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인베스트

[SV인베스트 도전 15년]퀀텀점프 발판 마련, '글로벌·PE' 쌍두마차④'모험자본 세계화·VC 현지화' 깃발, 중대형 딜 선봉장

박동우 기자공개 2021-06-25 08:03:43

[편집자주]

2021년 SV인베스트먼트가 설립 15주년을 맞았다. 2006년 출범한 창업투자회사로, 하이브(옛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올리패스, 브릿지바이오 등 숱한 기업을 길러내는 데 일조하면서 국내 벤처캐피탈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중국, 미국, 동남아 등에 거점을 마련해 해외 투자에 나서는 등 활발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더벨은 지난 15년 동안 SV인베스트먼트의 발자취를 조명하면서, 미래 지향점과 경영 비전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8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V인베스트먼트는 2010년대 중반부터 운용자산(AUM)과 연간 투자금액이 급격하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퀀텀점프의 발판을 마련한 건 '글로벌 부문'과 'PE 부문'이다.

박성호 대표가 모험자본의 세계화, 벤처캐피탈의 현지화를 기치로 내걸면서 해외 개척이 탄력을 받았다. SV인베스트먼트는 중국, 미국, 동남아로 투자의 영토를 확장했다. 국내 기업의 외국 진출을 돕는 한편, 성장 잠재력을 갖춘 국외 기업에 자금을 지원했다.

단일 기업에 수십억원을 투입하던 국내 벤처펀드와 달리 PE 부문은 하나의 투자 건에 800억~2000억원가량을 쏟아부으며 중대형 거래를 성사하는 선봉장 역할을 해냈다. 중국에서 화장품 사업을 전개하는 코스맥스 차이나, 전기차 모터 부품을 생산하는 BMC와 타마스 등의 시그니처 딜(Deal)을 잇달아 만들어냈다.

◇'중국·미국·동남아' 거점, '심천캐피탈·켄싱턴캐피탈·에이씨벤처스' 우군

글로벌 부문은 박 대표의 의지가 강력하게 작용하면서 태동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스타트업들의 러브콜이 잇따르는 벤처캐피탈로 변모하는 구상이 담겼다. 외국 시장 개척에 힘입어 기업이 성장하는 만큼, 모험자본의 세계화는 필연이라고 믿었다.

2015년 박 대표는 기반이 없던 중국으로 향했다. 세계 10대 유니콘 가운데 절반이 중국에서 탄생한 데다 내수 기반이 탄탄한 만큼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적격인 권역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두세 달 간격으로 체류하면서 현지 운용사 네트워크를 다졌다.

이듬해 중국 상하이에 사무소를 차리며 시동을 걸었다. 심천캐피탈과 손잡고 약정총액 1억달러의 'Shenzhen China-Korea Industrial Investment Fund'를 결성했다. 심천캐피탈과 함께 만든 펀드로 사물인터넷(IoT) 기반 헬스케어 기기를 만드는 원마이(Yunmai),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동박'을 생산하는 론디안(Londian), 교육용 코딩 로봇 개발사인 메이크블록(Makeblock) 등을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자금 회수에 한발 가까이 다가선 피투자기업도 있다. 코미코의 중국 자회사가 거론된다. 선전 증시의 창업반 상장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코미코는 반도체 공정에 쓰는 소모품을 세정하는 데 잔뼈가 굵은 업체다.

SV인베스트먼트는 꾸준하게 투자의 영토를 넓혔다. 2018년에는 미국 보스턴에 법인을 세웠다. 세계적인 제약사와 스타트업이 모여든 '바이오 클러스터'가 조성돼 있어 딜 소싱의 최적지라고 확신했다.

켄싱턴캐피탈벤처스와 합심해 1억달러 규모로 'Kensington-SV Global Innovations LP'도 만들었다. 미국과 유럽에 포진한 업체에 투자하는 재원으로 활용했다. 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공급하는 심플러스(Simplus)는 M&A를 계기로 엑시트에 성공했다. 바이오 벤처인 클렌나노메디슨(Clene Nanomedicine)은 작년 12월 스팩 합병 방식으로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회수에 청신호를 켰다.

작년에는 싱가포르에도 법인을 설립했다. 아세안 권역의 신생기업을 발굴하는 거점으로 삼았다. 6억5000만명에 이르는 동남아 인구, 모바일 서비스 수요 증대를 발판 삼아 성장세를 이어가는 스타트업의 동향을 눈여겨봤다. 차량 공유 업체 '그랩', 오토바이 호출 앱 운영사 '고젝' 등이 유니콘으로 등극한 흐름도 포착했다.

글로벌 부문은 중국, SEA(동남아), 미국 등 3개 프라이드로 조직을 꾸렸다. 중국 프라이드의 리더는 김현철 상무가 맡았다. 김 상무는 난카이대, 상하이 자오퉁대 등 중화권 대학에서 공부했다. 프라임그룹, 키움증권을 거쳐 2015년 SV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한 뒤 해외 투자의 키맨으로 활약했다.

