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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새내기 한국채권운용의 '와신상담' [thebell interview]김형호 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이사 "내달 중순 1호 펀드 설정"

이돈섭 기자공개 2021-10-06 07:59:29

이 기사는 2021년 10월 01일 09:4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장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하우스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아수라판이 됐다고 같이 노는 게 아니라 견제할 수 있는 실력을 키우는 것이죠."

한국채권투자자문이 설립 11년 만에 헤지펀드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달 초 전문사모집합투자업 등록을 마치고 사명도 한국채권투자운용으로 변경했다. 당초 2015년께 운용업 진출을 계획했지만 뜻하지 않은 난관에 부딪혀 6년을 와신상담했다. 한국채권투자운용은 내달 중순 '1호 펀드' 신규 설정을 앞두고 현재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채권투자운용의 현재 모습은 어떨까. 그간 어떤 시간을 보냈고 앞으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김형호 대표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차명주주 사건 이후 5년 '와신상담'

채권 투자 업계에서 김 대표의 명성은 자자하다. 40년에 가까운 업력은 관련 업계 곳곳에 그의 이름을 남겨놨다. 그런 그가 이끄는 자문사가 헤지펀드 운용업계에 본격 진출한다는 사실 자체는 시장에 적잖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과거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쳐 운용업계 진출이 무산됐던 터라 그간의 행보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김 대표의 첫 직장은 LG상사(현 LX인터내셔널)였다. 1988년 LG상사에 입사해 500만원 안팎 연봉을 받으면서 여의도 증권사 직원들은 억 단위 연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서류 가방을 들고 해외 곳곳을 누빌 생각에 합격해놓고 가지 않겠다고 퇴짜를 놓았던 증권업계였다. 회사 선배 권유를 계기로 김 대표는 증권업계로 발을 내딛었다.

유화증권과 조흥증권 등 당시 쟁쟁한 증권사를 거쳐 조흥투신, 동양투신 등 자산운용사에서 채권 투자 커리어를 쌓아왔다. 동양그룹 재직 당시 현재현 회장이 미국 캐피탈 그룹 이야기를 다룬 책을 그에게 선물했는데, 그 책을 정독하며 창업을 계획했다. 2010년 겨울, 마흔아홉 6억원을 들여 한국채권투자자문을 설립한 게 그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운용 경험을 살려 자문업에 주력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운용업계 입소문을 타면서 투자일임업 진출을 권유받았다. 2013년 증자 과정에서 주주 3명이 자금을 댔는데, 실제 주주는 2명이었다. 차명주주가 있었던 것. 금융당국은 이 내용을 적발해 징계를 내렸다. 관련 사실 자체를 몰라 억울했기에 대법원까지 항소했지만 결국 지고 말았다.

그 사이 당국은 운용사 설립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운용사 전환을 계획했지만 금융당국 징계 꼬리표가 부담스러웠다. 채권1본부와 2본부, 멀티에셋본부 등 3개 본부 체계를 구축한 것도 운용사 전환을 염두에 둔 조치였다. 현행법은 당국 징계 이력이 있으면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대표는 결국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현재, 김 대표는 족쇄로부터 자유로워졌다. 그는 올해 초 다시 대표직에 올라 그간 밀린 작업을 추진했다. 최근 운용업계 화두였던 라임·옵티머스펀드 사고도 일단락돼가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이 적시라고 판단했다. 채권 시장에선 그 어떤 하우스에 뒤지지 않는 맨파워로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용해왔다는 점이 자랑스러웠다.

"채권 투자는 매력적이죠. 어떻게 보면 정기예금처럼 따분할 수 있지만 매크로 변수에 따라 자산 가치가 바뀌고 그 안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여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참 재미있습니다. 본인이 연간 5% 안팎 수익률 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면 채권 투자는 더없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다른 투자 자산에 비해 안정적이기도 하고요."

◇ 내실 추구 방점…내달 중순 1호 펀드 설정

6월 말 현재 한국채권투자운용 운용 전문인력은 13명이다. 운용 전문인력 중 11명이 CFA(국제재무분석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업계 종사자는 윤리 의식이 투철해야 한다는 김 대표의 생각이 반영됐다. CFA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투자 윤리를 공부해야 하는데, 공부 과정에서 윤리의식이 뼛속까지 뿌리내릴 수밖에 없다는 것.

같은 기간 한국채권투자운용 자문계약 자산총액은 6900억원에 육박했다. 작년 한 해 성과급으로 60억여원을 벌어들이면서 순이익 53억원을 냈다. 1년 전과 비교해 76.3% 성장한 수치였다. 한국채권투자운용은 설립 이후 두 개 사업연도를 제외하고 매년 꾸준히 흑자를 기록했다. 2015년 이후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흑자 기록을 내면서 순항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금의 회사 규모를 이어갈 생각이다. 펀드 운용에 나서면서 외형 확장에 관심 가질 법하지만, 별도 마케팅 조직을 두지 않고 운용에만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껏 한 번도 실적 목표도 세운 적 없다. 판매사는 직접 만난다. 20여 년 전 조흥투신 재직 당시 1조8000억원 부도를 맞으면서 회사가 순식간에 쪼그라든 경험을 한 게 컸다.

"확장에 대한 욕심은 없어요. 억지로 확장했다가 한방에 나가떨어질 수 있습니다. 입장을 바꿔 제가 고객이라면 자산을 잘 굴려 수익 내는 게 중요하지, 회사 규모 키우는 것은 중요하지 않죠. 신뢰 잃은 고객은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습니다. 물론 어깨 힘주고 구호 외치는 것도 중요할지 모르지만, 외형보다는 내실을 추구해 나가자는 뜻이죠."

뚝심 있는 경영은 직원들과의 관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금 회사에 적을 두고 있는 인원 대부분은 10년 넘게 김 대표와 호흡을 맞춰왔다. 신규 인원 채용 시 김 대표가 인사 전권을 넘겨줄 정도다. 한참 전 회사 재직 임원이 펀드 전산 관리 회사를 설립해 독립했는데, 지금까지 관련 업무 일체를 내줄 정도로 신뢰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현재 한국채권투자운용은 프리IPO 펀드와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 등 2개 펀드를 내달 중순 신규 설정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유력 비상장 기업 주식을 일종의 구조화 작업을 통해 투자 상품으로 만들어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리스크가 감당할 수준이고 채권 베이스 투자라면, 국내외 주식과 부동산 금융 투자에도 적극 참여한다는 설명이다.

"제가 평소에 중국 무협 영화를 즐겨 봅니다. 어떤 작품은 스무 번 이상 본 것도 있어요. 집사람이 깜짝 놀랄 정도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 성향이 회사 경영 방식과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깊은 산 속에서 수련하고 난관을 극복해 가는 과정이 우리 일과 전혀 다르지 않아요. 복잡한 시장 속에서 중심을 잡는, 그런 하우스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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