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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은행 철수]소매금융 매각에 PE 참여 가능할까SI 대상 사전 마케팅 미지근…딜 판도 변화 주시

노아름 기자공개 2021-04-23 14:34:23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2일 14: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씨티그룹이 13개국 소매금융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가운데 국내 자산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고 언급돼 온 금융지주 이외에 재무적투자자(FI)의 동향에도 시장이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 수면 위로 떠오른 가시적인 움직임은 미미하지만 인수전이 본격화되면 금융업에 관심을 보여온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의 행보가 딜 판도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내주 이사회를 열고 매각 혹은 사업축소 등 출구전략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국내 이외에도 각 국가에 흩어져있는 씨티그룹 소매금융 사업 매각이 연계돼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일정과 방식에 대한 의사결정에 시일이 지체되어온 것으로 파악된다.

씨티그룹이 소매금융 철수를 검토하는 국가는 중국, 대만, 러시아, 인도 등 총 13개국이다. 폴란드와 바레인 등을 제외하고는 10개 국가가 아시아권에 속해있다. 통매각을 염두에 둘 경우 잠재적 원매자로 거론되는 곳은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SC), 일본계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 등 글로벌 금융사다. 이외에도 싱가포르계 DBS, OCBC 등이 유력 원매자군으로 꼽힌다.

◇아시아·태평양 통매각-국가별 개별매각 중 선택할 듯

다만 씨티그룹은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각국 법인을 한데 묶어 통으로 매각할지 혹은 국가별로 새로운 원매자를 찾아 나설지 여부는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매각작업에 중국과 인도, 러시아 등 소매금융 부문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국가들이 포함되어있어 통매각도 매력적인 옵션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사업 철수작업을 빠르게 끝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 원매자군이 글로벌 금융사들로 크게 줄어드는 탓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도 동시에 나온다. 애초에 사업철수를 결정하면서 점진적 사업폐쇄까지 옵션으로 고려하긴 했지만 자산을 사겠다는 원매자들이 국가별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른바 ‘부수수입’인 매각대금 역시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씨티그룹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법인들을 통으로 묶어 매각할 경우 이를 한 번에 살 수 있는 금융사는 전세계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라며 “국가별 원매자들의 합종연횡이 가능할 수 있으나 시간이 오래 걸려 씨티그룹 입장에선 통매각을 유일한 옵션으로 삼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국내 업계를 중심으로는 한국 법인의 분리매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분위기다. 이미 국내에서 원매자군으로 언급된 일부 지방금융지주와 2금융권 금융그룹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 채비를 하는 것 역시 분리매각 움직임에 대한 사전 대비 차원이라는 평가다.

◇전통 은행업 부진에 금융지주 주저

이미 국내에선 DGB금융그룹과 OK금융그룹을 포함해 국내 금융지주사 수 곳이 원매자군으로 거론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국제결제은행(BIS) 자본비율 등 자본적정성 규제를 적용받는 상황에서 최대 수조원이 될 것으로 추산되는 거래대금을 감당할 원매자는 많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수도권과 1금융권으로의 진출을 모색하는 지방지주사와 2금융권 외엔 국내 4대 금융지주만이 전략적투자자(SI) 성격의 원매자다.

그렇다고 이들 지주사들이 가용현금을 마음대로 씨티은행 인수에 쓸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우리금융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BIS와 보통주자본비율(CET1) 등 자본적정성 비율에서 이미 만족스러운 수치를 내놓고 있지만 코로나19로 늘어나고 있는 부실채권의 비중을 고려하면 은행업 포트폴리오를 늘리기도 애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와 비대면채널의 확대로 전통적인 은행업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현실도 지주사들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괄목할만한 성과를 낸 반면 전통적인 은행업권의 수익률은 낮아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대부분의 금융지주사들은 당기순이익 중 비은행 부문의 기여도가 크게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PE 역할론 제기…DT·자본적정성 등으로 합종연횡 가능성

한편 이번 매각작업에 씨티카드가 포함되고, 씨티은행의 자산관리(WM) 영역이 강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인수전 흥행의 불씨는 남아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이 자금동원력을 앞세워 금융지주들의 부담을 덜고, 장기간 공동경영으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이끌어내 잔여지분을 매각하는 방안 역시 가능하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성공사례를 되짚어보면 점포수가 적은 씨티은행 한국법인의 단점도 오히려 역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씨티은행은 2017년 대대적으로 점포 통폐합 작업을 진행했다. 이후 지난해 기준 43곳의 영업점을 운영 중이다. 기존 전통적인 은행업권의 비대면 확대 작업의 걸림돌 중 하나가 영업점의 존재라는 일각의 지적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금융 관련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일부 PEF 운용사들 역시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론스타에 매각된 바 있는 외환은행의 사례가 있긴 하지만 국내 PEF가 은행의 지분 100%를 놓고 펼쳐지는 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실사만으로도 상당한 경험치를 쌓을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자문업계 관계자는 “매각금액이 1조원을 웃돌 정도로 빅딜로 꼽히지만 금융지주가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 SI를 대상으로 한 사전 마케팅에 힘을 빼지 않으려는 분위기”라며 “금융업종에 지속적 관심을 보여온 FI가 오히려 현실성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자문업계 관계자는 “앞서 씨티그룹이 오케이캐피탈(옛 씨티캐피탈)을 주가순자산비율(PBR) 0.3배 등 상당히 낮은 밸류에이션에 매각했던 전례를 감안하면 높은 매각가를 기대하며 원매자 진을 빼놓기 보다는 거래종결에 우선 방점을 둘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금융업종에 투자매력도가 존재한다고 판단하는 FI로서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인수를 검토해볼법한 대목”이라고 짚었다.

다만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을 고려하면 PEF가 단독으로 인수전에 뛰어들기보다는 대형 금융지주에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하는 등의 방안이 보다 현실성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PEF들의 인수전 참여가 현실화될 경우 씨티은행의 국내 매각작업은 예상 외의 흥행을 이뤄낼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PE업계 관계자는 “국내 금융업이 상당히 저평가 되어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에 여러 금융 매물과 관련한 시장판도 변화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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