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0월 05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흔히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 말한다. 사람마다 삶의 출발점은 다르지만 시간만큼은 동일하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나 평등하게 누려야 마땅할 이 시간이라는 개념은 '만기'라는 벽이 존재하는 사모펀드에게는 종종 발목을 잡는 족쇄이기도 하다.최근 인수합병(M&A) 업계에선 대기업과 재무적투자자(FI)간 법정 다툼이 심심찮게 목격된다. 두산그룹과 FI간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소송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FI간 분쟁, 남양유업 M&A를 두고 벌어진 홍원식 회장과 한앤컴퍼니간 소송 등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들은 대기업과 FI간 법정 다툼이란 점 외에 하나의 공통점이 더 있다. 바로 '시간'이다. 대기업에도 FI에도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지만 당사자들이 맞닥뜨린 상황이 서로 다른 만큼 시간은 결코 똑같이 흐르고 있지 않다는 점이 포인트다.
시간을 끌수록 불리해지는 건 FI다. 한정된 기간 안에 펀드 운용과 투자 회수를 이행해야 하는 이들에 주어진 시간은 무한하지 않다. 출자자와 협의를 통해 만기를 연장할 수 있겠지만 투자의 최종 성적표가 되는 내부수익률(IRR)은 투자 기간이 길수록 떨어진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인력과 자산을 보유한 FI 입장에서 투자 활동과 동시에 재판을 감당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심리적 압박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반면 대기업은 한층 여유롭다. 투자 회수에 대한 압박이 없고 상대적으로 많은 인력과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차이는 법정 다툼이 지속되더라도 얼마든지 본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DICC 공판은 2011년부터 시작해 10년을 끌었다. 대기업을 상대로 트랙레코드를 쌓으려던 FI들은 긴 법정 다툼 끝에 투자 원금도 건지지 못했다. 남양유업을 합리적 가격에 인수를 진행한 뒤 밸류업을 시도하려던 한앤컴퍼니의 계획도 예측불허의 소송전으로 번졌다.
사실 업계에서 대기업과 FI는 적(敵)보다는 상생 관계에 가깝다. 대기업은 사업구조 개편과 유동성 확보를 위해 대형 딜을 내놓으면서 M&A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는 존재다. FI는 때로는 백기사로, 때로는 밸류업 방향을 제시하는 길잡이로 활약하며 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I에게는 부족한 시간을 볼모로 문서상 명시된 계약을 이행하지 않고, 법정다툼을 벌이는 상황을 목도할 때마다 허탈한 감정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대기업들에게 과연 상생의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투자를 위해 신뢰는 최소한의 요건이다. 대기업은 부족한 유동성을 시장에서 공급받고, FI들은 대기업의 파트너로 활약하면서 자본이득을 취할 수 있는 구조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대기업과 FI 모두 윈윈하기 위해서는 결국 계약의 기본인 신뢰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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