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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CB 프리즘]제일제강, 지배력 희석 걸어 잠군 이례적 자금 조달콜옵션 100% 조건, 운영자금·채무상환자금 380억 마련

김형락 기자공개 2021-06-04 10:52:44

[편집자주]

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2일 15: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 코스닥 상장사 제일제강이 대규모 자금 조달에 시동을 걸었다. 전환사채(CB)를 찍어 380억원을 끌어온다. 매도청구권(콜옵션)을 100%까지 행사할 수 있는 이례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기존 2대주주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쥔 캐디스언스시스템이 지배력 강화 발판을 놓아둔 셈이다.

제일제강이 권면총액 380억원 규모 1회차 CB를 발행한다. 투자자는 비상장사 데카코닉스다. 납입일은 오는 4일까지다. 발행대금은 원부자재 매입 비용 등 운영자금(245억원), 채무상환자금(135억원)으로 쓴다.

보기 드문 조건으로 자금 조달 구조를 짰다. CB 투자자와 제일제강 최대주주 캐디언스시스템이 이중, 삼중으로 안전장치를 끼워 넣었기 때문이다. 데카코닉스에 CB 인수자금을 대출해주는 새마을금고는 신용 보강 요건을, 캐디언스시스템은 경영권 지분 희석 방비책을 마련해뒀다.


데카코닉스는 15개 지역단위 새마을금고에서 자금을 차입해 인수대금을 치른다. 최근 자산총계는 3000만원에 불과하다. 제일제강이 인수자금 마련에 힘을 보탰다. 제일제강이 새마을금고에 담보와 보증을 제공하는 특약사항을 CB 발행조건에 넣어뒀다. 제일제강이 새마을금고에 데카코닉스가 받은 대출 380억원 상환을 보증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494억원 규모 본사 공장 화재보험 증권도 담보로 내놨다.

콜옵션은 최대주주에 유리하게 구성했다. CB 발행대금 100%까지 행사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매수인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제일제강 임직원으로 한정했다. 캐디언스시스템이 추가로 지배력을 확보할 기회를 열어뒀다.

콜옵션 조건은 캐디언스시스템이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 1회차 CB는 전환청구권을 행사했을 때 최초 전환가액(3498원) 기준으로 주식총수 31.47% 이르는 막대한 물량이다. 캐디언스시스템이 보유한 제일제강 지분(9.37%)을 능가한다.

캐디언스시스템은 지난 3월 경영권 거래를 마무리 지었다. 법인자금 98억원을 써서 지분 9.37%와 권면총액 20억원 규모 제일제강 2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BW) 신주인수권을 매입했다. 기존 2대주주와 캐디언스시스템 사이에만 자금이 오가는 거래였다. 제일제강으로 흘러간 자금은 없었다. 기존 제일제강 최대주주 지분이 여러 재무적 투자자(FI)로 나뉘면서 캐디언스시스템이 최대주주에 올랐다.

1회차 CB 발행은 경영권을 재정비하고 난 뒤 진행하는 첫 번째 자금 조달이다. 제일제강은 CB 납입자금 중 245억원을 원자재 구매에 투입한다. 최근 철근 시장 호황에 발맞춰 원자재 매입량을 늘리기 위해서다. 제일제강 주력 제품은 옷걸이, 못 등 생활용품과 건축·토목자재용 소재로 쓰이는 연강선재다.

기업은행 단기차입금 129억원(이자율 연 2.48%)도 상환한다. 이자율은 CB가 더 높지만 추후 주식 전환에 따른 자본 확충 효과를 노렸다. 1회차 CB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모두 4.5%다.

관건은 제일제강 주가 추이다. 전환청구기간 주가가 전환가액을 밑돌면 콜옵션은 무용지물이다. 매수청구권(풋옵션)이 없어 데카코닉스가 CB를 만기까지 보유하면 이자율 4.5% 장기차입금과 다를 바 없다. 1회차 CB는 내년 6월부터 전환청구기간에 들어간다. 사채 만기일은 2023년 6월이다. 주가 흐름에 따라 전환가액은 최저 2449원까지 조정될 수 있다.

새로운 경영진은 당분간 제일제강 본업 경쟁력 강화에 몰두한다. 기존 최대주주와 2대주주 사이 경영권 분쟁으로 어수선한 시기 악화된 수익성 회복에 방점을 찍었다. 제일제강은 2019년과 지난해 각각 영업손실 33억원, 3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2배 증가한 160억원으로 집계됐다. 1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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