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6월 10일 14: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이 6년만의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SPAC) 합병에 도전한다. ECM(주식자본시장)에서 수위권의 주관 실적을 자랑하는 만큼 스팩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스팩 상승세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합병 대상인 디와이씨는 국내외 대형사들을 매출처로 확보한 자동차 부품 제조사다. 7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알짜회사로 꼽히는 만큼 이번 스팩 합병안이 거래소 심사 문턱을 넘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디와이씨, 7년 연속 흑자 기록…자동차 부품업계 알짜회사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한국제8호스팩의 피합병법인을 디와이씨로 결정했다. 한국제8호스팩의 기준주가와 디와이씨의 본질가치를 통해 산정한 합병비율은 1대 0.641이다. 합병에 성공한다면 11월 30일 상장할 예정이다.

디와이씨의 예상 시가총액은 약 280억원으로 추산된다. 스팩합병을 추진하는 상장사의 예상 시가총액은 합병법인의 발행주식 총수와 합병 후 발행신주 주식수를 합한 뒤 합병법인의 1주당 합병가액을 곱해 산출한다. 한국제8호스팩의 1주당 합병가액은 1412원, 합병법인의 발행주식 총수와 합병후 발행 신주는 각각 300만주와 1668만7263주다.

디와이씨는 2000년 10월 삼익THK의 자동차부품사업부가 분사되며 설립됐다. 현재는 세계 유수의 고객사에 승용차, 상용차, SUV 등의 차종 동력전달장치 부품인 친환경 자동차용 샤프트 등을 납품하는 글로벌 자동차 부품 기업으로 발전했다.

9일 기준 디와이씨의 최대주주는 지분 32.72%를 보유한 이종훈 대표이사다. 합병 완료 이후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7.28%로 예상된다. 디와이씨는 약 1000억원의 자산 규모를 지니고 있으며 2020년 매출 780억원, 영업이익 13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 이후 단 한번도 적자와 당기순손실을 내지 않은 알짜회사로 평가받는다.

◇스팩합병 청구 9번 중 5번 실패

이번 스팩 합병은 디와이씨 뿐만 아니라 한국투자증권에게도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매년 ECM에서 수위권의 주관 실적을 기록하는 덕에 수익이 크지 않은 스팩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0년 이후 지금까지 9차례에 걸쳐 스팩을 상장시켰다. 다만 합병에 성공한 건 2호스팩과 3호스팩 두 건에 불과하다. 이외에도 가장 최근 상장된 8, 9호 스팩을 제외한 나머지 5건은 모두 상장 폐지됐다.

첫 출발이었던 1호 스팩부터 난관에 봉착했었다. 지난 2010년 252억원 규모의 '한국투자신성장1호스팩’이라는 이름으로 스팩 상장을 준비했으나 115억원의 물량이 미달됐다. 두달 이후 몸집을 줄여 상장에는 성공했지만 별다른 성과없이 2013년 폐지됐다.

합병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된 경우도 있었다. 한국4호스팩은 2018년 6월 미용의료기기회사 비올과 합병을 추진했으나 한 달 만에 합병이 취소됐다. 이후 비올은 공모액 90억원 규모의 IBKS제11호스팩에 합병됐으나 한국4호스팩은 2019년 5월 상장 폐지됐다.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가 발기인으로 참여했던 한국7호스팩도 작년 7월 친환경 핫멜트 필름형 접착 소재 전문기업인 아셈스를 합병 대상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회계 문제로 지연되며 합병 결정을 취소한 후 지난 4월 상장 폐지됐다.


◇ACPC, 한국9호스팩 발기인 참여

최근 스팩 시장의 활황 속에서 잔뼈가 굵은 투자사가 발기인으로 참여한 점은 향후 전망을 기대하게끔 만든다. 스팩 합병에 있어서 증권사보다 더 중요한 발기인은 투자사다. 투자액이 증권사보다 큰 만큼 실질적으로 합병할 회사를 물색하는 역할을 도맡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합병 건수에 있어서 독보적인 투자사는 ACPC(Alliance Capital Partners Corporation), 머스트홀딩스, 위드인베스트먼트 등이다. 이중 ACPC는 지난 1월 코스닥에 상장한 한국제9호스팩의 지분 98.8%를 보유하며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이외에도 현재 대신밸런스제9호스팩, 하나금융제17호스팩, 엔에이치스팩제17호 등 총 네개의 스팩에 발기인으로 참여한 상태다. ACPC의 스팩 실적과 최근 스팩주 인기 덕에 ACPC가 참여한 네 개 스팩의 주가는 최근 공모가(2000원)를 100~200원 상회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