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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분리 이슈 점검]영풍그룹, 필요에 의한 '한지붕 두가족'⑭고려아연 의존도 높고 지분 정리도 어려워...최씨 일가 3세 승계가 먼저

조은아 기자공개 2021-07-19 11: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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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분리는 그룹 분화의 중요한 변곡점이다. 단순 계열분리를 넘어 그 이후를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흥망성쇠를 가를 수 있다. 대를 이어가고 경영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계열분리 문제가 필연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다. 계열분리 이슈와 맞닿아 있는 그룹들의 시나리오와 함께 지배구조, 사업구조, 신사업, 리더십 등 미래 경쟁력을 더벨이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15일 14:0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풍그룹은 국내 주요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한 지붕 두 가족' 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장병희·최기호 창업주의 동업이 대를 내려오면서 이어지는 중이다. 계열분리 가능성은 물론 당위성도 다른 어느 그룹보다 높은 셈이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중장기적으로 고려아연을 중심으로 하는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에서 떨어져 나가는 시나리오를 가장 유력하게 봤다. 최씨 일가가 실질적으로 고려아연을 경영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대로 가면 두 집안 모두에게 넘어야 할 산이 생긴다. 장씨 일가는 당장 고려아연이 떨어져 나가면 그룹 외형이 쪼그라든다. 고려아연을 대신할 만한 새로운 회사를 키워야 한다. 장씨 일가는 당장 고려아연 지분을 넘겨받기 위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2조원이 훌쩍 넘는다.

영풍그룹은 아직까지 눈에 띄는 계열분리 움직임은 없는데 결국 두 집안 모두의 ‘필요’에 따라 현재의 경영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풍그룹은 해방 직후인 1949년 고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으로 설립한 영풍기업사를 모태로 한다. 두 집안은 70여 년 동안 번갈아 회장을 맡으며 잡음없이 성장을 이끌어왔다. 장씨 일가는 대표회사인 ㈜영풍과 전자 계열사인 영풍전자, 인터플렉스, 코리아써키트 등을 이끌고 있다. 최씨 일가는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 중심의 비철금속 사업을 맡고 있다.

사실 지배구조로 봤을 때 두 가문의 분리는 그리 복잡하진 않다. ㈜영풍이 보유하고 있는 고려아연 지분 27.5%를 최씨 일가가 넘겨받으면 된다. 그러나 해당 지분가치는 14일 종가 기준으로 2조4000억원이 넘는다.

장씨 일가에게도 고려아연이 떨어져 나가는 게 달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풍그룹에서 고려아연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홀로 영풍그룹 전체 매출의 50% 이상, 영업이익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최씨 일가가 경영하고 있는 다른 계열사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비약적으로 확대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독립하면 사실상 영풍그룹은 ‘그룹’으로 불리기 어려운 수준으로 사세가 크게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의 두 아들이 계열사를 직접 이끌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고려아연과 비교하면 여전히 실적은 초라한 수준이다. 장 고문의 장남 장세진 사장이 이끄는 코리아써키트는 지난해 매출이 9021억원을 기록했다. 차남 장세환 대표가 이끄는 서린상사의 지난해 매출은 1조7080억원이다. 같은 기간 고려아연은 매출 7조5819억원을 거뒀다.


영풍그룹은 70년 넘게 동업을 하면서 경영권 분쟁 한 번 없이 안정적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선대부터 일정한 지분 구조를 유지하며 서로의 영역에 간섭하지 않았던 점이 비결로 꼽힌다.

그러나 영풍그룹이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장씨 일가의 지분율이 10%포인트 이상 높아진 반면 최씨 일가는 지분율이 10%포인트 떨어졌다. 1분기 말 기준 장씨 일가가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영풍 지분은 55.6%에 이른다. 직접 보유분이 29.3%이고, 씨케이를 통해서도 9.2%를 보유하고 있다. 씨케이는 장씨 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한 회사다.

장씨 일가는 특히 영풍개발을 통해서 ㈜영풍 지분 15.5%도 들고 있다. 씨케이 → 영풍문고홀딩스 → 영풍개발→ ㈜영풍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장형진 고문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에이치유도 ㈜영풍 지분 1.6%를 들고 있다.

반면 최씨 일가가 보유한 ㈜영풍 지분 경원문화재단(지분율 0.76%)을 포함해도 14% 수준에 그친다. 게다가 2세들이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2세인 최창영 코리아니켈 대표가 4.14%의 지분을 소유해 최씨 일가 중 가장 많은 지분을 쥐고 있다. 다음으로는 최창근 고려아연 회장 3.62%,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 2.85% 등이다. 3세 중에선 최윤범 고려아연 부회장만 지분 2.18%을 들고 있다.

재계는 우선 최씨 일가에서 3세로의 지분 승계가 먼저 이뤄진 뒤 3세경영을 이어가면서 서서히 계열분리 방안을 마련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승계 작업 역시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20년 전 지분을 넘기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한 장씨 일가와 달리 최씨 일가는 앞으로 수천억원 규모의 막대한 증여세를 부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장씨 일가 우위의 지배구조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최씨 일가가 증여세 납부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현물납부를 할 경우 지배력이 더욱 약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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