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인더스트리

전면에 나선 현대차, 전기차 밸류체인 전략 변경? HL그린파워 지분 매입 이어 한국충전 경영권 인수 검토···'전기차 보급' 속도 높이기 목적

양도웅 기자공개 2021-10-07 07:39:35

이 기사는 2021년 10월 05일 15: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밸류체인 구축 전략을 협력·합작에서 단독으로 바꾼 모습이다. 전기차 제조뿐 아니라 충전소 설치와 배터리 시스템 제조 등에서도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겠다는 의도이다.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운영하는 업체의 경영권 획득을 검토하고 있고 배터리 시스템을 제조하는 합작 법인을 단독 법인으로 전환한다.

현재 전기차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전기차 안전성에 대한 의심과 열악한 충전 인프라에 대한 불만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빠르게' 해소하기 위해선 핵심 밸류체인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도적인 위치에 있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한국충전)의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소 구축과 운영 사업을 하는 한국충전은 한국전력공사가 지분 28.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를 통해 각각 14.4%, 9.6%의 지분을 갖고 있다. KT와 함께 2대주주다.

아직 구체적인 경영권 인수 방식은 알려지지 않는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가 한국전력공사가 보유한 지분 전량을 나눠 취득하는 방식과 한국충전이 실시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후자에 더 무게가 실리지만 어느 방식이든 현대차그룹이 지분 50% 이상을 취득해 경영권을 갖는 게 골자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충전 쪽에서 경영상의 필요성으로 주주들을 대상으로 우선 증자를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며 "전기차 보급 확대와 관련이 있는 만큼 증자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출처=한국전력공사)
최근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12곳과 도심 등에 전기차 초고속 충전소인 'E-pit'을 설치한 현대차그룹은 어느 때보다 관련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공기업 등과 협력해 전기차 충전소 설치에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전기차 보급 대수를 따라잡기엔 여전히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 전기차 보급 대수는 13만4962대인 반면 충전기는 7만5125기이다. 둘 간의 차이는 5만9000여대로 전년보다 더 벌어졌다. 여기에 더해 관리 부족으로 정상 작동되지 않는 충전기 수가 적지 않은 점, 도심과 거점 지역이 아닌 곳에 있는 충전기도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소비자들의 불편은 예상보다 큰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한국충전 지분 추가 매입은 이처럼 예상보다 더딘 충전소 확충과 맞닿아 있다. 단 과거와 차이점이 있다면 현대차그룹이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 같은 전략 변경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시스템 제조 부문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5월 현대차그룹은 HL그린파워의 지분 49%를 획득하기로 결정했다. HL그린파워는 2010년 LG에너지솔루션(당시는 LG화학)과 51:49로 합작해 만든 배터리 시스템 제조 업체다. 현대모비스가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는데 LG에너지솔루션이 들고 있는 지분 49%를 취득해 완전자회사로 변경한다.

양사는 합작법인 종료에 대해 명확한 이유를 밝히고 있지 않다. 10년 전과 달리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각 사의 고객사가 늘어나자 합작법인을 운영할 요인이 줄어든 탓도 있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시스템을 장착한 코나EV의 연이은 화재, 그리고 이에 대한 책임 소재의 불분명 등이 직접적인 계기였을 것으로 풀이된다.

여러 기업이 경영권을 나눠 가졌을 때의 단점은 각 사의 이해관계와 역할 등이 크게 갈릴 때 도드라진다. 예컨대 한국충전의 목표는 전기차 충전소 확충이지만 그 필요성과 속도에선 각 사의 입장이 다르다. 최대주주인 한국전력공사의 최우선 경영과제는 전기차 사업 확대가 아니지만 현대차그룹엔 사활을 걸어야 하는 사업이다.
(출처=각 사 사업보고서)
코나EV 화재 건도 비슷하다. 화재 발생으로 민원을 받는 쪽은 LG에너지솔루션이 아닌 현대차그룹이었다. 화재 발생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고객 대응은 온전히 현대차그룹의 몫이었던 셈이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이 같은 억울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려울 것이다. B2B 기업(LG에너지솔루션)과 B2C 기업(현대차그룹)이라는 양사 간의 근본적 차이를 이 사례에서 새삼 깨달은 셈이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배터리 시스템 제조와 공급, 충전소 설치 및 운영 등을 전보다 주도적인 위치에서 추진하기로 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안정성에 대한 의심과 충전 시 불편함 등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 '전기차 보급 확대'라는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이 관계자는 "한국충전 유증 참여 여부와 별개로 전기차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고 운영이 돼야 보급도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며 "최근 E-pit을 설치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라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재활용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확대가 최근 빠르게 이뤄지고 있고 전기차 배터리 유효기간이 통상 7~8년인 점을 고려해 2028년 즈음엔 폐배터리가 대거 발생할 것이란 예측에서다.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는 올해 폐배터리를 형태와 상관없이 운반할 수 있는 '플랫폼 용기'를 개발해 특허 취득을 완료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