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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의 '자동차 명예의 전당 헌액식' 소회 [thebell desk]

박상희 차장공개 2021-08-02 10:12:48

이 기사는 2021년 07월 30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윤여정이라는 배우에 대한 호불호는 갈릴 수 있다. 혹 윤여정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더라도 '미나리'에서 보여준 훌륭한 연기에 토를 달기는 힘들 것이다. 이 작품으로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는 권위가 갖는 힘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세계 자동차산업 최고 권위의 ‘자동차 명예의 전당(Automotive Hall of Fame)'에 한국인 최초로 헌액됐다. ’자동차의 왕' 헨리 포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올해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난 그가 일궈낸 발자취의 대미라 할 만하다.

우리나라는 정경유착과 부정부패 잔상 때문인지 유독 오너 경영인 평가에 인색하다. 반백년을 경영인으로 살아온 정 명예회장에게도 과(過)가 없을리 없다. 그렇다고 한국 자동차산업의 위상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공(功)마저 평가절하 할 수는 없다.

22일(미국 현지시간) 열린 헌액식에서 개인적인 관심을 끈 건 참석자 명단이었다. 몸이 불편한 정 명예회장을 대신해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수상자로 참석했다. 세 딸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 정명이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브랜드 부문 사장,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사장, 사위인 선두훈 영훈의료재단 이사장,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부회장, 며느리 정지선씨도 참석했다.

정 명예회장은 슬하에 1남3녀를 뒀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와중에도 사위를 포함해 온 가족이 총출동했다. 정 명예회장의 헌액이 '가문의 영광'이라는 것을 방증했다. 평소 강조해 온 가족애와 결속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정 명예회장에 대한 가족의 존경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문득 그는 어떤 아버지였을지 궁금해졌다.

정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은 '품질 경영', '현장 경영', '뚝심 경영'으로 요약된다. 임직원에게 품질이 최우선이라는 DNA를 새기기 위해 전 세계를 누비며 생산 현장을 꼼꼼하게 챙겨야 했다. 70대 고령의 나이에도 해외 출장으로만 지구 몇 바퀴를 도는 강행군을 마다하지 않았다.

정 명예회장의 출근은 오후 3시30분이면 산책에 나섰다는 칸트의 시간만큼이나 정확했다. 오전 6시30분이면 회사에 도착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을 남들의 2배로 활용하려면 이른 아침부터 뛰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일에 파묻혀 사는 것처럼 보였던 정 명예회장도 철칙처럼 지키는 것이 있었다. 자녀는 물론 사위까지 일주일에 한번은 집으로 불러 아침 식사를 같이 했다. 쇠약해지기 전에는 종종 가족과 함께 경기도 광주 주말농장을 꾸리기도 했다. 워커홀릭인 그가 가족에게 소홀하지 않기 위해 짜낸 나름의 묘수였을 것이다.

정 명예회장은 자상한 아버지는 아니었다. 특히 외아들인 정 회장의 경영수업을 매우 엄격하게 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좀 더 잘 할 수 없나', ‘좀 더 잘 만들 수 없나'. 비수처럼 꽂히는 그의 말버릇도 종종 외아들을 향했다. 담금질을 통해 보다 강하게 키우려는 부정(父情)이었다.

정 명예회장의 명예의 전당 헌액식 소식이 알려진 날 현대차와 기아는 2분기 실적 발표를 했다. 현대차는 분기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섰고 기아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속에서 이뤄낸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실적 소식을 접한 정 명예회장이 아들인 정 회장에게 무슨 말을 했을지 궁금해진다. '좀 더 잘 할 수 없나' 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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