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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증권사 열전]현대차증권, 그룹 조력 속 성장…금융 삼각편대 완성②2008년 3월 편입, 현대카드·캐피탈과 3대 축…지주사 전환 가능성 낮아

강철 기자공개 2021-06-22 13:16:25

[편집자주]

중견 증권사는 국내 금융산업의 일원으로서 작지만 강한 힘을 발휘해 왔다. 특정 사업에 강점을 지닌 중견 증권사의 활약은 금융 생태계를 보다 건강하게 만든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위기를 견뎌내며 연일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증권업의 미래가 이들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퀀텀점프 도약대에 선 국내 중견 증권사의 강점과 사업·재무적 비전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8일 07:3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흥증권이 전신인 현대차증권은 2008년 3월 현대차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50년이 넘는 업력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이 미미했던 영세 금융 사업자는 13년이 지난 현재 자기자본 1조원의 국내 15위 증권사로 성장했다. 현대차그룹은 필요할 때마다 자금과 인력을 지원하는 등 현대차증권의 조력자 역할을 충실히 담당했다.

금융업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지만 않는다면 현대차그룹과 현대차증권의 동행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투명성이 이슈로 떠오를 때마다 거론되는 일반 지주회사 전환은 현대차증권의 지분 구조 변화 가능성에 관심을 갖게 만든다.

◇'신흥증권→HMC투자증권→현대차증권'

현대차증권의 실질적인 태동은 지성양 한성증권 창업주가 경영권을 인수한 1969년의 신흥증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흥증권 최대주주에 오른 지성양 창업주는 15년 넘게 경영을 총괄하며 당시 국내 금융시장의 메카였던 을지로와 명동을 중심으로 빠르게 사세를 확장했다.

지성양 창업주의 아들인 지승룡 익성학원 이사장은 1998년 부친에 이어 신흥증권 경영 전면에 나섰다. 부친이 타계한 이듬해에는 신흥증권 최대주주에 오르며 경영 기반을 한층 공고히 했다. 2세 시대를 맞은 신흥증권은 이후 리서치와 펀드 평가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마케팅 영역을 확장하며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확고했던 지승룡 체제는 2008년 큰 변화에 직면했다. 당시 국내 증권사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1년 앞두고 특화 영역 발굴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반이 취약한 신흥증권이 스스로의 힘으로 장점을 육성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더이상의 경영이 어렵다고 판단한 지 이시장은 신흥증권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원매자 물색을 본격 시작했다.

새 주인 찾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은 지 이사장이 M&A를 공식화한지 2개월만인 2008년 3월 신흥증권 경영권 지분 30%를 2089억원에 인수했다. 지분은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기아,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제철 등 계열사 5곳이 나눠 매입했다.

최대주주에 오른 현대차그룹은 박정인 현대모비스 회장과 제갈걸 현대캐피탈 부사장을 신흥증권으로 보내 인수 후 통합(PMI)을 주도하도록 했다. 이어 2009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유상증자를 실시해 총 3552억원의 운영자금을 지원했다. 설립 후 50년 넘게 사용한 사명도 2008년 5월 HMC투자증권으로 변경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시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독자 생존이 쉽지 않은 중소형 증권사가 대거 매물로 나왔다"며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에 증권업까지 추가해 그룹의 금융 역량을 강화하고 싶었던 현대차가 적극적으로 인수 의지를 나타내면서 딜이 무난하게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그룹 업고 꾸준한 성장세

재계 2위 대기업집단의 식구가 된 HMC투자증권은 2009년부터 경쟁력 강화를 본격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신탁업·퇴직연금 업무 개시, 코넥스 지정자문인 선정, 업계 최초 IRP 연금몰 오픈 등의 성과를 달성하며 시장에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그룹 내 위상과 존재감이 한껏 높아진 2018년 7월에는 사명을 지금의 현대차증권으로 바꿨다.

외형과 수익성은 비주거용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IB부문의 역량을 결집한 2017년을 기점으로 본격 커졌다. IB부문은 △송도 타임스페이스(2350억원) △세종시 상업용 부동산(2000억원) △동탄 스포츠파크(1980억원) △천안 펜타포트(780억원) 등 다수의 PF 딜을 발굴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증권 최고 효자 사업부로 자리매김했다.

IB부문의 선전은 다른 사업부의 실적도 배가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실제로 2017년부터 IB부문이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순영업수익을 기록하는 가운데 위탁매매와 자산관리도 전체 실적의 40%를 책임지는 선순환 구조가 이어졌다. 영업에서 꾸준하게 수익을 낸 결과 2016년 말 8160억원 수준이던 자기자본은 작년 말 1조660억원으로 증가했다.

현대차증권은 앞으로도 IB부문의 대체투자 경쟁력을 강화하며 지금의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IB 1·2·3본부는 이러한 중장기 전략에 맞춰 국내외 물류센터와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딜 소싱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도 신규 먹거리로 집중 육성한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금융위원회에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허가를 신청했다. 올해 하반기 관련 업체와 MOU를 맺고 인공지능 기반의 디지털 자산관리 플랫폼을 도입할 예정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현대차증권 인수 후 계열사 출신 인사를 계속해서 CEO로 선임하는 등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하게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ECM과 DCM의 경우 그룹 캡티브 마켓에서 나오는 물량이 실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증권 자산총액 및 자기자본 추이
<출처 : 현대차증권>

◇일말의 지주사 전환 가능성…현실성 떨어져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기아는 2008년 3월 첫 지분 매입 후 15년 가까이 현대차증권 주요 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증권을 비롯한 금융업을 계속 영위한다면 지금의 지분 구조는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말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일반 지주회사 전환은 향후 현대차증권의 지분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공정거래법은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사 소유를 금지한다. 2017년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한 현대중공업그룹이 이듬해 하이투자증권을 DGB금융지주에 매각한 것은 '금융사 소유 금지'라는 행위제한 요건을 해소한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차그룹의 일반 지주회사 전환은 국내 재벌의 지배구조 투명성이 화두로 떠오를 때마다 회자되는 단골 이슈다. 2018년 3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을 필두로 한 지배구조 개편안이 나온 이후로는 빈도가 줄긴 했으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점치는 분석과 전망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떼려야 뗄 수 없는 차량 판매와 할부 금융의 관계를 감안할 때 현대차그룹이 금융업을 포기하면서까지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을 잘 아는 많은 전문가도 같은 이유로 지주회사 전환이 지배구조 개편의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관측을 제기한다.

일각에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처남매부지간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금융사를 따로 떼내 계열 분리를 하는 방식으로 행위제한 요건을 피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얽히고설킨 금융사 지분 관계를 정리하는데 드는 막대한 비용과 정 부회장의 그룹 내 입지를 고려하면 이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

현대차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폭스바겐, BMW, GM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대부분이 그룹 내에 할부·리스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세일즈와 금융은 불가분의 관계"라며 "철회하기는 했으나 그룹이 3년 전 내놓은 모비스·글로비스 합병 계획에는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그룹이 현대차증권 지분을 정리할 이유가 딱히 없어 보인다"며 "정리할 계획이 있었다면 2019년에 유상증자로 1000억원을 지원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금융 계열사 지분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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