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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핵심소재 '각개전투' 투자, 계산된 매트릭스 전략? ㈜SK-SKC-SK머티, 2차전지 소재기업 '중복 투자'...제로섬 게임 아니라면 OK

박상희 기자공개 2021-08-30 07:42:54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6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흔히 SK수펙스추구위원회를 SK그룹의 컨트롤타워로 칭하지만 정작 SK 내부에서는 이런 시선을 부담스러워한다. 과거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처럼 계열사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와는 거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계열사 독립경영 체제가 자리 잡았다고 강조한다.

최근 SK그룹에서 이뤄지고 있는 투자 면면을 살펴보면 SK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지난해부터 시장에서 엄청난 각광을 받고 있는 전기차 관련 소재 투자만 하더라도 SKC, SK머티리얼즈, SK㈜ 등이 개별적으로 투자에 나섰다. 그룹 차원에서 밸류체인 등을 고려해 체계적으로 투자에 나선다기 보다는 계열사 별로 ‘각개전투’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일견 그룹 차원의 구심점이 없어 보이고, 중복 투자로 비춰지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음·양극재 투자 검토하는 SKC...SK머티, 음극재 합작사 설립

SK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먼저 그린 모빌리티에 올라탄 곳은 SKC다. 2019년 SK그룹의 화학·소재 계열회사인 SKC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동박을 제조하는 국내업체 KCFT를 인수했다. 이후 KCFT는 SK넥실리스로 이름을 바꿨다. SKC는 SK넥실리스 인수를 계기로 그린 모빌리티 소재기업으로 탈바꿈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동박 이외의 전기차 소재 사업에도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SKC가 진출할 차세대 2차전지 소재로 양극재, 음극재 사업을 가능성 높게 보고 있다. SKC는 2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앞으로 투자계획은 대부분 배터리 관련 사업 위주”라면서 “현재 양극재와 음극재 등 2차전지 소재에 관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반도체 소재기업인 SK머티리얼즈가 음극재 합작사를 설립하며 모빌리티 소재 시장에 진출했다. SK머티리얼즈가 기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사업을 넘어 배터리 소재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머티리얼즈는 미국 실리콘 음극재 분야 기업 그룹14테크놀로지스와 국내에 전기차용 배터리 핵심 소재인 실리콘 음극재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SK머티리얼즈가 약 600억원을 투자해 합작사 지분 75%를 보유하는 구조로, 2023년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SK머티리얼즈는 배터리 소재 시장 성장세를 고려해 지난해 그룹14테크놀로지스에 약 140억원을 투자해 지분 10%를 확보했다. SK머티리얼즈는 현재 이 회사의 3대 주주다.

SKC는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SKC에서 2차전지 배터리 소재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그룹에서도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계열사인 반도체 소재기업인 SK머티리얼즈가 모빌리티 소재 사업에 먼저 진출하면서 추후 SKC가 음극재 및 양극재 시장에 진출할 경우 한 지붕 아래에서 두 가족이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와 관련 SK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별로 이사회 독립 경영 체제가 자리 잡았기 때문에 수펙스나 지주사에서 계열사 별 사업과 투자 현황을 조율하지 않는다”면서 “SKC와 SK머티리얼즈의 신사업 투자는 각자 이사회에서 결정한다”고 말했다.


◇"카니발라이제이션 없다면 문제없다"

전기차 소재 사업 분야에서 중복 현상은 비단 SK머티리얼즈뿐만이 아니다. 투자형 지주사를 표방하는 SK㈜는 중국의 동박회사인 왓슨(wason) 투자를 확대했다. 계열사인 SKC가 SK넥실리스를 인수했는데, 동박은 SK넥실리스의 글로벌 경쟁사다.

SK㈜는 2018년 11월 해외 계열회사인 'Golden Pearl EV Solutions Limited(골든펄)'을 통해 왓슨의 모회사에 처음 투자했다. 이후 추가 투자를 단행하면서 지분율을 꾸준히 끌어올렸다. 가장 최근 투자는 지난해 7월 1000억원을 투입한 것이다. 이 투자를 계기로, 지분율을 30%로 끌어올려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일견 보기엔 SK그룹에서 계열사로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SK하이닉스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쟁사인 ‘인텔’의 성공 가능성에 베팅하는 모양새다. 계열사 별로 중복 투자에 나서면서 비효율적인 투자로 비춰지기도 한다.

일각에선 이같은 SK그룹의 각개전투 투자가 고도의 계산된 ‘매트릭스’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계열사 별로 중복 투자가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엔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SK이노베이션과 경쟁 관계에 있는 업체의 밸류체인까지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동박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왓슨은 국내 LG화학, 삼성SDI, 일본 마쓰시다(Matsushita), 중국 CATL, BYD 등에 동박을 공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이 SK이노베이션 계열 소재 업체와 거래 관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SK이노베이션 역시 공급사슬 안정화 차원에서 SK넥실리스 이외의 동박 업체가 필요하다.

SK머티리얼즈와 SKC의 소재 사업 진출도 얼핏 중복으로 보일 수 있지만 향후 규모의 경제를 키우기 위해 두 사업을 합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C의 자회사로 반도체 소재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SKC솔믹스와 SK머티리얼즈의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업을 맞교환 할 수도 있다는 시각이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다. SK머티리얼즈와 SKC솔믹스는 각각 SK㈜와 SKC의 100% 완전 자회사이기 때문에 이같은 거래를 효율적으로 단행할 수 있다.

결과론적으로 계열사별로 중복 투자가 이뤄져도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 SK그룹 측의 생각이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 시장은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한 그룹에서 계열사별로 중복 투자에 나서도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훨씬 크다는 설명이다.

SK그룹 관계자는 “SK넥실리스가 동박 사업을 하는데 SK㈜가 왓슨에 투자한다고 해서 SK넥실리스가 손해를 본다거나 하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계열사별 중복 투자로 인한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 잠식)이 일어나지만 않는다면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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