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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삼성SDI]연구소장의 합류, 이사회에 스며든 '기술경영'①장혁 부사장 합류로 CEO·CFO·CTO 삼각체제 완성

김혜란 기자공개 2021-10-12 07:10:34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0월 06일 10: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SDI의 이사회 구성을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이노베이션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특징이 드러난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사내이사 비중이 가장 높고 기술적 전문성이 있는 주요 사업부 대표가 꼭 이사회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삼성SDI는 2014년 제일모직과 합병으로 몸집을 키웠고 이를 기점으로 이사회 외형이 커지면서 사내이사도 기존 2명에서 3~4명으로 늘었다. 사내이사진은 'CEO(최고경영자)+CFO(최고재무책임자)'에 더해 주요 사업부문 수장을 포진시켰다.

특히 올해엔 연구·개발(R&D)를 총괄하는 SDI연구소장이 이사회에 합류해 업계 주목을 받았다. 삼성 그룹 내부에서 연구소장이 이사회에 들어가는 건 처음인 데다 재계에서도 찾아보기 드문 사례다. 삼성SDI가 가장 강조하는 '기술 리더십'을 상징적으로 드러낼 수 있도록 최고의사결정기구를 구성한 것으로 해석된다.

◇2014년 제일모직 합병 기점으로 달라진 이사회 구성

삼성SDI의 올해 6월 말 기준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사회 구성원은 총 7명이며 이 중 사내이사는 3명(비중 43%)이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이사회 정원이 삼성과 같지만 사내이사 수는 각각 2명(29%), 1명(14%)으로 적다.

물론 지주사 체제인 LG와 SK는 그룹 핵심임원이 기타비상무이사로 1명씩 포함돼 있다. 이를 감안해 사외이사 비중으로 따지면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은 57%로 같아진다.

삼성SDI 사내이사의 경우 이사회 내 권한과 입지도 경쟁사들과 다소 차이가 있다. 삼성SDI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반면 LG의 경우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이, SK는 사외이사인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의장직에 올라있다. 삼성SDI는 이사회 운영에서 독립성보단 효율성과 책임경영에 방점을 찍고 있는 셈이다.


삼성SDI가 지금과 같은 이사회 외형을 갖추게 된 건 2014년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기점이 됐다. 당시 지배구조 개편으로 삼성SDI 이사회도 외형적으로는 물론 질적으로도 바뀌었다.

그해 6월말까지 사내이사는 박상진 당시 삼성SDI 대표이사(CEO)와 김영식 경영지원실장(CFO)가 맡고 있었으나 7월부터 제일모직의 등기이사 2명인 조남성 사장과 이승구 CFO도 사내이사로 합류했다. 이에 맞춰 사외이사도 5명으로 늘리면서 일시적으로 정원이 9명까지 늘었다.

이후 박상진-조남성 각자대표체제에서 조남성 사장 단독대표체제로 바뀌었고, 원래 CFO였던 이승구 부사장이 케미칼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로써 CEO와 CFO와 함께 사업부문 수장이 사내이사 한 자리를 맡는 체제가 구축된다. 2015년엔 중대형전지사업부장인 정세웅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합류한다.

중대형전지사업부는 전기자동차용 중대형 배터리와 ESS(에너지저장장치) 생산을 담당하는 부서다. 당시 적자를 내고 있었지만, 삼성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성장성을 높게 점치고 전략적으로 키우는 사업부이기도 했다. 중대형전지사업부의 책임자가 최고의사결정기구에 참여하게 한 것은 그만큼 사업부에 힘을 실어줬다는 의미였다.

◇사내이사에 연구소장, "초격차 기술 확보" 의지 담긴 인선
(왼쪽부터)삼성SDI 전영현 대표이사 사장, 김종성 경영지원실장(부사장), 장혁 SDI연구소장(부사장)

이후 삼성SDI는 사내이사진을 CEO와 CFO, 사업부 대표의 3~4명 체제로 가겨간다는 틀을 지켜왔다. 2016년엔 송창룡 전자재료사업부장(부사장)과 정세웅 중대형전지사업부장이 합류해 2년간 활동했다.

2018년부턴 이사회 정원이 7명으로 줄었고 사내이사 정원도 3명으로 축소됐다. 2019년엔 중대형전지사업부의 책임자인 안태혁 부장(부사장)이 송 부사장의 뒤를 이어 사내이사 임기를 시작했다.

삼성SDI는 올해 들어 사내이사진에 또다시 변화를 준다. SDI연구소장 장혁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해 보다 큰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SDI연구소장은 LIB(리튬이온배터리) 소재·극판, 전고체 전기 개발 등 삼성SDI의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총괄하는 총 책임자다. 이로써 삼성SDI 이사회는 전영현 대표이사 사장(CEO)과 김종성 경영지원실장(CFO, 부사장), 장 부사장 3인의 사내이사 공조 체제로 재편됐다. 경영과 재무, 기술 분야의 최고 책임자를 이사회에 두루 포진시킨 셈이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업체 간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회사 내 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인물을 이사로 선임한 것은 상징적 의미가 컸다. 기술 개발 분야에서 필요한 투자 의사결정 등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석이 담겼다. 삼성SDI는 선임 배경에 대해 "회사의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는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CEO인 전 사장 역시 카이스트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반도체 D램 연구개발팀에서 시작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까지 역임, 기술 관련 전문성이 상당한 인물이다.

장 부사장은 미국 유타대학교에서 금속공학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삼성에 입사해 에너지 변환·저장 기술, 소재에 대해 연구해왔다.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 몸담았고 삼성이 핵심 기술인력에게 주는 최고 명예직 '삼성펠로우'에 2011년 선정되기도 했다. 2017년 이미 한 번 SDI연구소장을 맡았다가 전자재료사업부장, 소형전지사업부장을 거쳐 올 초 다시 연구소장으로 선임되면서 복귀했다.

삼성SDI 기흥 사업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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