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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IPO 중단설' 왜 나왔나 카드론·플랫폼 규제 강화 기조, 정태영 부회장 지배력 유지 필요

이장준 기자공개 2021-09-17 08:50:55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6일 11:3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를 마지노선으로 잡았던 현대카드의 기업공개(IPO)가 계속해서 순연되자 일부에서는 사실상 상장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기존 재무적투자자(FI)가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이를 추진해야 할 명분이 사라진 데다 현실적인 난관이 많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포기가 아닌 IPO를 미뤄야만 하는 내부 사정이 다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가맹점수수료 인하 이슈와 더불어 카드론에도 압박이 들어와 수익성을 담보하기 힘들어졌다. 최근 플랫폼을 규제하는 기조까지 겹쳐 프리미엄을 인정받기 어려워졌다. 아울러 정태영 부회장 입장에서도 현대캐피탈 경영에서 손을 떼서 카드사에 대한 지배력을 놓기가 부담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본래 올해 진행할 예정이었던 IPO를 순연하고 장기적인 과제로 돌리기로 가닥을 잡았다.

계획을 수정한 건 지분 변동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보유한 현대카드 지분 24%를 지난달 대만계 푸본금융그룹과 현대커머셜에 매각하면서다. 앞서 2017년 컨소시엄을 통해 재무적투자자(FI)들이 현대카드 지분을 취득했는데 이를 모두 정리한 것이다.

그동안 현대카드는 투자금 회수를 위한 조건으로 올해까지 IPO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2019년에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IPO 주관사로 선정하고 관련 작업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존 FI 대신 '백기사'로 통하는 대만 푸본그룹과 현대커머셜이 지분을 인수하며 IPO를 추진할 이유가 없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피너티가 회수하려한 자금은 푸본그룹과의 딜로 처리했으니 현대카드 입장에서는 투자금을 급히 돌려줘야 하는 미션이 사라진 셈"이라며 "중장기적으로 현대카드를 키우고 배당도 늘리는 식으로 주주의 불만을 잠재우고 IPO 최적기를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카드가 더 이상 IPO를 추진하지 않으리란 전망도 내놓았다. 카드업을 둘러싼 대외환경이 녹록지 않은 탓이 크다. 카드사의 수익은 크게 지급결제와 금융수익으로 나뉘는데 어느 쪽에서도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매 3년마다 가맹점 수수료 적격비용을 재산정하는데 매번 가맹점 수수료율은 떨어졌다. 이와 별개로 매년 적격비용보다 낮은 우대 수수료를 적용하는 가맹점 적용 범위도 넓어졌다. 카드업 본연의 지급결제에서는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아울러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을 통한 금융수익을 늘리기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타이트하게 규제하면서 2금융권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은행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가계대출 수요가 비은행권으로 번지고 있다며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특히 현대카드는 최근 롯데카드와 함께 카드론을 가계부채 연간 목표 이상으로 늘렸다고 당국의 '구두 경고'까지 들은 상황이다. 카드론을 통해 수익성을 보전하기도 쉽지 않아진 것이다.

플랫폼에 대한 규제 강화 기조도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카드는 단순한 카드사를 넘어 금융과 데이터, IT 등을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비전을 제시해왔다.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를 기반으로 파트너사와 협업 모델인 '도메인 갤럭시(Domain Galaxy)'를 구축하면서 데이터 플랫폼 비즈니스를 신(新) 성장동력으로 내세운다.

다음달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플랫폼사업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여기 발맞춰 그동안 눈감아줬던 금융 플랫폼 사업자에게 중개업자 등록을 요구하는 등 규제를 본격화하는 추세다.

당장 플랫폼 비즈니스로 누릴 수 있는 프리미엄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 현대카드가 투자자가 원하는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받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았다.

CEO인 정태영 부회장 입장에서도 IPO가 내키는 선택지는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정 부회장은 이달 30일 현대캐피탈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직에서 사임하고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 경영에 집중할 방침이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의 금융 계열사 3사를 이끌어왔지만 지분 관계가 있는 두 곳의 경영만 맡게 됐다. 현대커머셜은 현대자동차와 정명이·정태영 부부가 각각 37.5%의 지분을 갖고 있다. 현대카드는 현대커머셜이 최근 지분 인수까지 포함해 28.54%의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그런데 '정 부회장 부부→현대커머셜→현대카드'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서 현대커머셜의 현대카드 보유 지분을 희석시키는 IPO를 굳이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현대커머셜은 이번에 기존 FI의 투자금 회수를 돕고 지분을 늘리는 데 일조했다.

현대카드가 시급하게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6월 말 기준 현대카드의 레버지리배율은 6.3배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카드사의 레버리지 규제 한도가 최대 8배로 확대되며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물론 레버리지배율이 7배가 넘으면 배당에 제한이 생겨 이를 넘기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지만 당장 영업자산을 급격히 늘릴 만한 이슈는 없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정태영 부회장은 현대캐피탈 사장에서 물러나 카드와 커머셜에 올인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대카드가 당장 자금이 부족한 상황도 아니라 굳이 IPO를 추진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현대카드는 이와 관련 IPO라는 선택지가 사라진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당분간 밸류에이션 책정가를 높이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IPO 시기를 조절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태영 부회장도 서둘러 IPO를 단행하며 발을 뺄 이유가 없는 상황인 만큼 현대카드는 여유를 두고 IPO 최적의 시기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기존에 IPO를 요구한 투자자가 바뀌면서 급하게 추진할 이유는 사라진 건 맞다"며 "상황이 괜찮을 때 IPO를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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