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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맥주의 외로운 정공법

남준우 기자공개 2021-07-30 08:01:57

이 기사는 2021년 07월 28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병법서의 대표주자는 '손자병법'이다. 용병하는 법을 총망라한 중국 '무경칠서(武經七書)' 중 가장 오래됐다. 춘추전국시대 오나라에서 활동한 손무가 썼다. 도교사상이 기반이 된 전략이나 속임수를 이용한 단기전에 유용하다.

손자병법처럼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오자병법' 역시 군사학도의 필독서다. 위나라 출신의 오기라는 76전 무패 명장이 저술한 병법서로 유교 철학에 기반을 둔다. 원론적인 내용으로 전쟁에서 정공법으로 승리하는 법을 주로 기술했다.

보통은 열세한 전력의 집단이 이길 수 있는 손자병법에 열광한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에게 묻는다면 '선오자병법 후손자병법'이 최선의 병법이다. 장기적으로 전력을 향상시켜 압도적 우위를 달성해야 단기전을 해볼 기회가 생긴다. 애초에 오자병법이 안 되면 손자병법을 펼칠 기회조차 없다.

제주맥주 이야기를 하려 꺼낸 서두다. 전체 맥주 시장의 2~3% 점유율을 보유한 크래프트 맥주 제조업체 중 최초로 지난 5월 코스닥에 입성했다. 상장 이후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 문혁기 대표를 인터뷰했다.

그는 철저한 오자병법 신봉자다. "크래프트 맥주는 브랜드 경쟁력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는 말이 가장 먼저 나왔다. 제주맥주 창업 전 미국 굴지의 크래프트 맥주 제조사 브루클린 브루어리와 협업하면서 배운 교훈이다.

크래프트 맥주의 심장인 양조장을 증설하며 내실을 탄탄히 다졌다. 파일럿 테스트까지 가능한 이곳에서 여러 실험 끝에 탄생한 것이 흑맥주 '제주거멍에일'이다. 브랜드 파워를 구축하기 위해 매년 꾸준한 제품 개발을 지속할 계획이다.

광고에서도 정공법을 택했다. 주류 광고 클리쉐인 빅모델을 처음부터 배제했다. 빅모델로 인한 단발적 관심보다는 좀 더 깊숙히 소비자에게 침투하기로 결정했다. 제주맥주 브랜드 자체를 전면에 내세운 애니메이션 광고를 제작한 이유다.

이따금 변칙 전술도 적절히 사용한다. 제주맥주는 일년에 한번은 좋은 기업과 단발성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할 계획이다. BBQ 등과 협업하기도 했다.

최근 국내 수제맥주 시장에 많은 플레이어가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브랜드 파워가 있는 곳은 여전히 제주맥주 뿐이다. 대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 등을 통해 몇몇 제품이 인기를 누리고는 있지만 브랜드 파워 부재는 건전한 시장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어느 분야에서나 정공법은 항상 시간이 많이 들고 어렵다. 업계 최초인 만큼 시장을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는 제주맥주의 발걸음에 건투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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