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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결합심사 난기류, 산은 '부분 매각' 카드 꺼내나 독과점 문제 탓, LNG사업·계열사 지분 정리 필요성 거론

김규희 기자공개 2021-09-17 10:13:41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6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절차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KDB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독과점 우려로 심사를 장기화 하고 있는 탓이다. 일각에서는 EU 측이 내건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LNG 사업부문 매각 또는 계열사 정리가 불가피하다는 해석마저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매각 작업은 ‘올스톱’된 상태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9년 2월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는 내용의 인수합병(M&A)를 체결했고, 현대중공업은 같은해 EU를 포함한 6개국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해둔 상태다. 하지만 2년여 시간이 지나도록 우리나라와 EU, 일본의 경쟁당국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당초 결합심사를 신청했던 시기에는 심사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세계 1, 2위를 다투는 조선사 간 합병인 만큼 컨테이너사업이 승인심사의 주안점이 될 것으로 봤으나 예상외로 당시 시장이 크지 않았던 LNG 운반선 이슈가 커졌다.

EU집행위원회 산하 경쟁분과위원회는 지난해 6월 중간결과보고서를 통해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 등 건조 시장에서는 경쟁 제한 우려는 해소된 것으로 판단했으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독과점 우려를 제기했다. LNG운반선 시장 독과점 우려 해소를 위해 구조적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U측이 완강하게 버티면서 심사가 장기화되자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문제는 최근 대우조선의 실적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EU 판단이 불투명한 가운데 사업 경쟁력 약화라는 악재까지 겹친 것이다.

대우조선은 올 상반기 1조247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영업손실액은 1조2203억원에 달했다. 매출액은 2조17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7% 감소했다. 지난 2~3년간 저조한 수주로 인해 매출 급감과 건조 중인 제품의 고정비 부담 증가, 최근 강재를 포함한 자재 가격의 급격한 상승 영향 때문이다.

만약 딜이 무산될 경우 산업은행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딜이 깨지면 산업은행은 다시 대우조선을 품어야 하는데 수주잔고가 2014년 523만달러에서 지난해 189만달러로 줄어드는 등 대우조선이 자력으로 경영정상화 궤도에 오르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 역시 피해가 불가피하다. M&A에 들어간 비용 외에도 당초 그려둔 조선업 로드맵에 차질이 생긴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 인수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개발, 수주 협상력, 구매력 등 규모의 경제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무엇보다 그룹 지배구조에 있어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은 차기 총수로 꼽히는 정기선 부사장 체제 전환에 나선 상황이다.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아래 대우조선,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구조 완성으로 정 부사장에 힘을 실어주고자하지만 딜이 무산될 경우 미래 미전 제시라는 총수 자질에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보니 시장 일각에서는 EU 경쟁당국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EU측은 LNG 운반선 시장에서의 독과점 가능성을 중요시 여기고 있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LNG 사업부문 매각 또는 자회사 정리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시장에서는 LNG 사업부문만 따로 매각하는 방안은 구조적으로 어려운 만큼 자회사 정리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이나 현대삼호중공업 등 지분 정리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1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례적으로 공정위를 향해 쓴소리를 내뱉은 장면은 이같은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이 회장은 “EU 경쟁당국이 아마존이나 구글, 페이스북 등 빅테크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려 하면 미국 경쟁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보호하지 않느냐”며 “그런데 우리는 그냥 기다리고 앉아서 다른 나라가 하는 걸 보고 (결정)하자는 기분이 들어 심히 섭섭하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정부 산하기관인 산업은행 수장이 정부 부처를 공개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위기감이 커지자 공정위를 통해서라도 EU측 동의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초 세계 1위 크루즈선 제조업체인 핀칸티에리와 샹티에 델 아틀란티크의 인수합병 딜이 무산됐는데 시장 침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EU의 까다로운 독과점 심사 영향도 있었다”며 “대우조선 경쟁력이 약화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딜이 무산될 경우 산업은행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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