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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I채권 복수인증을 향한 기대와 우려 [thebell note]

이지혜 기자공개 2021-05-07 13:03:36

이 기사는 2021년 05월 07일 07:4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RI채권(사회책임투자채권, ESG채권) 인증 시장에 새 바람이 분다. ‘복수인증’이 그것이다. 현대오일뱅크를 시작으로 현대건설기계, 효성중공업, ㈜한화까지 SRI채권을 발행하며 2곳의 외부기관에서 사전 인증평가를 받았다.

투자자 반응은 좋다. 발행사 관계자는 “SRI채권에 대한 규제가 없기에 복수인증을 받았다 하니 투자자 반응이 긍정적이었다”며 “투자자들이 인증평가 보고서를 상당히 꼼꼼하게 읽는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녹색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이 엉뚱한 곳에 쓰이는 그린워싱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견제수단은 없다. 법적으로 녹색 적격 프로젝트를 정의한 기준도, 관리 체계도, 사후적 처벌 기준도 미비하다.

인증기관의 판단에 무게가 실리지만 이들을 견제할 수단 또한 없다. 그렇기에 SRI채권의 복수인증은 투자자에게 투명성을 제고하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인증기관들이 각자 다른 시선으로 SRI채권을 바라보면 조금이나마 리스크가 줄어들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가격경쟁에도 불이 붙은 것 같다. 2018년 원화 SRI채권 시장이 개화할 때만 해도 3000만~4000만원 정도였던 인증수수료가 1500만원으로, 최근 1000만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복수인증을 받은 사례에서 이런 흐름이 나타났다.

물론 가격경쟁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 그러나 회계법인과 신용평가사 등 SRI채권 인증시장이 4파전 구도를 갖춘 지 불과 반 년도 되기 전에 수수료 인하 경쟁을 펼치는 것은 다소 이를 수 있다. 아직 SRI채권에 대한 발행사와 투자자의 인지도가 낮은 가운데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리기도 벅찬 시점이기 때문이다.

인증기관 관계자는 “SRI채권 인증사업 수수료가 손익분기점에 미치지 못해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기가 힘겹다”고 말했다. SRI채권의 사후관리 전략을 다소 느슨하게 바꾼 기관도 나왔다.

더욱이 환경부가 내년부터 녹색채권 인증비용을 지원해주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이 정책이 시행되면 SRI채권 인증수수료가 고착화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서비스의 품질과 시장가격이 균형을 이룬 상황이라면 다행이다. 그러나 정책이 시행된 뒤 인증수수료를 높이려고 한다면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을 피해가기 어려워진다.

‘고육지책(苦肉之策)’, 자신의 몸을 괴롭히는 것까지 마다치 않는 계책을 뜻한다. 흔히 가격 인하 경쟁을 비유하는 말로도 쓰인다. 효과는 좋다. 그러나 대가도 혹독하다. 경쟁자를 이겨도 문제다. 낮은 가격으로 서비스의 품질을 유지하기 쉽지 않고 훗날 가격을 다시 올려 받기도 힘들다. 그래서 가격경쟁은 최후의 수단으로 쓰이곤 한다.

SRI채권 인증시장은 이제야 형성기에 접어들었다. 향후 어떤 서비스 경쟁이 펼쳐질지, 가격보다 시장 투명성 제고 측면에서 주목받는 분야다. 가격경쟁이 제값찾기라는 기대보다 ‘제 살 깎아먹기’가 아니냐는 우려를 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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