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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한국타어어앤테크, 사업 다각화보다 안정적 재무구조?'한온시스템 지분 인수 주역' 박종호 사장, 매각가 10조 부담된 듯

박상희 기자공개 2021-05-13 10:06:12

이 기사는 2021년 05월 11일 16: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2015년 1조1000억원을 주고 한온시스템 지분을 매입한 목적은 사업 다각화였다. 최근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사업 다각화의 꿈도 멀어졌다.

재무적 측면에서 보면 대규모 자금 조달로 인한 재무구조 약화 리스크를 던 셈이다. 한국타이어는 자체 영업현금창출능력으로 시설투자 등을 충당하는 등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맡고 있는 박종호 사장(경영지원총괄)은 2015년 한온시스템 지분을 인수할 때도, 이를 한국앤컴퍼니와 동반매도하는 의사결정을 할 때도 방향타를 제시한 핵심 경영진이다.

한국타이어 매출에서 타이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 6조4530억원 가운데 타이어와 관련된 매출액은 6조4157억원으로, 99.4%를 차지했다. 이외에 자동차 부품관련 부문에 속하는 배터리 튜브 등의 매출액은 195억원으로 비중은 0.3%에 그쳤다.

타이어 사업 외길만 걸은 한국타이어는 2015년 모험을 결심한다. 2015년 한앤컴퍼니와 함께 한온시스템을 인수하면서 한앤컴퍼니(50.05%)에 이은 2대 주주(19.49%)가 됐다. 당시 지분 취득 목적은 사업다각화였다.

취득 금액은 1조1000억원에 달했다. 이로 인해 한국타이어의 재무안정성은 과거 대비 다소 저하됐다. 일시적으로 차입금 규모가 2015년 2조1402억원까지 증가했다. 연결기준 부채비율 84.7%, 순차입금의존도 22.5%를 기록했다. 재무 지표가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았지만 보수적인 재무 기조를 생각하면 위험 신호가 켜진 셈이었다.

현재 한국타이어 재무지표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1분기 말 기준 차입금은 1조8142억원인데, 순차입금 마이너스(-)983억원이다. 순차입금비율이 순현금 상태다. 부채비율은 46%에 그친다. 같은 기간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조747억원이다. 단기금융상품(3169억원)까지 포함하면 동원가능한 현금곳간 규모는 1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한국타이어는 1분기 실적 IR에서 미국 테네시 공장 2단계 증설에 들어가는 1000억원을 포함한 정책투자 3000억원, 일반투자 3000억원 등 총 6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3000억원 규모의 영업현금흐름과 보유 현금만으로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시 재무 안정성이 흔들리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일까. 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 매각주관사인 모건스탠리 등에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동반매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 인수 당시 우선매수권을 부여 받았다. 반대로 한앤컴퍼니는 한온시스템을 팔 때 한국타이어가 보유한 지분도 함께 매도할 권리를 받았다. 때문에 만약 한국타이어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한다면 한앤컴퍼니가 일괄 매각할 수 있다. 한국타이어의 한온시스템 우선매수권 기한은 오는 6월 소멸된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한온시스템 관련 우선매수권 및 동반매도권 행사는 검토 중"이라며 "우선매수권 기한은 6월까지이지만 양사가 합의할 경우 7~8월까지 연장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온시스템의 매각금액은 10조원 이상으로 시장에서 언급되고 있다. 한온시스템 지분 1조1000억원을 취득할 때도 재무안정성이 흔들렸던 한국타이어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금액이다. 레버리지를 일으켜 무리하게 한온시스템을 인수하기보다는 동반 매각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고 이를 통해 또다른 인수합병(M&A)이나 투자에 쓰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한국타이어의 이같은 결정에는 곳간지기인 박 사장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 박 사장은 한국타이어가 한앤컴퍼니와 함께 한온시스템을 인수합병 한 이후부터 2018년까지 기획담당본부장을 맡았던 전력도 있다.

한온시스템에 대한 애정이 크겠지만 M&A가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는 리스크를 피해가는 의사결정을 내렸다. 경제 관료 출신인 박 사장은 보수적인 한국타이어의 재무 기조와 궁합이 잘 맞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사장은 1964년생으로, 배재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30회를 통해 공무원이 되어 국세청과 재정경제부 세제실을 거친 관료 출신이다.

서울 본사 시절 총무과장, 소득세 과장 등으로 약 7년간 근무하다 미국 유학으로 조지워싱턴대 대학원에서 회계학 석사를 마쳤다. 미국공인회계사 자격을 취득한 정통 엘리트 재무인사로 통한다. 1994년 재정경제부 세제실에서 근무했고, 1999년 LG전자 금융기획팀장으로 특채되어 2001년에는 최연소 임원으로 승진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어 박 사장은 2011년 8월에 한국타이어에 재무회계 담당 전무로 전격 영입돼 당시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15년 한국타이가 2대 주주로 있던 한온시스템 경영기획본부장으로 중책을 맡아오다 2018년 한국타이어 재경본부장으로 복귀한 이후 현재까지 재무라인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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