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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분석]'상폐 위기' 겪은 흥아해운, 투명경영위·사추위 설치'대여금' 내부거래 심의기구 마련, 경영 투명성 확보할까

김서영 기자공개 2021-09-23 08:14:37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7일 11: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장폐지 위기를 극복한 흥아해운이 이사회 지배구조 개선에 착수했다. 이사회 내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설치해 경영진 견제 기능을 강화한다. 자회사 대여금이 문제가 됐던 만큼 투명경영위원회(투명경영위)를 신설해 내부거래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흥아해운은 최근 '경영 투명성 개선 추진 계획'을 공시했다. 이사회 내부 소위원회로 사추위와 투명경영위를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 흥아해운이 이사회 내에 위원회를 두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위원회 설치는 정관 변경 사항에 해당하므로 주주총회 개최를 통한 안건 처리가 필요하다. 오는 11월29일 임시주총을 개최할 예정이다.

흥아해운은 사추위와 투명경영위 구성원을 각각 사내이사 1인과 사외이사 2인으로 구성한다고 밝혔다. 사외이사 수가 위원회 인원의 절반을 넘도록 구성해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두 위원회 위원장도 사외이사에게 맡긴다.

이를 위해 사외이사도 추가로 선임한다. 흥아해운 이사회는 사내이사 2인·사외이사 1인 등 3인에서 사내이사 2인·사외이사 2인의 4인 구성으로 확대된다. 현재 사내이사에는 이환구 사장과 이동옥 경영관리본부장(CFO)이 있고, 공평식 전 해양수산부 재무팀장이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지난 3월 사외이사직을 사임하면서 공 이사가 새로 선임됐다.

사외이사 1인이 추가로 선임되면 전체 이사회 인원 가운데 사외이사 비율은 50%로 사내이사와 동률을 이루게 된다. 흥아해운은 해운 전문가를 중심으로 사외이사 후보를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흥아해운의 위원회 설치는 이사회 강화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감사위원회와 사추위 설치의 경우 별도 기준 자산 규모가 2조원을 넘는 상장사의 의무 사항이다. 투명경영위 설치는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으로 해당 기업의 필요에 따라 위원회 설치를 결정할 수 있다.

올 상반기 기준 흥아해운의 자산총계(별도 기준)는 2829억원이다. 사추위 의무 설치 기준인 2조원의 10분의 1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HMM(자산총계 12조) △팬오션(5조3178억원) △대한해운(2조2797억원) △KSS해운(1조2998억원) 등 국내 주요 해운 상장사는 감사위와 사추위를 이미 설치해뒀다. 흥아해운도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흥아해운 관계자는 "사추위와 투명경영위 설치로 경영진이 독단적으로 경영사항을 결정하는 구조를 해소하고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여 지배구조 개선을 이루고자 한다"며 "한국거래소의 기업심사위원회와 법무법인 광장의 조언을 받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흥아해운이 투명경영위를 설치하게 된 배경에는 자회사 대여금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흥아해운은 STX컨소시엄(사모펀드운용사 APC PE-STX마린서비스)과 인수합병(M&A) 절차를 진행했다. 그러나 딜 막판 STX컨소시엄은 흥아해운이 자회사 흥아프로퍼티그룹에 빌려준 대여금이 우발채무라고 주장했고, 잔금 납부를 사흘 앞두고 인수 계약이 파기됐다.

흥아해운은 특수관계인 간 거래금액이 자본총계 또는 자본금 중 큰 금액의 5% 이상이거나 50억원 이상인 거래 등에 대해서 투명경영위의 심의와 의결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사외이사 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사내이사 구성에는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지난 6월 장금상선은 지분율 85.31%를 보유하며 흥아해운의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통상 모기업은 자회사 경영에 관여하기 위해 기타비상무이사를 선임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다만 흥아해운의 경우 경영진에 대한 장금상선의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사내이사진은 기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흥아해운 관계자는 "장금상선은 케미컬 탱커 사업에 있어 대선 사업만 해왔기 때문에 이환구 흥아해운 사장을 이 분야 전문가로 여기고 강한 신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흥아해운은 올해 3월 감사인으로부터 2년 연속 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이후 장금상선과 인수계약을 체결하고 차등감자와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등 재무 개선 노력을 펼친 끝에 유가증권시장 기업심사위원회로부터 상장유지 결정을 받아들었다. 이에 15일부터 주권의 매매거래정지가 해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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