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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은 왜 전기차 배터리에 관심이 없을까 계열 화학사 불구 관심 無, 김동관 사장 주력 태양광·수소 등 에너지 집중

박상희 기자공개 2021-05-18 11:00:42

이 기사는 2021년 05월 14일 15: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기차용 배터리 산업이 '제2의 반도체'라는 별명에 걸맞는 위용을 본격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국내 재계 1~4위 그룹의 총수들이 전기차 배터리 회동을 잇따라 연 것이 상징적인 사건으로 회자됐다. 10위권 대기업 집단 중에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나 관련 소재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특히 화학업종은 배터리 사업과 연관성이 높아 석유화학 계열사를 둔 그룹은 대부분 배터리 밸류체인 사업에 발을 담그고 있다. 단 한화그룹만은 예외다. 한화토탈,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한화종합화학 등 화학 삼총사가 있지만 전기차 배터리 사업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이유가 뭘까.

◇이차전지 배터리 밸류체인에 뛰어든 화학사

삼성(삼성SDI)·SK(SK이노베이션)·LG(LG화학·LG에너지솔루션)그룹은 전기차 배터리 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공정위 기준 국내 대기업집단 1·3·4위가 모두 배터리 셀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이들 기업은 빠른 경우 1990년대 후반부터 이차전지 사업의 성장성에 베팅했다. LG화학과 삼성SDI가 2000년대를 전후로, SK이노베이션이 2000년 중후반에 해당 사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베팅했다.

이들 기업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는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그룹도 배터리 사업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에는 배터리 내재화 목표도 밝혔다. 국내 재계 1~4위 그룹이 모두 미래 친환경 모빌리티 분야에서 경쟁하면서 동시에 협력하는 모양새다.

재계 순위 5위부터는 배터리 소재 사업을 본격화 하는 모양새다. 재계 5위 롯데그룹은 지난해 두산솔루스(현 솔루스첨단소재)를 품은 스카이레이크에 투자하며 배터리 소재사업 강화에 나섰다. 롯데정밀화학은 두산솔루스 인수를 위해 스카이레이크 측이 설립하는 펀드(PEF)에 기관투자자(LP)로 참여해 2900억원을 출자했다.

두산솔루스는 전기차용 배터리 핵심소재인 동박 사업을 하는 회사로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제조사에 동박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시장에선 스카이레이크가 엑시트에 나설 시 롯데그룹이 우선 매수권 등의 옵션을 활용해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롯데그룹은 그간 롯데케미칼, 롯데알미늄을 중심으로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업에 공을 들였다. 롯데알미늄은 헝가리에 1100억원 규모의 2차전지 양극재 생산 공장을 짓고 있으며 롯데케미칼은 히타치 케미칼을 인수한 일본 쇼와덴코 지분 4.69%를 매입했다. 히타치 케미칼은 배터리 음극재 기술을 보유 기업이다.
*10대 그룹 배터리 밸류체인 사업 현황

◇화학 계열사, 배터리 밸류체인 사업에서 타업종 대비 '비교우위'

6위 포스코그룹은 포스코케미칼이 이차전지 소재를 대표하는 계열사로 성장했다. 포스코케미칼은 국내 기업 가운데 양극재와 음극재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다.

포스코케미칼은 2030년까지 양극재 40만톤, 음극재 26만톤의 생산 체제를 구축하여 에너지소재 분야에서 23조원의 매출과 글로벌 시장 점유율 2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최근 조 단위 유상증자를 단행했는데 모기업인 포스코도 주주배정 증자에 적극 참여하며 힘을 실어줬다.

8위 GS그룹은 아직 이차전지 사업을 본격화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이차전지 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점쳐진다. 허태수 GS 회장이 최근 이차전지 관련 업체 코스모신소재 충주 공장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같은 관측에 더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코스모신소재는 이차전지의 핵심인 양극재를 생산한다. 허 회장은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등 그룹 주요 인사들과 현장을 시찰한 것으로 전해진다.

코스모그룹은 GS그룹과 인연이 깊다.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은 LG그룹 공동 창업주이자 GS 창업주인 고(故) 허만정 회장의 손자다. 허창수 GS건설 회장과는 사촌 관계다. 재계는 자금력이 풍부한 GS그룹이 코스모신소재를 인수하거나 최소한 조인트벤처나 지분투자 형태로 코스모신소재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화학 계열사를 두고 있는 그룹은 여지없이 이차전지 밸류체인 사업을 이미 영위하고 있거나 본격적으로 진출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차전지는 전기를 화학 에너지로 저장하고, 필요 시 전기로 재방출하는 장치이기 때문에 화학업과 관련성이 크다. 업계에선 이같은 현상을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화학업종은 전기차 배터리나 소재사업과 산업적 연관성이 높고 다른 업종보다 비교우위도 두드러진다"면서 "글로벌 화학사들도 최근 배터리 소재사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 10년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태양광만 서바이벌

이같은 재계 흐름에 동참하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재계 7위 한화그룹이다. 한화그룹은 한화토탈,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한화종합화학 등 화학 계열사를 3곳이나 보유하고 있지만 전기차 배터리 사업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사실 한화그룹이 이차전지 사업에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여년 전인 2010년을 전후로 한화그룹은 △ 태양광 △ 이차전지 소재 △ 바이오 △나노 분야 등 4개부문을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집중 육성 계획을 밝혔다. 당시 이차전지 소재 육성 미션을 받아들었던 곳은 한화케미칼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당시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던 사업 가운데 성공한 건 태양광밖에 없다"면서 "이차전지 소재의 경우 경쟁사 대비 시기가 늦었다는 판단을 해서 사업을 접고 이후 삼성그룹과의 빅딜을 통해 제2의 성장동력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차전지 소재는 당시만 하더라도 성장 가능성은 높았지만 수익성은 담보할 수는 없는, 불확실성이 큰 사업이었다. 전기차 배터리 업체가 흑자전환의 꿈에 다가선 것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후였다.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전기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배터리와 소재산업도 활황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화그룹은 전기차 배터리 쪽에는 관심이 없다. 그룹 관계자는 "앞으로도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검토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에너지와 수소를 미래 신사업으로 낙점하고 이 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한화의 이같은 행보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의 경영권 승계와도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김 사장은 한화그룹 입사 이후 줄곧 '태양광' 외길만을 걸었다. 10여년 전 신성장동력으로 점직었던 사업 중에 현재까지 서바이벌에 성공한게 태양광 뿐이라는 것이 그 방증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을 이끌 김동관 사업의 트레이드 마크가 태양광이기 때문에 에너지와 수소 같은 친환경 테마 사업으로 방향을 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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