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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탈사 장기CP '기승'…금리인상기 피난처? 여전채 조달여건 악화에 관심 쏠려, 시장 감시 기능 약화 우려

이지혜 기자공개 2021-09-13 08:02:49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7일 16:3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기 기업어음(CP)이 쏟아진다. 여전사들의 장기CP 발행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가운데 특히 캐피탈사가 눈에 띈다. 올 들어 이 시장에 데뷔한 캐피탈사가 유달리 늘었다. 금리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장기CP가 안정적 투자처로 선호받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장기CP 발행 확대 기조가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장기CP가 늘어날수록 금융당국이 여전사의 자본적정성을 관리하기가 어려워진다. 유통수익률을 통한 시장의 크레딧 리스크 감시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받는다.

◇캐피탈사 장기CP 봇물

7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올 들어 6일까지 캐피탈사가 발행한 장기CP는 모두 2조57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발행된 장기CP의 31%, 전체 장기CP 잔량의 13.8%에 해당한다. 2021년 발행된 장기CP는 모두 8조2450억원, 전체 장기CP 잔량은 18조6568억원이다.
*2021.09.06일 기준
발행사 수로 따져도 적잖은 규모다. 올 들어 장기CP를 발행한 기업은 모두 32곳이다. 이 중 캐피탈사가 11곳이나 된다. 카드사는 6곳이 3조9700억원, 일반기업은 15곳이 1조7050억원 규모로 장기CP를 발행했다.

발행규모로 따지면 카드사의 장기CP가 가장 많지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카드사는 이미 수년 전부터 장기CP로 자금을 조달해왔다. 전체 장기CP 잔량의 42%(7조9250억원)를 카드사가 차지할 정도다.

반면 캐피탈사가 장기CP를 적극 발행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유독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올 들어 장기CP 시장에 데뷔한 캐피탈사도 많다. M캐피탈과 우리금융캐피탈, KB캐피탈, IBK캐피탈, 애큐온캐피탈 등이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수요 급증

여전채 조달환경이 나빠지면서 장기CP 발행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6일 마켓코멘트를 내고 “저금기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그동안 조달환경이 우호적이었지만 금융통화위원회가 최근 기준금리를 올린 데 이어 추가 인상하려는 의지를 보이면서 회사채 시장에서 변화가 감지됐다”고 썼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8월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25bp 높였다. 기준금리가 오른 것은 2년 9개월 만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당시 “실질 기준금리가 큰 폭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어 여전히 완화적 수준”이라며 “경기 여건에 맞춰 금리정책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CP는 금리변동성이 커졌을 때 상대적으로 안정적 투자처로 여겨진다. 발행사 관계자는 “장기CP는 평가방식이 회사채와 달라 투자자층이나 편입되는 펀드도 구분된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여전채 투자수요가 위축됐기에 수시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캐피탈사가 장기CP로 눈을 돌리고 투자자도 여기에 호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CP 발행규모가 2분기와 3분기에 특히 늘어난 이유다. 연말까지 이런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변곡점에 있을 때 장기CP 수요가 늘어난다”며 “기준금리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장기CP 발행 규모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크레딧 리스크 감시기능 저하?

장기CP는 자금조달이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캐피탈사에게 있어서 유인이 크다. 당장 금리 메리트가 있을 뿐 아니라 만기구조와 발행규모를 회사채보다 훨씬 유연하게 설정할 수도 있다.

예컨대 여전채는 3년물, 5년물 등 다소 정형화한 만기에 맞춰 발행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장기CP는 1년 9개월, 4년 6개월 등으로 만기구조를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다. 더욱이 발행절차도 회사채보다 간편하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한다고 해도 미리 투자자와 협의를 끝낸 상태에서 발행하는 경우가 많아 사모채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CP 시장의 팽창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CP는 만기까지 이자를 미리 투자자에게 지급한다. 발행사는 액면가보다 적은 금액을 조달하지만 투자자는 실질적으로 이자를 미리 받는 효과를 얻는다. 이는 편의성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이자지급 적시성 등을 통해 투자자가 기업의 재무상황 변화를 수시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 금융당국의 사각지대를 키울 수 있다. 캐피탈사는 주로 일괄신고제를 활용한다. 발행사는 절차를 생략해 수시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은 차입계획을 미리 파악해 자본적정성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다. 그러나 장기CP를 활용하면 일괄신고제 한도를 적용받지 않아 규제차익이 발생한다.

이밖에 장기CP는 현재 장기금융상품의 유통금리와 비교해 발행금리가 결정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장기CP는 발행사의 크레딧 리스크를 회사채처럼 만기별 유통수익률의 변동을 통해 시장에서 검증할 수 없다”며 “시장감시 능력이 저하될 뿐 아니라 장․단기 금리의 왜곡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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