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6월 21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지주가 탄소중립 선언 이후 얻은 '부캐(부캐릭터)'가 있다. 바로 ESG자문역이다. 국내외 ESG평가기관의 평가를 받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인데 차주들의 ESG컨설팅 역할까지 겸하고 있는 셈이다. 오죽하면 금융사인 신한금융이 "기후전문가 채용에 매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다.이런 부캐 탄생 비화는 탄소중립 선언의 무게와도 직결된다. 탄소중립 선언은 기존 차주들이라도 탄소배출량이 많은 기업이라면 만기 재연장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즉 자산 포트폴리오를 전면 조정하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작년 말 신한금융 ESG전략위원회 이사진들도 '탄소중립 선언'과 '탈석탄 선언' 두가지 기로에서 의견이 엇갈렸다고 한다. 탄소중립 선언으론 자칫하면 차주 대부분 타 금융회사로 옮겨갈 수도 있는 사안이다. 반면 다수의 금융사들이 이행한 '탈석탄선언'은 신규 취급건에 한해서만 적용하기 때문에 비교적 리스크가 적게 평가됐다.
오죽하면 진옥동 신한은행장도 "탄소중립 결정을 두고 CEO의 KPI는 고려하지 않은 선택이 아니냐"라며 농담조의 말을 거넸을 정도라고 한다.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CEO가 수익실적으로 능력이 판단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신한금융은 오는 2023년까지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본격적으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기 앞서 발전, 소재 등 탄소배출량이 압도적인 기업차주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감축 목표에 부응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신한금융은 ESG컨설팅사로 변모했다. 차주 기업들에게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 상황을 인지시키고, 탄소배출 감축 시나리오를 위한 타임라인을 함께 그려나가고 있다. 또한 파력이나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 등에 대한 아이디어도 제시하고 있다. 즉 대출고객들이 ESG경영을 잘하고 있나 점검하고 방향성을 일러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는 셈이다.
예대마진을 주 업무로 삼고 있는 은행이 떠안야할 '숙명'이라고도 생각한다. 차주들의 지속가능경영 여부가 곧 신한금융의 지속가능경영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를 인지하고 내부역량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ESG인재 양성에도 주력하고 있다. 국내외 유수의 ESG 평가기관로부터 최상위 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며 선도적으로 글로벌이니셔티브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사 최초로 기존 여신심사 모형에 ESG요소들을 집어넣고 있다. 자체적으로 탄소배출량을 측정해왔기 때문에 보유 데이터도 독보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ESG는 붐이 불고 있지만 막상 공신력있는 평가기관은 적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반갑게도 신한금융이 차주들의 ESG역량을 끌어올리면서 자체 ESG위상 강화와 국내 ESG가 나아가야할 방향성 수립 역할도 대신하고 있는 듯 하다. ESG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금융지주들이 왕좌의 자리에서 버텨내야 할 왕관의 무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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