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피플&오피니언

'억'소리나는 전세대란 '뉴노멀'일까 [thebell desk]

김용관 산업1부장 겸 부국장공개 2021-07-12 11:30:36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8일 07: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물가가 이상하다. 만나는 사람마다 많이 올랐다고 한다. 최근 만난 중견기업 사장은 "코로나 19가 잠잠해지면서 매출은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나빠졌다"고 했다. 외국에서 수입하는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였다. 판교에 전원 주택을 짓고 있는 모기업 임원은 "철근이나 시멘트, 원목 등 원자재 가격이 너무 올라 당초 예산보다 수억원 더 들게 생겼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인플레이션 조짐이 만연하다. 물가는 오르고 돈값은 떨어져 삶의 질이 나빠지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 각국의 천문학적 재정지출과 물류 차질, 백신 보급에 따른 보복 소비 등이 일차 원인이다.

의식주 모든 분야에서 오름세가 심상찮다. 흔히 밥상물가로 부르는 신선식품지수는 4월까지 누계로 전년 대비 14.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임금 상승률의 3배가 넘는다. 4월 누계 기준으로 2011년(17.8%) 이후 20년 만에 가장 가파른 인상률을 보였다.

전세가격도 폭등하고 있다. 2년전 10억원이었던 강남 아파트 30평대 전세가격이 지금은 16억원이다. 한달에 2500만원씩 오른 셈이다. 더 비싼 곳도 많다. 지난해 7월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해 도입한 임대차법으로 수급이 깨진게 결정타였다.

임대차법으로 전세금 인상 상한을 기존의 5%를 넘지 못하도록 정하자 집주인이 들어오는 경우도 많고 투자수익률 차원에서 월세로 돌리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늘어난 보유세 부담도 집주인들이 월세로 전환하려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유세 인상분을 월세로 충당한다.

결국 월세로 전환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전세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고 전세 물량이 줄어들면 또다시 매매 시장을 자극할 수 밖에 없다.

은행 대출도 힘든 상황에서 전세가격 인상분을 스스로 조달하는건 불가능하다. 한푼도 안쓰고 월급을 통째로 모아도 2년동안 6억원을 못번다. 평수를 대폭 줄이거나 가격이 싼 외곽으로 나가거나.

신규든, 기존 보유분의 매물이든 주택 공급이 늘지 않는 이상 전세시장 붕괴는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파트 공급 물량이 넘쳐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실을 외면한 당국의 발언은 양치기 소년같다. 다들 아는데 당국만 모르는 것 같다. 시장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도그마에 빠진 정책은 퇴로를 막아버린다.

부동산 폭등을 바라보는 월급쟁이들의 생각은 거의 똑같지 않을까. 자고나면 '억'소리 나게 오르는 아파트 가격을 보면 내 노동의 가치가 통째로 부정당하는 기분이다. 급격한 인플레이션의 시대 속에 부동산 시장이 붕괴하든, 아니면 거품이 계속 부풀어오르든 상관없이 월급쟁이의 앞날은 암담하다.

봉급으로 대변되는 노동의 가치는 이미 끝나가고 있다. 가치는 평범한 사람들의 노동이 아니라 땅이나 아파트, 금은, 주식같은 한정된 자산 속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코로나 19로 인해 엄청난 돈을 풀었는데도 경기는 좋아지지 않고 자산 가격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른다. 투자자산 하나 없는 사람은 '그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뭐했을까'라고 세상 물정 모르는 이로 취급받기 딱 좋은 세상이다.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래서 젊은 MZ세대들이 주식이나 코인 투자에 열을 내는 건 아닐까. 그들에게 주식 혹은 코인 투자는 '생존'과 연결된 강제적인 수단이 된 것 같다.

시장에 내다 팔수 있는게 자신의 노동 밖에 없는 사람이 대다수다. 이제 스스로 생존 방식을 찾아야 하는 위기의 시대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