SEA 프라이드는 방정헌 상무가 총괄하고 있다. 방 상무는 인도네시아 물류 업체 '시츠팟', 핀테크 회사 '핀액셀' 등 동남아의 유망 기업을 발굴하는 데 주력했다. 두 회사 모두 나스닥 입성을 모색하면서 막대한 회수 수익을 내다보는 상황이다.

이성환 이사는 미국 프라이드를 이끈다. 이 이사는 삼성전자, SK텔레콤 등에서 전략 기획과 신사업 개발 업무를 맡은 덕분에 산업을 분석하는 전문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부문은 국내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을 돕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트인'이다. 이성환 이사는 "인트인은 VC 부문 4프라이드의 리더를 맡은 이종훈 이사가 발굴한 업체로, 남성 정자의 활동을 진단하는 키트를 만든 곳"이라며 "미국 프라이드가 인트인과 현지 대기업 간의 유통 계약 체결을 주선하면서 북미 시장에 진단 제품을 공급할 길을 터줬다"고 설명했다.

구성원들은 해외에 장기 체류하며 스타트업과 투자사 네트워크를 다지는 데 힘썼다. 벤처캐피탈의 현지화를 강조하는 박 대표의 철학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현지화 노력은 지역 기관 파트너십 구축으로 이어졌다.

최근 SV인베스트먼트는 동남아 투자사인 '에이씨벤처스(ACV)'에 100만달러를 출자했다. 방 상무는 "운용사를 창업한 판두 샤리르(Pandu Sjahrir)가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 위원장을 맡은데다 고젝의 이사회 멤버로도 참여하는 대목에 주목했다"며 "유망한 기업을 탐색하고 자금 회수 전략을 짜는 데 한층 시너지가 날 거라는 기대를 품었다"고 밝혔다.

여세를 몰아 아세안 시장을 겨냥한 신규 펀드 결성에 나섰다. 이번에도 심천캐피탈과 의기투합했다. 국내외 기관 투자자를 중심으로 막바지 펀드레이징을 이어가고 있다. 1억달러 안팎의 자금을 모으는 목표를 설정했다.

방 상무는 "외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기업가치 10조원이 넘는 '데카콘'도 잇달아 출현하는 등 역동성이 매우 뚜렷하다"며 "국내와 해외의 투자 흐름이 선순환할 수 있도록 글로벌 부문이 중추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5G 원칙'으로 투자대상 선별, '코스맥스차이나'부터 'BMC·타마스'까지

현재 SV인베스트먼트의 PE 부문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4900억원이다. 1조3000억원에 육박하는 AUM의 40%가량을 차지한다.

송경섭 대표와 정성원 부대표가 지금의 PE 부문을 일궜다. 두 인물의 강점은 기업금융(IB)업계 경험이 풍부하다는 데서 드러난다. 성장 잠재력이 뛰어난 회사를 찾아내 경영권 인수를 관철하는 데 필요한 인적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송 대표는 경력 34년차에 접어든 베테랑 투자가다. 대우증권을 거쳐 골드만삭스 상무, BNP파리바 IB 부문 대표, 큐캐피탈파트너스 부사장을 역임한 뒤 2016년 SV인베스트먼트에 둥지를 틀었다. 23년 경력자인 정 부대표 역시 NH투자증권 이사, 크레디트스위스 본부장 등을 지내고 2019년 SV인베스트먼트 PE 부문에 합류했다.


기업의 옥석을 가려내는 기준은 다섯 개의 키워드와 맞닿는다. △성장(Growth) △글로벌(Global)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 △거버넌스(Governance) △환경의 지속 가능성(Green sustainability) 등으로 요약된다. PE 부문은 이를 '5G 원칙'으로 이름 붙였다.

성장 역량이 탁월하면서 해외 시장으로 뻗어나가 성공할 전망이 엿보이는 회사를 선호한다. 좋은 기업을 넘어 산업계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는 '위대한 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는지 가능성도 살핀다.

2019년에 872억원의 '글로벌뷰티 제1호 PEF'를 활용해 코스맥스그룹의 중국 화장품 사업(코스맥스 차이나)에 투자한 사례가 단연 눈에 띈다. 송 대표는 "당시 특수목적법인(SPC) 코스맥스이스트의 구주를 사들였는데, PE 부문에서 처음 성사한 크로스보더(cross border) 딜이었다"며 "중국 네트워크를 연계해 거래의 기회를 얻었다"고 회고했다.

작년 하반기 태화그룹의 계열사인 BMC와 타마스의 지분 일체를 인수한 행보가 돋보인다. 2400억원의 프로젝트 PEF인 '글로벌 인더스트리얼 제1호'를 조성해 총 3200억원가량의 투자를 단행했다.

SV인베스트먼트는 전기차의 구동 모터에 탑재하는 코어를 양산하는 역량을 호평했다. 미래차 시장의 팽창에 힘입어 상당한 수혜를 얻을 거라고 내다봤다. 안정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데도 기여했다. 거래 마무리를 앞두고 태화그룹의 자회사 여러 곳에 걸친 자동차 부품 사업을 BMC와 타마스로 통합하는 데 힘썼다.

송 대표는 "PE 부문은 당분간 기존 포트폴리오의 밸류업(value-up)에 주안점을 두고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인재 충원, 경영 효율화 등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컨설팅하는 데 힘을 싣겠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