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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보호 '고난도 상품' 규제, 기관투자자에 '불똥' 일부 판매사, 고난도 상품 기관자금 유입 난색…운용업계 문제 해결 뾰족한 수 없어

이돈섭 기자공개 2021-10-13 07:20:46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 마련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제도가 애먼 기관투자자 발목을 잡고 있다. 개인과 기관 모두 펀드에 투자하려면 판매사를 거쳐야 하는데, 판매사가 고난도 상품 판매 자체를 기피하면서 기관의 투자 기회도 동시에 막혀버린 상황이다. 판매사가 기관 자금 특성을 감안해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부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고난도 상품의 기관 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판매사들이 개인과 기관 가리지 않고 고난도 상품의 자금 유입을 암묵적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의 경우 개인과 기관의 거래 모두 판매사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판매사가 창구를 닫아버리면 투자가 불가능하다.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건 최근이다. 지난 5월 고난도 상품 제도가 전면 도입되면서 운용사와 판매사는 원금의 20%를 초과하는 손실이 날 수 있는 상품을 선별해 고난도 상품으로 지정했다. 주로 파생 비중이 높은 펀드들이 포함됐다. 고난도 상품으로 지정되면 녹취 의무 등과 같은 개인투자자 보호 의무들이 부여된다.

고난도 상품 지정이 전면적 판매 금지를 의미하진 않는다. 고난도 상품을 판매하려면 별도의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 대표이사 확인과 이사회 승인 등을 받아야 한다. 펀드 하나 팔자고 전사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느냐는 비아냥이 나온다. 단 기관 전용 상품은 예외다. 고난도 상품의 개인 판매는 불가능해졌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고난도 상품으로 지정한 기존 리테일 기관 혼합 펀드에 기관 투자 수요가 발생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대부분 기관은 펀드 성과에 따라 투자 자금을 단계적으로 투입한다. 자금 유입은 펀드 판매 행위로 인식된다. 기관 추가 자금을 받기 위해선 판매사가 고난도 상품 판매 절차를 밟아야 하는 셈이다.

판매사들은 소극적 입장을 견지했다. 그간 기관 투자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업계 관계자는 "고난도 상품 제도 취지를 보면 개인 자금 모집이 어렵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있지만, 기관 자금도 제한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어렵게 기관을 유치했는데 판매사가 문을 열어주지 않아 물거품으로 돌아간 셈"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기존 판매 펀드를 고난도 상품으로 지정한 후 추가 자금을 유치한 전례가 없다 보니 판매사들 해석도 제각각"이라며 "기존에 판매했던 펀드이니만큼 기관 추가 자금을 받아도 괜찮다고 해석하는 곳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판매 심사 절차를 모두 밟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판매사의 고난도 상품 기피 현상을 해결할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제도 시행 이후 비슷한 문의가 꾸준히 들어온다"면서도 "명확한 규정이 없다보니 협회 차원에서 마땅한 대안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판매사와 운용사가 일종의 갑을관계에 있다보니 문제 제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당국은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고난도 상품 출시와 판매 과정에서 명확하게 밝혀야 하는 것 중 하나가 해당 펀드의 판매목적"이라며 "본래 목적에 맞춰 기관이면 기관, 개인이면 개인에게 판매사 재량껏 판매하면 되는 것이지, 판매사 결정에 뭐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운용사들은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정된 펀드와 같은 구조의 펀드를 기관 전용으로 선보이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기관 전용 펀드는 고난도 상품 예외로 인정되기 때문에 판매사가 덜 부담스럽다. 일각에선 당국에 현행법의 적극적 해석을 요구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관 입장에서는 기존에 투자해 온 펀드에 추가로 자금을 넣고 싶어도 제도 도입에 따른 판매사 입장 변화로 투자 기회가 사라진 셈"이라며 "기관 자금의 경우 개인 자금과 성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판매사가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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