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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M&A]여전히 심사 중인 한국·EU·일본, 속내는?'자국 보호' EU와 '어깃장' 일본...데드라인 앞둔 공정위 향배도 관심

조은아 기자공개 2021-10-19 07:44:56

이 기사는 2021년 10월 15일 09:2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표류하고 있다. 2019년 3월 본계약 체결 이후 인수 절차가 길어지면서 KDB산업은행은 한국조선해양과 체결한 현물출자 투자계약 기간을 무려 4차례나 연장했다. 이번 기한은 12월31일까지다. 이번 기한마저 넘기면 사실상 대선 정국으로 들어서는 만큼 사실상의 '데드라인'일 것으로 보인다.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하는 곳은 한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싱가포르, 카자흐스탄 등 6개국이다.

가장 먼저 승인 결정을 내린 곳은 카자흐스탄이다. 다만 한국조선해양이 카자흐스탄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한 건 대우조선해양이 육상 원유플랜트 건조사업인 'TCO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으로 선박시장과는 무관하다.

중국과 싱가포르 등도 속속 두 회사의 합병을 허가했다. 중국 역시 조선사 합병을 추진했던 만큼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앞서 2019년 중국선박중공(CSIC)과 중국선박공업(CSSC)의 합병이 이뤄졌다.

싱가포르는 당초 EU와 함께 난항이 예상되는 곳으로 꼽혔다. EU만큼은 아니지만 싱가포르에도 BW그룹이나 EPS 등 구매력이 높은 유력 선사들이 있다. 한국 조선사들의 지배력이 강해지면 자국 내 선사의 가격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강한 반대가 예상됐으나, 일찌감치 조건없는 승인을 받는 데 성공했다.

남은 곳은 우리나라와 EU, 일본이다. EU의 기업결함심사는 현재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7월 코로나19 사태로 심사가 잠정 중단됐는데 1년이 훌쩍 지나도록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심사가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상황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EU는 반독점법이 가장 발달한 지역이다. 세계 1위 해운강국인 그리스를 비롯해 독일과 덴마크, 우리 조선사들에 3번째로 많은 선박을 발주하는 노르웨이 등 글로벌 주요 선주들이 EU 소속이기도 하다.

EU는 처음부터 국내 조선사들의 LNG선 지배력이 공정 경쟁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합병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는데 올들어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1~9월 전 세계 LNG선 발주량 45척 가운데 한국이 42척을 수주했다. 점유율이 90%를 훌쩍 넘는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만 놓고 봐도 점유율이 60~70% 수준에 이른다. LNG선 수요가 늘어나면서 선박 가격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이 사실만 놓고 보면 좋은 소식이지만, EU 입장에선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EU가 LNG선 독과점을 해소할 보완책을 마련할 것으로 요구했고 한국조선해양이 기술 이전 등을 통해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는데 EU가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며 "EU는 사업부 매각 등 강력한 조치를 원하고 있는 상황인데 현대중공업그룹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본은 EU와는 속내가 다르다. 일본이 우리 조선업계를 놓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본 정부는 이번 기업결합심사와 별개로 그동안 독과점과 관련해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해왔다. 한국 정부의 조선업 지원이 시장 가격을 왜곡하고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적도 있다.

일본이 기업결합심사를 질질 끌고 있는 배경이 결국 국내 조선업에 대한 어깃장이라고 조선업계는 보고있다. 쉽게 승인을 내주지 않고 우리 정부에게 부담을 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30년 동안 조선업 왕좌를 지키다 1990년대 이후 우리에게 왕좌를 내줬다.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마무리되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일본 조선사들이 넘볼 수 없는 수준까지 격차가 벌어진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에게 1위를 내준 일본 처지에서 더욱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속내는 가장 복잡하다. EU보다 먼저 기업결합심사 결론을 내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자칫 거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EU가 기업결합을 승인할 경우 자국 기업 감싸기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독과점 해소를 위해 일부 사업부 매각 등을 내건 조건부 승인을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이번 거래가 정부 주도로 이뤄진 만큼 조건부 승인을 낼 경우 정부 부처 간 엇박자로 비춰질 수도 있다. 독과점을 완화하기 위해 사업부 매각 등을 조건으로 내걸 경우 '규모의 경제' 실현이라는 합병 취지마저 무색해질 수 있다.

최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국민경제적으로 중요한 항공·조선 건 기업결합심사를 연내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를 넘기면 사실상 완전한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면서 인수가 물건너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분위기다.

조선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처음 인수가 결정됐을 당시부터 대우조선해양이 위치한 경남 지역사회와 노동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왔다. 최근 들어선 대선을 앞두고 반대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기업결합을 원만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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