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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법 리스크 재점화]대주주 심사 허점…이재용 부회장 '신의 한수' 됐다③'실형' 받으면 대주주 진입 불가, 승인 후 결격 사유 발생시 제한 없어

이은솔 기자공개 2021-05-11 07:30:17

[편집자주]

국회에서 올 들어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횡령·배임을 추가하고 적용 시점도 확대해 '사법리스크'를 폭넓게 보겠다는 게 핵심이다. 상속 절차에 돌입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상에 올랐다. 결국 삼성을 겨냥한 법안으로 여겨지지만, 다른 재벌기업 금융사에도 언제 시한폭탄으로 돌아올지 모른다.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지닌 의미와 금융사에 미칠 영향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07일 13: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 변경승인 심사를 거쳐야할까. 답은 '아니오'다. 2014년 삼성생명 지분 0.06%를 취득할 당시 최대주주였던 고 이건희 회장의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돼 이미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만약 그때 지분을 미리 취득하지 않고 지금 삼성생명의 대주주에 오르는 상황이었다면 이 부회장은 승인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금융사 대주주로 등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지분을 미리 취득한 게 '신의 한수'가 됐다.

최초 승인을 받은 이후 부적격 사유가 발생하면 대주주를 제한할 방법이 없어진다는 점은 현행 자격심사 제도의 허점이다. 현재 발의된 지배구조법 개정안에서는 이 부분을 보완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대주주 진입할 때는 '실형' 불가, 이후에는 규제 방법 없어

대주주 자격심사 제도는 최초로 대주주가 될 때 받는 ‘대주주 변경승인 제도’와 대주주가 된 이후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정기 적격성심사 제도’로 나뉜다. 변경승인 심사는 금융사의 대주주가 되려는 이의 자격을 심사하는 '진입규제'의 성격을, 정기 적격성심사는 이미 대주주인 사람의 자격을 점검하는 '유지규제'의 성격을 띤다.

변경승인 심사의 대상은 금융사의 최대주주가 되려는 자, 특수관계인인 주주 등이다. 변경승인시 대주주는 5년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위반사실이 없어야 한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대주주 적격성 심사 요건과 똑같다.

다만 변경승인 시에는 한 가지 조건이 더 붙는다. 지배구조법 5조1항, 금융사 임원의 자격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이다. 5년 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았거나 집행유예 기간 중인 사람은 금융사 임원이 될 수 없다. 금융사의 대주주가 되려는 사람은 반드시 금융관련법이 아니더라도 금고 이상의 법률 위반을 저지르면 안 된다는 의미다.

변경승인을 통과해 '주요주주'가 된 사람이 주식을 추가로 취득해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에는 변경승인을 새로 받지 않아도 된다. 변경승인의 대상은 법령에 '대주주가 되려는 자'라고 되어있기 때문에 '이미 대주주인 자'는 변경승인의 규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

이 경우 최초로 금융사 대주주에 진입할 당시에는 적격했는데 이후 실형을 선고받는 등 부적격 사유가 발생할 경우 부적격한 대주주를 제한할 방법이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를 다룬 논문에서 "주요주주로 진입 당시에는 적격이었으나 그 사이 결격사유가 발생한 경우 부적격 대주주를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경승인 후 실형 받은 이재용, 대주주 적격성 '이상 무'

이 부회장이 이 사례에 해당한다. 이 부회장은 2014년 삼성생명 지분 0.06%를 취득하며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으로 대주주 변경 승인 통과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자신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삼성자산운용을 삼성생명에 매각한 대금으로 생명과 화재 지분을 매입했다.

소수 지분 취득이지만 최대주주였던 이건희 회장의 특수관계인이기 때문에 대주주 변경 승인을 받았다. 당시 이 부회장은 실형이나 집행유예 중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리 없이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 부회장은 올해 초 뇌물공여, 특경가법상의 횡령, 범죄수익 은닉 등의 혐의로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금융사 대주주로 최초 승인을 받을 당시에는 법령 위반 사실이 없었지만, 이후 부적격 사유가 발생한 것이다.

이는 대주주 변경승인에서는 결격 사유지만, 금융관련법령 등이 아니기 때문에 적격성 심사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만약 이 부회장이 2014년 미리 지분 취득하지 않고 지금 상속을 받아 처음 대주주에 오르고자 했다면 대주주 변경승인이 불가했다. 미리 지분 취득을 해둔 게 '신의한수'가 된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2014년 삼성생명 지분 취득시 대주주 변경승인을 통과했기 때문에 다시 변경승인을 받을 필요는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며 "특수관계인 주주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만 변경승인을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지배구조법 개정안, 현행 대주주 적격성 제도 '허점 보완'

금융권과 학계에서도 이전부터 해당 부분을 제도의 '허점'으로 지적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현재 발의된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에도 이 점을 반영해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개정안에는 금융회사 대주주의 적격성 심사의 유지요건 중 법령위반과 관련된 부분을 변경심사 요건과 동일하게 하거나, 법령 위반사항에 특경가법 위반 횡령 배임 등 을 추가로 포함하는 방안을 1안과 2안으로 넣어뒀다.

대주주에 대해 진입규제는 금융사가 건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전적 장치로 적격성 심사와 변경심사의 요건을 굳이 다르게 규정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최소한 재벌 총수일가가 회사와 관련된 형사사건에서 주로 적용되는 횡령⋅배임 등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포함돼야 한다는 개정안을 발의한 이용우 의원실의 주장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변경심사에서는 모든 법률에 대해 위반이 있는 경우 문제가 되지만 주기적 적격성 심사에서는 일부 법률(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금융관련법)을 위반하는 경우에만 문제가 된다"며 "이런 허점을 메우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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