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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법 리스크 재점화]껍데기에 가려진 알맹이 부칙…핵심은 '소급적용'②태광 이호진 판결 '나비효과', 형 확정시점 기준 대주주심사 변화

이은솔 기자공개 2021-05-10 13:00:00

[편집자주]

국회에서 올 들어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횡령·배임을 추가하고 적용 시점도 확대해 '사법리스크'를 폭넓게 보겠다는 게 핵심이다. 상속 절차에 돌입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상에 올랐다. 결국 삼성을 겨냥한 법안으로 여겨지지만, 다른 재벌기업 금융사에도 언제 시한폭탄으로 돌아올지 모른다.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지닌 의미와 금융사에 미칠 영향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07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사 지배구조법은 대주주 적격성 기준을 나름대로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실제로 당국에서 대주주에 부적격 판단을 내린 경우는 드물다. 법 제정이 비교적 최근 이뤄졌는데 이전에 발생한 횡령, 배임 등의 행위는 소급적용이 되지 않은 탓이 크다.

최근 발의된 지배구조법 개정안의 '부칙'에는 이를 뒤집는 조항이 들어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시 결격 사유가 되는 범죄를 '행위 시점'이 아닌 '형 확정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불러온 '나비효과'란 평이다.

◇과거 범죄여도 지금 판결 났다면 대주주 결격사유 '인정'

금융권이 올해 초 이용우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에 잔뜩 긴장하고 있는 건 사실 '부칙'에 담긴 내용들 때문이다. 법안 부칙에는 일반적으로 시행일과 적용례에 대한 사항을 기재한다.

말 그대로 법의 부수적 부분이지만 금융사 지배구조법에서는 시행일과 사용례가 매우 중요하다. 대주주 적격성의 결격 사항이 발생하는 '시점'을 언제로 보는지에 따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 수도 있고, 부적격하다는 판단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의 부칙 제2조는 '최대주주의 적격성 심사에 관한 적용례'다. 제32조제5항의 개정규정에 대해 '이 법 시행 이후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경우부터 적용한다'고 되어있다. 대주주 적격성 요건의 적용 기준을 '법 위반시점'이 아닌 '형 확정시점'으로 정의한다는 의미다.

금융위는 2년마다 금융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한다. 금융사의 최대주주 1인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조세범 처벌법 및 금융과 관련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법령을 위반하지 않아야 한다.

심사의 근거조항인 금융사 지배구조법은 2016년 8월 제정됐다. 지금까지는 소급입법금지 원칙에 따라 2016년 이전에 이뤄진 범죄 행위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법안이 개정되면 그 이전에 이뤄진 행위라도 법 개정이 이후 판결이 나올 경우 대주주 결격 사유로 인정된다.

◇이호진 재판 해석 논쟁에 기준 시점 법률 못박기 시도

단초가 된 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다. 2019년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의 조세포탈 행위에 대한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혐의 시점(2009년)이 지배구조법 시행 이전이므로 해당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 전 회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금융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기준을 '형 확정 시점'으로 해석할 수 있는 취지의 판결이다. 지배구조법 개정안 시행 후에 최종심 판결이 실형으로 확정될 경우 적격성 심사대상에 포함될 여지를 열어둔 해석이었다.

이에 금융위는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법제처는 2019년11월 대주주 적격성 유지 심사 기준은 ‘행위 시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배구조법의 기존 부칙은 소급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판단했다. 금융당국이 법제처를 빌려 대법원과 반대의 해석을 내놓은 셈이다.

이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이 점을 고려해 판결 기준을 '형 확정 시점'으로 못박았다. 기존 지배구조법의 부칙에서는 최대주주 자격심사 적용례를 두고 ‘법 시행 후 최초로 발생한 사유로 적격성 유지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부터 적용한다’고 기재돼 있다.

'최초 발생'이 행위 시점인지, 형 확정 시점인지를 두고 해석이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개정안은 이 부분을 '실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경우'로 명확히 하겠다는 의도다.

이렇게 되면 공정거래법이나 금융관련법령으로 1년 이상의 실형을 받았던 기업 총수들은 금융사 대주주에 적격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개정안에는 특정 경제 범죄에 관한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 부적격 사유에 포함된다. 배임이나 횡령 전력이 있거나 재판 중인 기업인들이 개정안에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회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와 법제처 해석이 부딪히면 대법원 판례가 우선함에도 금융당국이 혼선을 막기 위해 유권해석을 무리하게 진행했다고 판단했다"며 "앞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인 만큼 법안에 기준 시점을 명확히 하는 방안으로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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