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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M&A 열기]'돌아온 잠룡' 롯데쇼핑, '고립무원' 돌파구 모색③'쇠퇴일로' 전세 역전 카드 찾아, 수십조 추산 중고거래서도 기회 엿봐

전효점 기자공개 2021-04-23 07:28:02

[편집자주]

최근 이베이코리아 예비 입찰은 흥행 여부를 떠나 M&A(인수합병)에 대한 유통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올 들어 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하고 시장이 살아나면서 기업간 인수합병과 제휴, 협업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특히 M&A는 변화한 시장이 요구하는 새로운 자질을 가장 빠르게 갖출 수 있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M&A시장으로 몰려드는 유통가의 뜨거운 열기와 트렌드, 지향점에 대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2일 13:1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 롯데쇼핑 M&A(인수합병)의 역사는 흥미롭다. 롯데쇼핑은 최근 수 년간 인수합병 시장에서 거대한 몸집에 비해 그다지 존재감 있는 원매자는 아니었다. 티몬, 마켓컬리를 비롯한 이커머스 플레이어들이 거쳐간 가운데 인수합병 카드를 만지작거리기만 할 뿐 한 건도 딜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과거를 돌이켜보면 롯데쇼핑은 인수합병 시장에서 작은 손이 아니었다. 2000년대 초부터 약 10여년간 이어진 대형마트 성장기는 유통업계 인수합병 역사로보면 상당히 큰 장이 섰던 시기다. 롯데쇼핑도 2004년 한화마트 인수를 필두로 2012년 하이마트를 계열사에 편입하기까지 약 8년간 기간 동안 다섯 건의 인수합병에 무려 3조3000억원에 이르는 현금을 투입했다.

최근 들어 롯데쇼핑은 다시 한번 베팅을 고민하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을 기점으로 인수합병 시장에 '대목'이 돌아오자 이베이코리아, 더블유컨셉, 티몬 등 이커머스 대어들이 매물로 등장했다. 쿠팡과 네이버, 에스에스지닷컴 등과의 온라인 경쟁에서 '롯데온' 등 거금을 투입한 내부적인 시도가 잇따라 실패하면서 롯데쇼핑도 외부 피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눈을 뜬 잠룡, '전세 역전' 모색 나서

올해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제외하고 롯데쇼핑의 이름은 2012년 하이마트 인수 이후 국내 M&A 시장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적이 거의 없다. 지난해까지 세 차례에 걸쳐 티몬의 잠재적 원매자로 등장하기도 했지만 딜은 번번히 무산됐었기 때문이다.

대신 신사업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처음부터 자체적으로 시장을 개척해나가는 방식을 택했다. 또 사업에 과감한 후파장을 미칠 수 있는 대규모 인수보다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소규모 지분 투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여러가지 원인에서 비롯됐다. MBK파트너스가 2015년 홈플러스 인수한 이후에는 시장엔 이렇다할 만한 매물이 등장하지 않았다. 할인점이 규제에 가로막혀 쇠퇴 일로를 걷기 시작한 이후 신규 투자를 펼치기보단 다소 보수적인 스탠스로 돌아서 시장 지배자 지위를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 또 그룹 차원에서도 지주사 전환과 지배구조 개편, 오너가 형제간의 다툼, 경영 승계와 창업주의 별세 등 유통업 본업에 집중을 방해하는 내부적 이슈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최근에는 확연히 변화를 갈구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급격한 판도 변화와 후발주자들의 부상을 경험하면서 국내 최강자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뼈아프게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 신동빈 회장이 10여년 전부터 주창했던 '옴니채널'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각종 내부적 시도들이 '롯데온' 출범을 마지막으로 대부분 실패로 귀결되면서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 강희태 부회장으로서도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롯데쇼핑이 지난해부터 다시금 인수합병 시장을 힐끔힐끔 들여다보게 되는 결정적 원인이 됐다.

◇티몬 좌초 후 5조 이베이 '살까 말까'…중고거래 시장도 '곁눈질'

2019년 말 유통가를 데웠던 티몬 인수 협상은 롯데쇼핑의 깊은 고민을 드러내는 단편적인 사례가 됐다. 당시 티몬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매각가를 1조7000억원까지 높인 상황에서도 인수 의지가 있었던 강희태 부회장은 이듬해 코로나19로 본업 악화가 가속화되면서 지주 반대 등에 부딪혀 결국 딜을 포기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론칭한 자체 이커머스 통합 플랫폼 롯데온이 기대치에 훨씬 못미치는 성과를 내면서 롯데쇼핑은 다시 외부 인수로 눈을 돌리고 있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강 부회장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롯데 내 어떤 인물보다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강 부회장이 지주 내 비토(veto)포인트를 넘어 신동빈 회장의 재가까지 얻어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통합 작업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때 이커머스 시장을 제패할 수 있는 와일드카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롯데쇼핑의 인수 여력도 있다. 작년 말 기준 롯데쇼핑의 연결 기준 현금성 자산은 약 2조원에 이른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수백개 적자 점포를 정리하면서 현금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차입과 FI(재무적투자자)를 활용한다면 무리해서라도 6조원을 조달할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올인' 전략은 롯데쇼핑 전체를 침몰시킬 수도 있는 승자의 저주가 될 가능성도 높다.


이베이코리아 숏리스트가 확정된 가운데 롯데쇼핑은 최근 '중고나라'를 간접적으로 인수하는 깜짝 딜을 선보이기도 했다. 2003년 인터넷 카페로 출발해 2013년 법인화에 성공한 중고나라는 국내 중고거래 시장 1위 플랫폼이다. 2016년 웹에서 모바일로 발을 넓혀 현재 회원수 2300만명, 연간 거래액은 5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중고거래 시장은 말도 많고 탈이 많은 시장이다. 개인간 거래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중고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이른바 '업자' 비중이 더 높아졌다. 생활용품에서 수천만원짜리 명품까지 거래되지만 가품·정품 판별이 쉽지 않고 환불 및 AS와 같은 정상적인 서비스를 받기 힘들다는 문제로 분쟁도 많다. 이같은 이유로 롯데와 같은 유통 대기업의 입장에서 중고 거래 시장을 포섭하기란 쉽지 않다. 브랜드 이미지를 침식할 뿐더러 중고거래가 활성화될수록 신제품 소비를 저해하는 상충 효과가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유통업체들이 저마다 군침을 흘리며 넘보고 있는 것은 거래 규모가 연간 수십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롯데쇼핑은 중고 셀러를 자체 플랫폼에 입점시켜 거래액을 끌어온다면 막강한 반전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 100조원 가치를 인정받고 신세계그룹은 네이버와 동맹을 맺고 나서는 가운데 롯데쇼핑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롯데쇼핑은 앞으로도 인수합병 시장에서 기회를 모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중고나라는 직접 인수한 게 아니라 투자 형태로 지분을 취득한 것"이라며 "기존 플랫폼과 구체적인 시너지 효과를 계획하고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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