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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모니터/상생(S) 리포트]무늬만 ESG채권? 은행권 사용처 다각화 고민KCGS 등 평정기관 기준 변화 대응, 사후평가 등 대비

손현지 기자공개 2021-05-07 07:21:45

이 기사는 2021년 05월 06일 13:1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들 사이에서 ESG채권 붐이 일고 있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수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비교적 당장 손쉽게 실행할 수 있는 게 바로 ESG채권이기 때문이다. 정작 조달 실적만 다양해졌을뿐 아직까지 사후적 관리는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평이 많다.

다만 최근에는 은행들 다수가 조달한 자금을 어디에 사용할 지에 대한 고민도 심도 있게 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등 주요 평가기관이 자금의 사용처를 검증해 점수를 반영할 예정이란 점 등 평정 변화에 대비하고 있는 추세다.

◇은행 ESG채권 발행량 5조 넘어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은행들은 ESG채권 발행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신한·KB국민·하나·우리·농협·IBK기업은행은 1~4월 사이에만 총 5조1775억원의 ESG채권을 발행했다. 지난해 발행액(7조1050억원)의 절반 이상을 이미 넘어선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달러화 표시 지속가능채권 5억달러(약 5625억원)어치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달 중 4000억원대 녹색채권도 찍을 계획이다. 국민은행도 지난달 29일 외화 지속가능채권 5억달러(금리 1.406%)를 발행했다.

ESG채권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투자(SRI)를 이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행하는 특수목적 채권이다. 조달한 자금은 환경보호나 소상공인 지원 같은 ESG관련 활동을 위한 기업이나 기관 등을 지원하는데 활용한다.

채권 종류는 크게 지속가능채권(Sustainability Bond), 녹색채권(Green Bond), 사회채권(Social Bond) 등 세가지로 나뉜다. 녹색채권과 사회채권은 각각 '친환경 기업 대출과 프로젝트'와 중소기업 지원 등으로 용처를 한정짓고 있다. 이에 비해 지속가능채권은 사회인프라 구축 등 사회와 환경 문제를 두루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라 은행들이 더 자주 활용하는 자금 조달 수단이다.

은행들은 2018년을 기점으로 ESG채권을 적극 발행하는 분위기다. 과거에는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려면 예금 상품을 활용하는게 일반적이었다. 조달 이자를 대가로 예금을 유치하고 추가 금리를 붙여 돈이 필요한 기업과 개인에게 빌려주는 식이다.

그러나 최근 ESG채권이 새로운 자금 조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바로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ESG평가에서 ESG채권 발행 총액이 사회(S) 부문 평가 지표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을 제외하고 4대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의 ESG채권 트랙레코드가 모회사의 'S' 평가에 반영된다. IBK기업은행은 상장사라 자사 S평가에 반영된다.

KCGS관계자는 "은행들이 제공하는 펀드나 대출상품들이 얼마나 사회적책임을 다하고 있는지를 반영하는 항목이 있다"며 "실제로 자금이 발행 목적에 맞게 사회나 환경을 위해 쓰였는지 검증하는 등 사후평가도 주기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료=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발행 공시 취합

◇ESG채권 사용처 구체적 명시 중요, 사후 평가 필요성 제기

은행들도 어차피 자금을 조달할 거라면 ESG채권을 활용하는게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ESG채권은 금리 측면에서도 일반 금융채와 큰 차이가 없다. 보통 외화채권이거나 만기가 길면 금리가 올라가지만 녹색채권 같은 경우는 금융채에 비해 금리가 그다지 높지도 않다. 또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조달금리가 합리적인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일부 은행이 ESG 채권 발행과 관련한 중장기 계획을 내놓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은행들마다 1분기 실적발표를 위한 IR에서 ESG채권 목표치를 구체적으로 공표하기도 했다. 하나금융은 최근 10년간 25조원을 ESG 채권으로 조달하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일각에선 벌써부터 '무늬만' ESG채권이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ESG채권이 금리 혜택 등을 받은 뒤 조달한 자금을 해당 프로젝트에 사용하지 않는 그린워싱(green washing·위장 환경주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ESG채권이라고 특별한 게 없다"며 "기존에도 은행들은 ESG채권과 비슷한 목적으로 은행채를 조달해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에 활용해왔고 이름만 ESG를 갔다 붙여 특별해보일 뿐이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KCGS는 향후 활용처 등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삼아 조달 목적을 설정했는지를 주요 평가요소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활용처를 얼마나 참신하게 계획했는지 등 여부도 살펴보기로 했다. 저소득층이나 중소기업 지원 등 금융소외계층 지원 사업 등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부터 환경개선,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 활용 범위도 측정 기준이다.

같은 맥락에서 ESG채권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하는 것도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활용범위가 비교적 넓은 지속가능채권 뿐 아니라 사회채권이나 녹색채권 발행 등의 트랙레코드를 늘리는 게 투자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될 수 있다는 평가다. 다수 은행들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목적으로 한 사회채권 발행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일부 은행들은 ESG채권 운영 보고서를 별도로 발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민은행은 '지속가능금융공시'를 통해 ESG채권과 관련해 어떻게 운영을 할 계획인지부터 운영 체계 수립 현황, 실제 목적에 맞게 친환경 프로젝트 등에 쓰였는지 등을 공시하고 있다.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방향을 갖고 나아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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