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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ESG전략 점검]중앙회 주도에도 '지지부진'…구조적 배경이 문제다①ESG개념 부상 후에도 3년만에 대응태세…타업권 대비 속도 느려

류정현 기자공개 2021-06-14 07:42:56

[편집자주]

금융권이 ESG 경영 행보를 앞다퉈 보이고 있지만 저축은행 업계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이들을 대표하는 중앙회 정도가 'ESG'를 외치지만 이 역시 '연구' 차원에 국한된다. 각사를 들여다보면 관련 상품은 고사하고 내부 조직을 구성한 곳도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미래를 위해 경영에 관련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저축은행 업계도 높다. 저축은행업계의 ESG 경영 현황과 향후 전략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0일 15:1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중심의 경영개념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지 3년여가 흘렀다. 하지만 국내 금융권의 저변을 이루고 있는 '저축은행' 업계는 아직 잠잠하다. 저축은행을 대변한다는 중앙회가 최근 나름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각사가 마련한 ESG 상품은 거의 없고 내부에 관련 조직을 설치한 곳도 드물다.

ESG 정책이 주로 상장사를 중심으로 짜여지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 이유로 꼽힌다. 상장사의 주식 투자 지표로 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저축은행 경우 고객군이 다양하지 않고 그 수도 적은 점, 중앙회 공동 전산망으로 인해 상품개발·프로그램 구축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는 점 등이 ESG 경영체제 구축의 약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ESG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저축은행업계의 향후 방향 수립에 마냥 어울리지 않는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업 권역 내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지역에 특화돼있기 때문에 ESG경영에서 많은 노하우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지원 기업 중 친환경 업종 중심의 중소기업이 다수 존재한다는 점도 ESG가 저축은행 업계의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이유다.

◇업권서 이제야 ‘스터디’…중앙회 나섰지만 반응 '글쎄'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2018년 한국거래소에 등록된 상장종목 기준으로 약 6000억원 규모였던 ESG원화채권은 이듬해 3조원으로 급성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관련 금액이 6조원까지 늘었으며 올해 더 높은 성장세가 전망된다.

그런데 저축은행 업계는 이와 다소 동떨어진 모습이다. 현재까지 저축은행 가운데 ESG채권을 발행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올해 초에 들어서야 ESG경영을 선언하고 스터디에 들어가기 시작한 수준이다. ESG경영을 도입하더라도 대부분 내부 업무체계 상 친환경 체계를 도입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도 최근에서야 발 벗고 나섰다. 저축은행 업계는 규모가 작은 곳이 많아 업계 전반적인 사업은 중앙회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오픈뱅킹이나 마이데이터 사업 등도 저축은행중앙회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 4월 서울 중구 세종호텔에서 ESG경영 선포식을 개최했다. 신진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의 세미나와 업계 관계자들의 ESG경영 실천 다짐 등을 진행했다.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ESG경영에 대한 전 금융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저축은행 업계도 공감대 형성과 실천의지를 다지기 위해 행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제공=저축은행중앙회

다만 선포식이 실효성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라는 평가가 대댜수다. 업계를 선도하는 대형 저축은행 가운데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저축은행 대표이사도 있다.

선포식에서는 지역별 지부를 대표하는 저축은행들이 결의서 서명에 나서기도 했다. 각각 금화·대명·드림·스타·진주·하나 등 총 6곳이다.

결의서 채택이 실제로 업계 전반에 ESG 움직임을 불어넣을지는 미지수다. 선언문에는 친환경 경영, 취약계층 금융지원 등 과거부터 언급된 사례들이 주로 담겼기 때문이다.

선포식 이후에도 지난 2달 동안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당시 저축은행 중앙회는 이사회에 ESG경영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구성원도 꾸리지 못한 채 원론적 계획만 세워 놓은 상태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지속적이고 구체적인 실천방안 마련을 위해 중앙회 이사회 소속의 ESG경영위원회를 설치했다”며 “저축은행 업계에 적합한 ESG 콘텐츠 개발과 방향성 수립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총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ESG 금융상품을 운용하고 있는 곳은 페퍼저축은행 1곳이다. ESG 조직을 신설한 곳도 페퍼저축은행이 유일하다. 석탄산업으로의 자금 공급을 중단하는 탈석탄 선언도 한화저축은행만 진행했다.

◇저축은행 비껴가는 ESG 정책, 중앙회 공동 전산망도 영향

저축은행이 ESG경영에 큰 관심이 없는 주된 이유로는 당장 경영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요소이기 때문이다. 국내 ESG경영은 주로 시장에 공개된 상장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양상이다. 금융당국도 2025년까지 상장사만을 중심으로 ESG 공시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저축은행 업계에서 현재 상장사로 등록된 곳은 푸른저축은행이 유일하다. ESG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어 ESG경영을 서두를 필요가 없는 셈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ESG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회사는 시장에 공개된 곳들"이라며 "그만큼 저축은행은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고 전했다.

출처=금융위원회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이 다양하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친다. 운용할 수 있는 ESG상품 범위 자체가 넓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기에도 저축은행이 보유한 영업 저변은 좁다.

업계 관계자는 “중금리 대출이나 중소기업 대출 등 (저축은행의) 주요 고객은 중신용자 위주”이라며 “다른 금융권에 비해 고객 타깃이 넓지 않아 ESG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배치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수 업체가 중앙회 공동 전산망을 사용하는 점도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상품을 개발하거나 프로그램을 구축한 이후 이를 전산망에 반영해야 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 들여야 하는 품이 많아 사업 상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경우 중앙회와 전산을 공유하고 있어 상품 개발 및 프로그램 구축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며 “(이를테면) 기후환경 관련 평가 기준 등을 전산에 반영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물론 저축은행이 본격적인 ESG경영에 나설 때 강점을 보일 것으로 꼽히는 분야도 있다. 저축은행 본연의 기능 중 하나가 지역 특화 금융이라는 면에서다. 영업을 수행할 수 있는 권역도 정해져 있는데 바꿔 말하면 그만큼 지역에 특화된 ESG경영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중소기업과의 긴밀한 관계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친환경 사업 등에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에 대해 다른 금융권보다 특화된 ESG 금융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국내에 친환경 관련 기업에는 대기업 못지않게 중소기업도 많다”며 “이들을 주요 고객으로 (저축은행이) 환경보호를 이끌어 나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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