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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워런 버핏과 유니레버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1-10-01 09:00:32

이 기사는 2021년 10월 01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국 유니레버(Unilever)는 1929년에 네덜란드의 마가린 제조사(Margarine Unie)와 영국의 비누 제조사(Lever Brothers)가 합병해서 탄생했다. 약 400개 브랜드의 식음료와 세제를 생산하는데 세계 최대의 비누회사다. 도브비누와 립튼티가 유명하다. 2020년 매출은 510억 유로였다. 15만 명 이상을 고용한다.

2017년에 미국의 식품회사 크래프트하인즈(Kraft Heinz Company: KHC)가 유니레버 인수를 시도했다. KHC는 2015년에 크래프트와 하인즈가 합병해서 탄생했던 회사다. 브랜드 중에 18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맥스웰하우스 커피도 있다. KHC는 유니레버에게 시가에 18% 프리미엄을 붙인 1430억 달러를 제시했다. 당시 두 회사는 시가총액이 거의 같았다. 그러나 유니레버는 저평가를 이유로 거절했고 영국의 노동계도 구조조정 우려로 반대했다. 그러자 이틀만에 KHC가 인수 제안을 철회해서 없었던 일이 되었다.

두 회사는 회사경영 철학이 상이했다. 합병하기에 적합한 파트너였는지 의문이다. 우선 KHC는 오너가 워런 버핏의 버크셔다. 버크셔는 사모펀드 3G캐피탈과 함께 KHC의 50% 이상을 소유한다. 수익과 주주가치 극대화를 지향하고 최대한의 효율성을 추구한다. 버핏은 ESG에 회의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영국 노동계가 신경을 곤두세웠던 이유다.

버핏의 투자파트너 3G캐피탈은 순차적인 거대합병을 통해 세계 최대의 맥주회사 AB인베브를 탄생시켰고 RBI를 통해 버거킹, 팀홀튼, 파파이스 등 유명 레스토랑 체인을 보유하는 실력파 펀드다. 3G는 고전적인 사모펀드 모델에 충실하게 주주이익을 위한 경영효율 제고와 비용 절감을 최우선으로 한다. 덕분에 KHC도 출범 2년 만에 영업이익이 58% 증가했었다.

KHC와 달리 소유가 분산된 유니레버는 전문경영인들이 일찌감치 ESG에 천착했던 기업이다. 주주가치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구하며 기업활동의 환경과 사회적 측면을 크게 의식한다. 생산하는 식품에서 나트륨과 지방을 최소화 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위생용품 제조사답게 유년층 개인위생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2017년 당시에 유니레버는 고전하고 있었다. 브렉시트의 여파로 영업이 부진했고 주가도 거의 5% 하락했다. 상승세에 있던 KHC는 금융비용이 매우 낮았고 시장 다변화를 위해 유니레버를 선택했던 것이다. 그러나 KHC의 인수 시도 불발 후 유니레버는 선전한 반면 KHC의 주가는 폭락해서 하루만에 48달러대에서 35달러 대로 내려앉았고 이후 지속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실적도 계속 악화되어서 급기야 2019년 2월에는 154억 달러를 상각했고 주가는 하루만에 27% 폭락했다. 유니레버의 시총이 1550억 달러대를 유지한 반면 KHC의 시총은 440억 달러대로 하락했다. 버크셔 주가도 타격을 면치 못했다.

이 사례는 버핏이 지원한 3G캐피탈의 경영스타일에 의문이 제기되는 계기가 되었다. 과격한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그로써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이 특히 식품과 같이 소비자들의 트렌드가 건강과 환경을 의식하는 방향으로 급격히 변하고 있는 산업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버드경영대의 윌리엄 조지 교수는 이 사례를 ‘자본주의의 영혼을 위한 전투’라고 했는데 이 사례를 굳이 유니레버가 추구해 온 ESG와 버핏의 고전적 기업관, 3G의 전형적인 투자전략의 대비를 적용해서 설명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수익과 주가 중심의 투자와 경영전략은 정도가 지나치면 고객과 소비자의 생각을 제대로 읽지 못할 위험을 발생시킨다는 정도는 타당한 관측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유니레버는 순항하고 있으므로 향후 ESG의 관점에서도 유니레버를 더 주시할 필요가 있다. 소유구조가 회사의 목적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펴보아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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