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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갈등' 불거진 삼영화학그룹은 캐파시터 1위 삼영화학, 오너십 변경 후 실적 악화…알짜 변모 삼영중공업 갈등 점화

이우찬 기자공개 2021-07-22 14:52:06

이 기사는 2021년 07월 21일 16: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조원 이상의 기부로 잘 알려진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과 장남 이석준 삼영화학 회장의 갈등이 불거진 삼영화학그룹에 관심이 쏠린다.

국내 1호 화학기업인 삼영화학은 친환경차 등에 쓰이는 캐파시터를 생산하는 업체로 시장에서 주목받지만 수년 동안 적자에 시달리다 지난해 흑자로 전환하는 등 사업 측면에서는 부침을 겪고 있다. 2020년 말 기준 최대 주주는 장남 이 회장으로 지분율은 21.46%다.

삼영중공업은 1970년대 타의로 중공업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이 명예회장이 아흔을 앞두고 설립한 기업이다. 이 회장 측은 이 명예회장이 고령으로 경영을 할 능력이 부족하고 임기가 끝났다며 대표이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1호 화학기업 '삼영화학'

삼영화학은 이 명예회장이 1959년 설립한 캐파시터, 포장용 필름 전문 제조업체다. 캐파시터 필름은 일반 생활가전에 사용되는 콘덴서,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에너지에 사용되는 인버터에 사용된다. 또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의 콘덴서 핵심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포장용 필름은 식품, 산업용품의 보관, 운송 시 제품의 보호 용도로 사용된다.

2020년 누적 기준 제품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BOPP(식품포장용 필름) 26.2%, PPC(캐파시터 필름) 23.3%, 중공업 21.3% 등이다.

삼영화학은 필름형 박막 콘덴서(전류안정화장치, 축전기) 소재인 캐파시터 필름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한다. 주력제품인 캐파시터 필름 국내시장 점유율은 약 80%에 이르며 글로벌에서는 일본 도레이, 왕자제지에 이어 점유율 3위다.


현재 부자지간에는 주력제품인 캐파시터 필름을 둘러싼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이다. 재계에 따르면 삼영화학은 3.0미크론(μ)의 캐파시터 필름을 개발하는데까지 성공했다. 3.0미크론 두께의 캐파시터 필름은 텔레비전, PC 등에 주로 사용된다.

쟁점은 2.3미크론 두께의 캐파시터 필름이다. 2.3미크론의 캐파시터 필름은 전기차, 수소차에 쓰이는데, 일본 도레이가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명예회장 측은 삼영화학이 2.3미크론급 캐파시터 필름 개발에 사실상 실패해 신뢰 위기에 내몰렸다고 주장한다. 필름 개발에 실패했는데도 무리한 투자 등을 진행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삼영화학은 지난달 270억원을 캐파시터 필름 생산 설비 확충해 투자한다고 공시했다. 반면 삼영화학 측은 2.3미크론의 캐피시터 필름을 완성차 업체를 상대로 시험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실패가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삼영화학은 2020년 연결기준 매출 1177억원, 영업이익 1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생산공장을 풀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에도 주력인 캐파시터가 각국의 그린정책 등으로 태양광, 풍력발전 증가로 이어지며 캐파시터 필름 수요도 늘었다.

지난해 턴어라운드에 성공했으나 그동안 부침을 겪었다. 2020년 영업 흑자는 2012년 이후 8년 만이다. 2013~2019년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었다. 2010년 이후 삼영화학은 2011~2013년 2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에서 흑자를 기록했다.

시계열을 더 앞으로 돌려 2000년대를 보면 2004~2007년 1000억원대 매출, 영업은 적자였다. 2008년 다시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2009~2012년 연간 2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오너십 바뀌고 사업 수익성 '곤두박질'

공교롭게도 삼영화학이 2013년 매출 2000억원에서 1000억원대로 주저앉은 국면에서 부자지간의 오너십이 바뀐 점이 주목된다. 이종환 명예회장은 2013년 회장에서 명예회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아들인 이석준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재계에 따르면 이 명예회장의 2선 후퇴 이후 벌어진 구조조정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사실상 현재 갈등의 씨앗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창업주로서 경영에 관여한 이 명예회장은 2014년 삼영화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임원 구조조정을 진행하려 하자 사장, 부장급 등 8명이 '8인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조직적으로 저항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이 사실상 이들의 조직적 행동을 방관했다는 게 이 명예회장 측의 주장이다.

이 회장은 승진 2년가량이 지난 2015년 7월 제일모직 임원 출신으로 전문경영인으로 일해오던 이병호 대표이사와 함께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 과정에서 당시 김부규 감사가 이 회장의 대표이사 직무집행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가 소를 취하하기도 했다. 이병호 대표는 이 회장의 대표이사 선임 한 달 만에 사임했고 삼영화학은 이 회장 체제로 완전히 힘이 기울었다.

장남인 이 회장 체제로 오너십이 바뀌었으나 이후 2019년까지 암흑의 시간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누적된 영업손실로 2017년 말 기준 재무제표 자본계정의 결손금은 11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흑자전환으로 가까스로 7억5600만원의 이익잉여금을 기록할 수 있게 됐다.

2015년 8월에는 M&A(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누적된 영업적자 등으로 이 회장 측이 원하는 거래금액에 맞는 인수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쟁의 핵심 삼영중공업

양측이 직접 부딪치는 곳은 삼영화학이 지분 37.5%를 쥐고 있는 삼영중공업이다. 삼영중공업은 플랜트 제작, 선박용 엔진부품 사업을 영위한다. 삼영화학이 최대 주주다. 이 회장이 36.25%로 2대 주주이며 이 명예회장과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이 각각 22.5%, 3.75%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은 아흔을 눈앞에 둔 2008년 삼영중공업을 설립했다. 1970년대 중공업 사업을 접어야 했던 한을 뒤늦게나마 풀고자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이 명예회장은 1970년대 국제전선이라는 국내 최대 규모 전선 공장을 세웠는데, 사업을 접고 경쟁사인 대한전선, 금성전선에 넘겼다고 전해진다. 박정희 정권 당시 이른바 '정경유착' 속에 이 회장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 측 관계자는 "당시 이 명예회장도 정치권과의 결탁 앞에서는 혼자 힘으로 감당할 수 없었다"며 "삼영중공업은 이 명예회장이 여생 동안 중공업 발전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세운 기업”이라고 덧붙였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영중공업은 조선업 불황 속에 2009~2018년 10년 연속 적자를 거듭했다. 2019년 처음 흑자를 기록한 삼영중공업은 2020년 1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삼영화학의 2020년 연결기준 매출 13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액수다.

이 명예회장 측 관계자는 "이 명예회장은 대표이사로서 유력 중공업기업과 부분 M&A를 진행하는 등 회사에 애착이 남다르다"고 덧붙였다.

재계에 따르면 삼영중공업이 흑자를 내고 삼영화학그룹에서 알짜 회사로 변모하자 이 회장이 이 명예회장을 고령과 임기 만료를 이유로 물러나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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