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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상사의 재도약 도전기]최신원 회장의 SK네트웍스 경영 5년, 명암은①2016년 컴백, 'SK매직·SK렌터카' 발빠른 인수...'구속기소' 사업확장 차질 우려

김서영 기자공개 2021-06-11 10:48:14

[편집자주]

수출로 먹고 살던 시절 '무역 첨병'으로 불린 종합상사의 위상은 '과거의 영광'이 됐다. 자원개발, 식량산업, 발전사업 등으로 사업다각화에 나섰지만 몇년째 실적과 수익성은 정체기에 빠져 있다. 와중에 상사를 중심으로 하는 대기업집단이 2곳이나 출범했다. LG상사를 중심으로 계열분리하는 LX그룹과 현대종합상사를 핵심 계열사로 분리독립한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이 주인공이다. 종합상사의 변신과 비전, 그리고 과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9일 15: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016년부터 5년 동안 SK네트웍스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지속가능 성장'을 경영 비전으로 삼은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경영대를 잡았기 때문이다. 렌탈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목하고 동양매직과 AJ렌터카를 인수했다. 이외에 관련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며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정비하고 사업 확장에 시동을 걸려는 찰나 오너 리스크가 불거졌다. 최 회장의 구속기소로 경영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올해 3월 주력 계열사에 새로운 경영진이 둥지를 틀고, SK매직의 기업공개(IPO)가 무르익는 시점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구원투수' 최신원 회장, '렌탈' 중심 사업구조 혁신 성공

SK네트웍스는 2000년대 들어 종합상사라는 틀에서 벗어나 사업 확장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2000년 SK네트웍스의 전신인 SK상사는 SK유통과 SK에너지판매를 흡수합병해 SK글로벌로 재탄생했다. 기존의 무역사업에 정보통신과 네트워크 사업, 주유소 사업을 더한 것이다. 그러나 2003년 분식회계로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서 워크아웃에 진입하게 됐다.

SK글로벌은 심기일전의 마음으로 2003년 SK네트웍스로 사명을 바꿨다. 2007년 워크아웃 진입 4년 만에 조기 졸업에 성공하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그로부터 9년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나섰으나 '뾰족한 수'가 없었다.

고심에 빠져있던 SK네트웍스에 변화가 찾아왔다. 2016년 최신원 회장이 SK네트웍스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이다. 최 회장은 최종건 선경그룹(현 SK그룹) 창업주의 둘째 아들이다. 1981년 선경인더스트리 대리로 입사해 1996년 ㈜선경 부사장에 올랐다. 1997년부터 2년간 SK유통 부회장을 지냈다. 2000년 SKC로 적을 옮긴 이후 16년 만에 SK네트웍스에 복귀했다.

최 회장은 취임 첫날 '창업정신'과 '도전정신'을 강조하며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했다. 최 회장의 취임 후 4년 동안은 어느 때보다 사업 재편을 위한 인수합병(M&A)이 활발했던 해로 남았다. 최 회장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렌탈사업을 지목하고 M&A를 진두지휘했다.

최 회장 취임 8개월 뒤 SK네트웍스는 동양매직 지분 100%를 6100억원에 인수했다. 2015년 KT렌탈(현재 롯데렌터카)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뒤 이뤄낸 첫 M&A 성과였다. SK매직으로 사명을 변경해 본격적으로 주방가전 렌털 서비스업에 뛰어들었다. SK매직은 지난해 매출 1조246억원을 기록해 SK네트웍스 편입 후 사상 최대 실적을 나타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
이듬해 렌탈사업과 거리가 먼 사업들을 대폭 정리했다. 2017년 2월 패션 사업부문을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 계열사인 한섬에 매각했다. 그 다음 달에는 LPG사업을 SK가스에 양도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에너지마케팅 사업부문의 도매사업을 SK에너지에 양도했다. SK네트웍스는 사업 매각으로 모두 9400억원을 손에 쥐게 됐다.

SK네트웍스는 2019년 초 AJ렌터카 지분 42%를 3000억원에 인수했다. 현물출자를 통해 지분을 72.9%까지 늘렸다. 지난해 기존에 영위하던 렌터카 사업부문과 AJ렌터카의 통합 작업을 매듭지었다. 그 결과 SK매직과 SK렌터카를 중심으로 한 렌탈사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SK네트웍스의 발 빠른 사업구조 재편은 최 회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회장은 SKC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린 경험이 있다. 1990년대 말 당시 SKC는 수익성이 떨어진 미디어 사업을 정리하고 화학사업과 필름 사업부문을 확대했다. SKC는 2000년 첫 흑자를 기록한 이후 2004년 595억원, 2014년 말 136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환골탈태에 성공했다.

◇성장 원년에 터진 '오너 리스크'...리더십 부재·IPO 차질 전망

2021년은 SK네트웍스에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SK매직과 SK렌터카를 중심으로 한 사업 재편이 마무리됐고, 실적 향상과 수익성을 끌어올릴 원년이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낙점한 '사업형 투자회사'의 기틀을 다져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최 회장 역시 올해 신년사에서 "그간의 노력을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로 구체화하고 자본시장과 소통을 강화해 실질적인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말했다. 대규모 사업 재편을 마무리한 시점에서 실질적인 매출 성장, 수익성 개선 등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최 회장 자신의 오너 리스크 발생했다. 최 회장은 SK네트웍스, SKC, SK텔레시스 등에서 2235억원을 배임 및 횡령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기소됐다. 총수가 부재한 상황에서 SK네트웍스는 서둘러 박상규 SK네트웍스 사장과 이사회를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메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업 재편의 운전대를 직접 잡아 왔던 최 회장 없이 사업을 키워나가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새로운 경영진이 이제 막 업무에 돌입한 시점이라 리더십 부재가 뼈아프다. 지난해 말 SK네트웍스는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황일문 워커힐 총괄이 SK렌터카 대표이사로, 현몽주 SK렌터카 대표이사가 워커힐 총괄로 교체됐다. SK네트웍스에서 '재무통'으로 불리는 윤요섭 SK매직 경영전략본부장(CFO)이 SK매직의 신임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들을 아우르는 리더십을 보여야 할 최 회장이 자리를 비우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SK렌터카의 경우 렌터카업계 1위인 롯데렌터카를 따라잡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렌터카 보유 대수를 늘려 사업을 확장해 가는 사업 특성상 투자가 적기에 이뤄져야 하는데 이러한 결정이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황 신임 대표는 그룹 내에서 손꼽히는 전략·기획 전문가로 모빌리티 사업분야 경영에 처음 도전한다.

SK매직의 IPO가 지연될 것이란 우려도 고개를 들었다. 윤 경영전략본부장이 신임 대표이사에 오르며 IPO 가능성이 커졌고, SK매직도 최적의 시기에 IPO를 추진할 것이라 밝혀왔다. 그러나 총수 구속으로 중대 변수를 맞았다. 오너 리스크는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측면에서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SK그룹이 ESG 경영의 선두에 나선 가운데 SK매직의 IPO가 다른 계열사와 비교해 순위가 뒤로 밀릴 수도 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SK네트웍스의 경영 전략은 렌탈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실적을 높여가고 추가 성장 기회를 모색해 지속가능발전을 이뤄나가는 것"이라며 "미래 가치가 있는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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