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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 명퇴’ 결단이 필요하다 [thebell note]

김규희 기자공개 2021-07-19 07:00:21

이 기사는 2021년 07월 16일 07:4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책은행들의 희망퇴직 현실화 요구를 단순히 밥그릇 문제로 봐주지 않았으면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로 디지털전환이 발 빠르게 진행되는 시점에서 생존이 걸린 문제에요. 경쟁상대는 유휴 인력을 내보내고 조직 효율화에 나서는 등 전력질주하고 있습니다. 저희만 족쇄에 묶여있는 기분입니다.” 한 국책은행 고위 관계자 말이다.

자리를 떠나는 직원들이 퇴직금 규모를 늘려달라는 주장은 외부에서 바라보기에 충분히 납득이 가는 요구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이왕 퇴직하는 김에 최대한 받을 수 있는 만큼 챙겨 나가야 조금이라도 안정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용자가 나서서 퇴직금을 늘릴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는 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가는 사람에게 최소한의 퇴직금을 쥐어줘야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괴현상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어떻게든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인력들을 내보내기 위해 안달이 나있는 상황이다. 기재부로부터 총원 통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유휴 인력을 내보내야만 디지털 전문 인력을 수혈할 수 있다.

국책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건 위기감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은 지난해말부터 올해 6월까지 2600명 넘는 직원을 내보냈다. 통상 연말 1회 실시하던 희망퇴직을 이례적으로 한차례 더 늘리기까지 했다. 점포 축소와 디지털 전환이 맞물리면서 유휴 인력을 정리해 금융혁신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판단이다.

반면 국책은행에서는 2015년 이후 단 한 명의 희망퇴직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기재부 지침에 따라 퇴직금 규모가 임금피크제 기간 동안 받을 수 있는 금액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이다. 한 국책은행 직원은 “자녀 장학금 등 복지 혜택을 고려하면 바보가 아닌 이상 회사를 떠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대로라면 내년말 임피제 직원 비중은 15%에 달해 조직 노쇠화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럼에도 해결은 요원하다. 제도 개선의 키를 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제도 개선이 필요다고 본다”고 말하며 실마리가 보이는 듯 했으나 기재부는 타 공공기관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여전히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기재부는 전향적인 결정을 내려 혁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업률은 2017년 3.7%에서 올 5월 4.0%로 뛰었다. 청년 체감실업률은 22.7%에서 24.3%로 올랐다. 명예퇴직을 실시하면 청년 채용의 활로가 열린다.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국무조정실은 조만간 제도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코로나19 위기까지 겹쳐 금융권 채용문이 꽉 닫혀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쩌면 무리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원죄를 갚을 기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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