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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스위스프랑채권 발행 무산…달러채 선회 배경은 시장 공개 후 철회 눈길, 마이너스금리 적용 시스템 미비 탓

피혜림 기자공개 2021-08-03 07:50:21

이 기사는 2021년 08월 02일 07: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스위스프랑채권 발행 준비에 나섰지만 돌연 달러채로 방향을 바꿨다. 스위스프랑채권 주관사 및 트랜치(tranche) 등을 공개해 시장에 조달 계획을 드러낸 지 일주일여 만이다. 최근 한국물 호조 기류로 대부분의 이슈어가 무난히 발행을 성사시켜온 것과 달리, 이례적으로 조달처를 바꿔 눈길을 끈다.

발행사 및 주관사단의 조달 역량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온 배경이다. KDB산업은행이 지난달 스위스프랑채 발행 포문을 여는 등 우호적 분위기가 드러났던 터라 금리 욕심 등이 딜을 망친 게 아니냐는 해석이었다.

다만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번 딜 무산은 내부 시스템 한계가 원인이었다고 지목했다. 시스템상 스위스프랑채권의 마이너스 금리를 받아들일 수 없어 달러채 발행으로 선회했다고 설명했다.

◇LH, 사모 달러채 발행…스위스프랑채권 무산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8일 1억 3000만달러 규모의 사모채 발행을 확정했다. 만기는 3년이다. 쿠폰 금리는 0.774%%다. 납입일은 내달 6일이다. HSBC가 주관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일주일전까지만해도 스위스프랑채권 발행을 준비했다. 이달 22일께 5년물 스위스랑채권을 발행을 위한 주관사로 UBS에 맨데이트를 부여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사모 발행의 경우 맨데이트 발표 등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관련 시장에서는 공모 조달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왔다.

하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돌연 사모 달러채로 방향을 돌렸다. 지난달 KDB산업은행이 올해 첫 스위스프랑채권을 발행하는 등 시장 포문이 열렸다는 점에서 이번 무산에 더욱 이목이 쏠렸다.

한국물 시장에서는 스위스프랑채권을 포함한 이종통화 발행량이 올들어 급감했다. 유동성 강세와 저금리 기조 등으로 달러채의 금리 경쟁력이 더욱 부각된 결과다. 하지만 지난달 KDB산업은행의 2억스위스프랑 규모의 10년물 채권 발행으로 이종통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다.

이에 일각에서 주관사의 시장 판단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물에 대한 스위스 기관들의 수요가 포착되기도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주관사의 지나친 금리 욕심이 딜을 그르친 게 아니겠냐는 관측이었다. 호조를 이어가던 한국물 발행시장에 달라진 기류가 감지된 셈이다.

◇조달 역량·시장 기류 '이상무', 시스템 한계 탓

한국토지주택공사 측은 스위스프랑채권 발행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다만 내부 시스템 한계로 인해 채권을 찍더라도 이를 등록할 수 없어 달러채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스위스프랑채권의 마이너스 금리를 시스템 상 처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의 경우 쿠폰 금리를 0%대로 설정하고 할증 발행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통상적인 채권 개념과는 상이한 조건으로, 내부 시스템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단 것을 뒤늦게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스템 개발까진 수개월이 걸린다는 점에서 당장의 조달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조달처 선회가 사전 작업 미비 탓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달 사모채 발행을 위한 RFP를 발송하고 글로벌 하우스들과 최적의 조달 시장 등을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해당 노력은 내부 시스템 한계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탓에 물거품이 됐다.

한국물 시장에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 등장한 건 불과 2년여 전이다. 2019년 한국가스공사는 3억스위스프랑채권 발행으로 한국물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를 달성했다. 이어 같은해 한국수력원자력이 5년물 스위스프랑채권 발행으로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부터는 유로화채권 조달에서도 실질 금리를 마이너스로 끌어내린 곳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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