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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톤이 쏘아 올린 '의무공개매수' 국민연금 받을까 [한샘 M&A]유럽 등 '일반 대주주·소액주주' 신의성실 의무, 국내선 공개 매각 제한적 적용

전효점 기자공개 2021-09-14 07:24:12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3일 08: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샘 2대 주주인 미국 헤지펀드 테톤캐피탈파트너스가 이번 매각 과정에서 최대주주를 제외한 다른 주주의 가치를 침해했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딜에 제동이 걸렸다. 테톤캐피탈파트너스의 지적으로 새삼스레 '의무공개매수(Mandatory Tender Offer)'가 재조명 받고 있는 가운데 3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거취에 이목이 쏠린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테톤캐피탈파트너스는 조창걸 명예회장을 비롯한 사내이사 5인을 상대로 수원지법 안산지원에 유지청구 가처분 신청을 냈다. IMM프라이빗에쿼티의 기업 실사 과정에서 한샘 이사진이 회사가 보유한 인허가, 자산, 지적재산권, 주요 계약 등 매각조건과 가격을 정하기 위해 필요한 어떤 자료도 제공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게 골자다.

한샘 5% 이상 주주 및 소액주주 현황 (2021년 반기 말)

테톤캐피탈파트너스 측이 예상보다 강수를 두면서 문제를 제기해오면서 순항하던 딜의 향방에도 안개가 끼게 됐다. 같은 날 IMM프라이빗에퀴티가 한샘 인수를 위해 설립하는 PEF에 롯데쇼핑을 전략적투자자로 유치해 약 3000억원의 외부 자금을 조달하는 등 가속도가 붙는 상황이었다.

테톤캐피탈파트너스 주장의 골자는 한샘 최대주주가 지분을 비공개로 매각하는 과정에서 그외 주주들이 철저히 배제됐을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공개매수권 등을 부여받지 못해 주주권이 심각하게 침해됐다는 것이다. 이는 공개매수 등을 통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다른 주주들과 향휴하자는 것으로 글로벌 M&A 시장에서 일부 통용되고 있는 의무공개매수 제도와 개념적으로 유사하다

올 7월 조창걸 회장 외 최대주주 측은 IMM프라이빗에쿼티와 보유 지분 30.21%을 인수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곧이어 기업 실사를 진행했다. 주주들은 MOU 체결 시점에서야 최대주주가 교체된다는 내용을 공유받았다. 전체 주식의 21%를 보유하고 있는 5% 이상 대주주를 비롯해 나머지 21%를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은 이 과정에서 회사 측과 어떤 소통도 할 수 없었다.

주식 매수청구권도 부여받지 못했다. 현재 거론되는 최대주주 지분 매각가는 약 1조5000억원으로 주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22만원 안팎이다. 한샘 현 주가밴드의 2배에 이르는 가격이다. 최대주주는 주가의 100%에 이르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받아 상당한 초과이익을 얻었다. 다른 주주들은 이같은 프리미엄을 공유받을 수 없었다.

특히 2009년 한샘 주식에 처음 투자한 이후 지난 13년간 지분을 차곡차곡 늘리면서 지분 8.43%를 보유한 2대주주로 정착한 테톤캐피탈파트너스 입장에서는 다소 무방비로 맞이한 뉴스였던 셈이다.

양해각서가 체결됐다는 사실이 공개되자 한샘 주가는 25% 치솟았지만 이튿날 곧바로 15% 급락한데 이어 이후에도 내림세를 타면서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 최근 주가는 10만원~12만원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같은 주가 움직임은 한샘 딜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의무공개매수 제도는 대주주가 아닌 3자가 기업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상장기업 주식을 25% 이상 매수하려면 잔여 주식 50% 이상을 공정한 가격에 의무적으로 공개매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지배권을 획득하려면 지분 부분 인수 대신 전량 인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 지분으로 기업 경영을 좌우하는 최대주주의 전횡을 줄일 수 있고 소액주주의 권리도 보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명문화된 법으로 해당 규정이 적용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다수 판례를 통해 대주주의 소액주주에 대한 신의성실 의무에 대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원활한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폐지했다. 현재 국내 공개매수 제도는 거래소 및 코스닥 상장기업 주식 5% 이상을 10인 이상의 주주로부터 장외 취득할 경우에 한해 금융감독위원회에 신고서를 제출하고 신문 공고 등을 통해 공개매수 절차를 따르도록 한다.

그러나 그간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적용되는 공개 딜에 한해서도 소액주주들이 부여 받은 주식매수 청구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평가받는 대주주의 주식 가치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기 일쑤였다. 한샘과 같은 비공개 딜은 말할 것도 없다

외환위기 당시와 자본시장 환경이 변화하면서 의무공개매수 제도는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재도입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배권 거래를 투명하게 해 소액주주 권리를 보호하고, 조달 비용 등을 낮추는 순기능이 조명받으면서다. 원매자의 입장에서는 인수합병 비용이 증가하는 단점이 있다. 테톤캐피탈파트너스의 반론 제기 역시 외국계 헤지펀드의 이익 추구 행위로 일축시켜 버리기에는 가볍지 않은 화두를 던져주는 이유다.

자연히 시장의 이목은 법원의 판결 외에도 국민연금의 거취로 모이고 있다. 국민연금은 반기 말 기준 테톤캐피탈파트너스에 이어 한샘 지분 6.92%를 보유한 3대 주주다. 국민연금이 테톤캐피탈파트너스의 주장에 대해 단순 찬반을 떠나 주주가치의 대변자로서 어떤 형태의 태도를 보여줄지 여부도 주주가치 논의에 활기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전에 법원에서 테톤 캐피탈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다면 한샘 인수합병 과정에도 차질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한샘 내부에서는 실사가 거의 끝난 시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테톤캐피탈파트너스의 주장이 인용된다고 하더라도 딜 완주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 못하리라는 시각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한샘 관계자는 "테톤 측의 주장은 영미권에서는 통용되는 법에 근거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공개적으로 진행된 M&A 딜에 제한적으로 인정된다"면서 "조창걸 명예회장과 IMM프라이빗에쿼티간 거래는 비공개 매각으로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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