데일에 50만주, 74억원에 매각…타법인 투자·성장성 어필 분석
조영갑 기자공개 2021-04-20 08:29:56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6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장비 제조업체 '예스티'가 미국 유명 자산운용사에 자사주를 매각하면서 그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금성 자산, 이익잉여금이 비교적 두둑한 상황에서 최대주주의 지배력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자사주를 대량으로 매각했기 때문이다. SiC 전력반도체 부문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회사의 성장성을 어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예스티는 자사주 50만주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미국 자산운용사 브룩데일(Brookdale International Partners)에 매각했다. 거래 대금은 74억원으로, 주당 매각단가는 1만4707원이다. 현재 예스티 주가흐름(1만5000원 선) 대비 소폭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자사주 거래로 브룩데일은 예스티 지분 3.35% 가량을 확보해 장동복 회장(24.35%), 박윤배 외 특수관계인(7.23%)에 이어 주요 주주로 등극했다.
예스티는 지난해 말 기준 105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전년(68억원)과 비교해 40억원가량 늘어났다. 이익잉여금도 62억원 수준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유보율도 832.26%로 양호하다. 여기에 2018년 중국업체 캉더신옵트로닉스(KDX)와의 계약 해지 소송에서 승소해 미수금 135억원가량이 추가로 산입될 전망이다. 다시 말해 당장 자사주를 팔아 유동성을 보충해야 할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업계에선 예스티의 '자사주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예스티는 자사주를 매입한 뒤 주가흐름에 따라 매각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재무전략을 펼쳐왔다. 대표적으로 아이엠텍 지분 인수 건이다. 지난해 7월 반도체 부품사 아이엠텍의 구주를 인수하기 위해 예스티 자사주 30만주를 20억원에 아이엠텍 구주와 교환(스왑)했다. 이를 통해 예스티는 아이엠텍 지분 19.2%을 확보했다. 이어 예스티는 약 40억원을 들여 예스티 자사주 60만주를 재차 매입, 총 80만6291주(5.5%)의 자사주를 마련했다.
이번 50만주 블록딜 역시 유사한 패턴이다. 차익의 폭은 훨씬 크다. 주당 6618원 꼴로 매입한 자사주를 두 배가 넘는 가격에 블록데일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주당 8089원의 차익을 남겼다. 50만주로 따지면 40억원가량의 차익이다. 예스티는 자사주 매각으로 확보한 유동성을 활용해 타법인 출자지분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예스티가 타겟팅하고 있는 타법인은 정확히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SiC 전력반도체 관련 후속 투자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지난 2월 예스티의 전력반도체 생산 자회사 예스파워테크닉스(예스파워)가 SK(주)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예스티가 전력 반도체 사업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자사주 매각으로 확보한 유동성을 예스파워의 구주를 추가 인수하는 데 투입하거나 전력 반도체 사업 체인강화를 위한 관련 법인에 투자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장동복 예스티 회장은 SK(주)의 투자를 유치한 이후 본인의 보유 지분 일부(2만6666주)를 예스티에 30억원에 매각했다.
예스파워의 기업가치가 당시에 비해 크게 뛰었기 때문에 장 회장이 추가로 구주를 예스티에 매각해 현금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예스티가 예스파워의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지배력에도 문제가 없다. 예스티 관계자는 “(지분 인수의 대상을)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회사의 성장성을 시장에 어필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자사주를 인수한 브룩데일은 이른바 ‘가치투자’ 분야에서 명성이 높다. 저평가 시점에서 유망기업에 투자했다가 가치를 극대화한 뒤 엑시트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린다. 예스티가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전력반도체 사업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자사주를 인수했다는 사실이 예스티의 성장성을 시장에 어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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