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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상속세 점검]상속재산 ‘감정시가’ 여전한 불신...해외에서 평가받나②국내 소수 인력 주관적 판단 '한계'…세무당국, 해외기관 재감정 의뢰 가능성

이민호 기자공개 2021-05-06 13:11:53

[편집자주]

‘이건희 컬렉션’이 삼성가(家) 상속과정에서 이슈화되면서 미술품 상속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알려진대로 국가와 지자체에 기증되는 작품 외 삼성문화재단 출연이나 유족 상속분이 여전히 남아 있어 미술품 상속 이슈는 현재 진행형이다. 더벨은 현재의 미술품 상속제도를 살펴보고 그 근간이 되는 시가감정의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03일 15: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건희 컬렉션’ 작품 중 일부를 유족이 상속받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상속재산가액 산출의 기준이 되는 감정시가의 적정성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내 미술품 감정평가 시장이 도제식으로 육성된 소수 인력의 주관적 평가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세무당국이 유족 상속분에 대해 별도의 재감정을 실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국내가 아닌 해외 감정평가기관의 자문을 구할 여지도 있다.

◇상속재산가액 산출기준 ‘감정시가’ 중요…민간 감정단체 자문 의존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은 이 회장 소유 미술품의 대부분인 2만3000여점을 국립기관과 지자체 미술관에 기증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를 제외한 일부 미술품은 공익법인 형태인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삼성미술관 리움(리움미술관) 및 호암미술관에 기증하거나 유족이 상속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족 상속분의 경우 감정시가가 중요하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60조에 따르면 상속세가 부과되는 재산가액은 시가를 따르기 때문이다. 미술품 상속분은 계열사 지분이나 부동산 등 다른 상속재산과 함께 별도의 공제 없이 상속세과세표준에 그대로 반영돼 세율이 매겨지기 때문에 시가의 5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49조는 시가로 인정할 수 있는 예시를 제시하고 있다. 평가기준일(상속개시일·사망일) 전후 6개월 이내 매매·감정·수용·경매·공매에서 확인되는 가액이다. 이건희 컬렉션은 이 회장이 오랜 기간 소유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별세 6개월 이전 매매나 경매를 통해 거래가 발생한 경우는 극히 드물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결국 감정가액이 재산가액이 된다.

현행 세법은 둘 이상의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이 평가한 감정가액의 평균액을 재산가액으로 정하고 있다. 여기서 감정기관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규칙 15조에 따라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감정평가업자, 즉 감정평가법인을 말한다.

하지만 국내 감정평가법인은 자체적으로 미술품을 감정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술품에 한해 민간 감정단체에 자문료를 지급하고 감정을 의뢰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이 회장 유족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통해 민간 감정단체인 한국화랑협회 미술품감정위원회,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에 감정을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이건희 컬렉션의 총감정가액이 2조~3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 알려지게 됐다.

◇국내 감정평가 신뢰성 의문 지속 제기…세무당국 해외 자문 의뢰 가능성

국내 미술품 감정평가에 대한 신뢰성 여부는 꾸준히 의문시돼왔다. 국내 미술품 감정평가사는 여전히 도제식으로 육성된다. 소수 감정평가사가 각자 주관적인 판단으로 평가한 이후 결론을 합의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애초 미술품은 감정평가가 어려운 자산으로 꼽힌다. 각 미술품이 고유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현재도 감정평가에 작가 경력·인지도, 작품 크기·주제·재료·시기, 소유·전시 이력, 작품성·완성도, 시장 수요 등 요소가 고려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 요소를 정량화하기 어려운데다 정량화 가능한 데이터라도 통합돼 관리되고 있지 않다.

현행 세법은 감정평가에서의 이런 허점을 보완하는 장치를 두고 있다. 둘 이상의 감정기관에서 평가를 받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소수 감정평가사가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국내 미술품 시장 특성상 이 장치는 의미가 크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또 다른 장치는 세무당국이 평가심의위원회를 열어 가액이 부적정하다고 인정되면 다른 감정기관에 재감정을 의뢰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물론 이건희 컬렉션의 경우 세무당국이 유족이 제출한 감정가액을 모두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세법이 정하고 있는 감정 절차와 형식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세무당국이 별도의 감정기관을 섭외해 유족이 제출한 감정가액과 비교해볼 여지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비교적 고가로 세부담이 높은데다 글로벌 비교시장이 형성돼있는 해외작가의 현대미술품에서 이런 가능성이 더 높게 점쳐진다. 이 경우 세무당국은 국내가 아닌 해외 감정평가법인에 자문을 구할 가능성이 있다.

미술업계 관계자는 “해외작가의 현대미술품조차 국내에서 감정을 받는 것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며 “현대미술품 일부를 유족이 상속받고자 한다면 세무당국은 상속분에 대해 해외기관에 재감정을 맡길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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