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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퇴선언' 홍원식 회장, 남양유업 '가족 이사회' 운명은 오너일가 등기임원 유지 변수, '보직 해임' 장남 여전히 활동 중

전효점 기자공개 2021-05-06 07:40:52

이 기사는 2021년 05월 04일 14: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불가리스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동시에 경영권 역시 승계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지배구조가 어떤 방향으로 개편될지 관심이 쏠린다. 남양유업 이사회는 현재 홍 회장과 장남 홍진석 상무, 모친 지송죽 여사 등이 사내이사 등기임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홍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양유업 경영의 중심이 되는 이사회는 작년 연말 기준 4인의 사내이사와 2인의 사외이사 등 총 6명으로 이뤄져있다. 이가운데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었던 이광범 전 대표는 최근 불가리스 사태가 촉발한 불길이 경찰 고발과 영업 정지 등으로 번지자 사임 의사를 밝혔다. 소수 사외이사가 영향력을 낼 수 없는 구조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사내이사 3석을 독점한 오너일가가 이사회를 주도하는 족벌경영 구조다.


지배구조 향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홍 회장이 언급한 '경영권'이라는 표현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현행 이사회 멤버가 유지되거나 완전히 물갈이 될 수 있다.

우선 홍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이사회 보직을 완전히 포기할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회장직을 내려놓지만 이사회 등기임원 자리는 얼마든지 유지할 수 있다. 홍 회장이 올해 3월 연임을 시작한 만큼 사내이사로서 남은 임기를 채울 수 있다. 또 사내이사에서는 물러나지만 기타비상무이사나 사외이사 등으로 다시 이사회에 기용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모친 지송죽 씨의 경우도 비상근 상임이사로서 뚜렷한 사내 역할이 없지만 무려 9연임을 거치며 등기임원으로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다.

유통업계 선례를 봐도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이 오너 경영인의 완전한 용퇴로 이어진 사례는 드물다.

풀무원의 경우 2018년 1월 창업주인 남승우 고문(당시 회장)이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밝히고 총괄CEO 자리를 내려놨다. '고문'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당해 3월 사내이사가 아닌 기타비상무이사로서 이사회에서 새 임기를 시작한다. 이사회 의장직도 유지했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직후에도 '대표'나 '회장'과 같은 공식적인 직무만 없을 뿐, 여전히 경영 과정 전반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남양유업 3세들의 향후 포지션 역시 안갯 속이다. 홍진석 상무는 회삿돈 유용 등의 이유로 지난달 보직해임 됐지만 퇴사를 한 것은 아니다. 이사회 등기임원으로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차남 홍범석 본부장 역시 마찬가지로 회사에 다니고 있다.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홍 회장의 선언은 두 아들에게 회장직을 물려주지는 않겠다는 뜻인지 경영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의미인지 범위가 모호하다. 이사회 등기임원으로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마찬가지로 없지는 않은 셈이다.

지분 승계는 경영 불참 선언과 별도로 진행될 예정이다. 홍 회장이 단독으로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1.7%이 장차남에게 오롯이 승계되면 3세들은 가시적인 경영권 없이도 최대주주로서 회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남양유업 오너 일가가 커다란 결단을 내린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날 홍 회장의 선언이 앞으로 가족 이사회 체제의 완전한 종식으로 이어질 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회장님이 말씀하신 것 이상으로 구체적인 것은 알지 못한다"며 "모든 것은 오너가의 결단에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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