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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대표 물러나시라" 삼영家 부자의 깊어진 갈등 삼영중공업 경영권 내놓으라는 아들 이석준 회장…진흙탕 싸움 가능성

박기수 기자공개 2021-07-22 14:51:55

이 기사는 2021년 07월 21일 14: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영화학의 창업주 이종환 명예회장과 장남 이석준 회장 간 갈등이 불거졌다. 이석준 회장이 삼영화학 자회사 '삼영중공업'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아버지 이종환 명예회장의 해임 요구를 공식화하면서다. 장남의 아버지 대표 해임 건을 계기로 근 몇 년간 부자 간의 곪은 상처가 터져나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이 명예회장은 한 언론과의 대화를 통해 이 회장을 상대로 소송 혹은 경영권 분쟁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해진다. 이 명예회장은 이 회장이 '정도 경영'을 하지 않을 경우 이달 내로 민·형사 소송 제기에 기관투자자와 함께 적극적인 주주 제안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명예회장 측근은 21일 "이석준 회장이 이종환 명예회장을 삼영중공업 대표이사에서 해임시키고자 한 것이 부자 간 갈등의 핵심 원인"이라고 밝혔다.


삼영화학은 이종환 명예회장이 1959년 세운 '국내 1호 화학사'로 △캐파시터필름 △필름포장재 △친환경PO랩 등 필름 관련 사업과 자회사 삼영중공업을 통해 △실린더 라이너 △가스 리시브 등 대형 선박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중공업 사업 부문을 영위한다.

삼영화학의 최대주주는 이석준 회장으로 지분 21.46%를 보유하고 있다. 삼영중공업은 삼영화학이 지분 37.5%를 보유해 최대주주고 이석준 회장과 이종환 명예회장이 각각 36.25%, 22.5%를 보유해 2대·3대 주주로 있다.

이 명예회장은 2014년 삼영화학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장남인 이석준 회장에게 경영을 넘겨줬다. 다만 자회사 삼영중공업만큼은 대표직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이 명예회장 측 관계자는 "올해 초 이석준 회장이 이종환 명예회장을 삼영중공업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하는 내용이 담긴 내용증명을 보내왔다"라면서 "이 명예회장 입장에서는 자신이 세운 삼영화학·삼영중공업의 경영권을 이어받은 장남이 적반하장 식으로 경영권을 빼앗으려고 하는 처사를 두고 볼 수 없었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석준 회장이 삼영중공업 경영권을 아버지로부터 확보하겠다는 배경 중 하나로는 삼영중공업의 흑자 전환이 꼽힌다. 삼영중공업은 조선업 시황 회복의 수혜를 입어 2019년 영업손익 적자 고리를 끊고 흑자로 전환한 상태다.

작년에는 영업이익 12억원을 기록해 삼영화학 연결 영업이익 회복에 주된 역할을 했다. 사업 본 궤도에 오른 회사의 경영권을 고령의 아버지로부터 이양받겠다는 의지가 담긴 셈이다.

일각에서는 그간 부자 간 불신 등 쌓여왔던 앙금이 이번 계기로 터졌다고 본다. 재계 관계자는 "이석준 회장이 삼영화학 경영권을 온전히 쥔 2010년대 중반 이후 사세가 급격히 기우는 등 창업주 입장에서는 장남에 대한 불신이 계속 이어졌다"라면서 "그 와중에 삼영중공업의 경영권마저 빼앗으려는 식으로 전개되니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영중공업은 오는 23일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주총 안건을 확정하고 주총을 소집하기 위해서는 이사회의 결의가 필요하지만 삼영중공업 이사진들이 이사회에 제대로 참석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알려진다.

삼영중공업 이사회는 이종환 대표이사를 비롯해 이석준 회장, 이 명예회장의 손자·손부(이주찬·김도형) 등 4인으로 이뤄져 있다. 만약 주총 소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방법원의 주총 소집 명령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오너 간 합의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진흙탕 싸움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환 삼영화학 명예회장(왼쪽), 이석준 삼영화학 회장(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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