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9월 08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의 비전은 '인류를 위한 진보'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지이기도 하다. 현대차의 모든 활동이 인류의 삶과 안전, 행복에 기여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현대차의 탄소 중립 선언은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비전의 출발점이다.

현대차가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1'에서 2045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자동차 생산부터 운행, 폐기까지 전 단계에 걸쳐 탄소 순배출 제로(0)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기후변화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자 직면하고 있는 도전 과제이며 전 인류의 각별한 관심이 시급하다"고 탄소 중립의 배경을 설명했다.

영화 인터스텔라, 엘리시움, 알리타, 어벤저스(인피니티워), 다운사이징 등 일련의 SF물은 기후변화와 인구과잉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단순히 SF물로 치부하고 즐기기에는 내용이 너무 무겁다. 자원고갈과 환경오염,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 그 속에서 고통스럽게 생존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바로 수십년 후 우리 자식들이 살아갈 지구가 그런 곳이 아닐까.

이상 기온에 따른 기록적인 폭염이나 폭우, 폭설 등이 이제 낯설지 않다. 기상재난이나 지후변화 피해는 사회기반시설이 취약한 저개발국가들에게만 주로 발생했지만 이제는 전지구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자동차 기업으로서 이동수단의 탄소 중립은 반드시 이뤄야할 조치다. 다행스럽게 현대차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려 공장에서 발생하는 탄소 등도 줄이기로 했다. 전 세계에 있는 현대차 공장의 전력 수요 90% 이상을 2040년까지, 100%를 2045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충족시킨다는 목표다.

궁금증 하나. 현대차가 2026년 준공을 계획하고 있는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의 탄소 중립 방안이다. 현대차가 밝힌 탄소 중립 계획에도 GBC는 들어있지 않다. 105층(569m)의 초고층 빌딩을 짓는 기존 안이나 50층짜리 건물 세 동으로 변경하는 안 등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어찌됐던 GBC 건축에 따른 막대한 이산화탄소 발생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세계 건물 건축 연합(Global Alliance for Buildings and Construction)이 2019년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건축 부문은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36%를 차지하고 에너지와 관련된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40%나 차지하고 있다.

특히 2020년 기준 서울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0%가 건물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에너지다소비건물의 온실가스 배출량) 난방면적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해 보면 대기업이 가장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1㎡당 약 11톤으로 2위인 백화점(0.2톤)보다 55배나 많은 수치다.

국내 최고 빌딩인 롯데월드타워는 신재생에너지로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15%를 담당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사화탄소 배출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한다. 롯데월드타워는 수열 에너지, 지열 난방시스템, 태양광 집열판 등 신재생에너지를 적용하고 있다. 이 정도만 해도 국내에서는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제로에너지빌딩(ZEB)'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외부에너지를 쓰지 않고 자체적인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에너지 소요량을 최소화한 건축물이다. 국내 초고층 빌딩 가운데 탄소를 발생시키는 외부에너지를 쓰지않는 ZEB 1등급 인증을 받은 곳은 전무하다.

'말뫼의 눈물'로 유명한 스웨덴 말뫼에는 주목할만한 건물이 있다. 현대중공업에 1달러에 팔린 세계 최대 규모의 크레인이 있던 자리에 들어선 '터닝 토르소(Turning Torso)'라는 빌딩이다. 1층부터 54층까지 정확히 90도가 비틀어진 모양을 하고 있는 특이한 빌딩이다.

이 건물은 보기에만 멋질 뿐 아니라 친환경 건물로도 유명하다. 건물에 필요한 전기는 인근 지역의 풍력 터빈으로부터 얻고 냉난방은 지열과 태양열로 해결한다. 탄소 중립을 통해 과거의 절망을 딛고 친환경 도시의 랜드마크로 각광받고 있다.

GBC가 완공되면 현대차의 '글로벌 허브'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그런 점에서 현대차의 탄소 중립 선언이 GBC에도 적용될지 관심이다. 적지 않은 비용을 수반하겠지만 현대차그룹의 수소 밸류체인 개발 능력이라면 수소 에너지 중심의 '현대 모터 타운'을 건설하는게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다. 국내 최초로 완전한 탄소 중립 빌딩이라는 명예는 덤이다.

이제 관건은 '인류를 위한 진보'를 꿈꾸는 정의선 회장을 비롯한 매니지먼트의 의지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