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업계, '팁스 운영사 문호 확대'에 사활 걸었다 창업기획자 겸업 애로…중기부, 창업지원법 개정안 처리 총력
박동우 기자공개 2021-10-22 07:29:33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1일 07: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민관협력 창업지원사업(팁스)을 운영하는 주체는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로 제한된 실정이다. 모험자본업계는 팁스 운영사의 문호를 확대하는 과제에 사활을 걸었다. 벤처캐피탈이 창업기획자를 겸업하면서 본계정 투자를 늘려야 하는 부담을 얻고, 출자자(LP)의 이해와 상충되는 등 애로 사항을 겪었기 때문이다.중소벤처기업부는 투자 생태계의 요구에 부응해 지난해 팁스의 참여 주체를 폭넓게 설정하는 내용을 담은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전부개정안'을 의원입법 방식으로 발의했다. 올해 국정감사 이후 정기국회 본회의 처리에 힘쓰는 모양새다.
◇창업기획자 포기 운용사 사례 이어져, '고유계정 부담·LP 이해 상충'
올해 들어 창업기획자 면허를 자진 반납하는 벤처캐피탈의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인라이트벤처스 △대교인베스트먼트 △케이런벤처스 등이 대표적이다. 업력 3년 이내 기업(초기창업자)을 지원하는 금액의 비율을 규정한 벤처투자법을 이행키 어려워 자격을 포기했다.
벤처캐피탈이 창업기획자 자격을 따는 데는 팁스(TIPS) 운영권을 얻으려는 목적이 녹아들었다. 팁스는 민간과 정부가 의기투합해 신생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민간 투자사에서 1억~2억원을 집행하면 정부가 △R&D △사업화 △해외 마케팅 등의 용도에 맞춰 최대 7억원을 후속 지원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팁스 운영사 지원 요건으로 창업기획자 면허를 내걸었다. 팁스 프로그램이 극초기기업의 성장을 돕는 데 주안점을 뒀기 때문이다. 투자와 보육 업무를 전담하는 창업기획자가 사업의 실행 주체가 돼야 한다는 취지를 반영했다.
창업기획자 자격을 갖춘 벤처캐피탈들의 발목을 잡는 건 벤처투자법 제26조다. 초기창업자를 타깃으로 의무 투자하는 비중을 명시한 조항이다. 창업기획자가 등록 후 3년 안에 전체 투자액의 40~50%를 초기창업자에 집행해야 한다. 액셀러레이터 계정으로 조성한 벤처펀드, 자본금(고유계정)의 재원을 바탕으로 비율을 산정한다.
투자업계는 벤처캐피탈의 현실을 감안하면 법 조항을 그대로 이행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편다. 현행 조항을 따르면 본계정 투자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다, 투자 비율의 숫자를 맞추는 데 급급하면 자칫 펀드 출자자(LP)의 이해관계와 부딪칠 수밖에 없어서다.
모험자본 운용사 대표 A씨는 "벤처조합을 원활하게 운용해왔는데 갑자기 액셀러레이터 전용 펀드를 조성하고 고유계정 투자를 늘리면 재원 집행의 비효율로 이어진다"며 "대부분의 LP들이 출자금에 대한 수익 창출의 관점에서 벤처조합 운용에 집중하는 걸 선호하는데, 고유계정 투자에 주력하게 되면 당연히 LP들의 반발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초기창업자 의무투자비율 유지 불가피, '팁스 참여 제한 해소' 초점
당국은 초기창업자 의무 투자 비율을 조정하는 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창업기획자의 본질적 역할을 감안하면 설립 3년 이내 기업을 둘러싼 투자를 일정 부분 강제하는 건 불가피하다"며 "창업기획자를 겸영하는 주체에 대해서만 투자 의무 비율을 예외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벤처캐피탈업계에서는 벤처투자법 개정이 여의치 않은 만큼, 팁스 사업의 근거 규정이 담긴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제19조의8은 민관 공동 창업자 발굴·육성 사업을 시행하는 주체로 창업기획자를 명시했다.
투자사 대표 B씨는 "모험자본 투자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추세로 미뤄보면, 팁스의 운영 단위를 굳이 창업기획자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며 "일반적인 벤처캐피탈도 민관협력형 투자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운영할 기회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팁스 사업의 참여 주체를 창업기획자에 국한하지 않고 폭넓게 열어두는 방향으로 투자사들의 활로를 열어주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의원입법 방식으로 발의된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전부개정안'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법안이 국회 상임위에 계류돼 있는 만큼, 올해 안에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개정안은 제19조의8을 없앤 대신 29조를 신설했다. 팁스 사업을 포함한 '민관협력형 신산업·기술창업기업의 발굴·육성' 사업의 실행 주체를 특정 단위로 제한하지 않았다. 창업기획자를 넘어 △벤처캐피탈 △대기업 △중견기업 등 다양한 회사에서 신생기업을 지원하는 민관 투자 프로그램의 운영권을 확보할 길을 트는 셈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인베스트
-
- 수출입은행, 상반기 출자사업에 14곳 출사표
- 쿼터백운용, 일임비즈니스 방향전환 "퇴직연금 집중"
- 세번째 'VOYAGE' 론칭 보고펀드, '흥행예감'
- [배당ETF 돋보기]미래에셋 미국배당+7%, 커버드콜 대장주 인기 꾸준
- [VC 투자기업]올릭스, 탈모·비만치료제 성과 톡톡…기술 수출 확대
- [VC 투자기업]테이크원컴퍼니, 애니메이션사 인수…시너지 기대
- [비상하는 K-우주항공 스타트업]페리지 ‘3000억 밸류’ 예측…적자 개선 과제
- [비상하는 K-우주항공 스타트업]'프리IPO 순항' 나라스페이스, 밸류업 핵심은 '볼륨 업'
- AC업계, 한 목소리 낸다…AC·초기투자협회 '통합' 임박
- 케이알벤처스, 심사역 채용 '지지부진'…펀드운용 차질
박동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Board Index/카카오]SM엔터·카뱅 이사회 공시, 결정적 차이는 '반대사유 공개'
- [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갚고 또 갚고' GS E&R, 재무건전성 강화전략 지속
- [Board Index/카카오]페이·게임즈·SM엔터, 사추위에 '전원 사외이사' 배치
- [Board Index/카카오]'대표·의장 따로' 상장계열사 10곳 중 4곳
- [Board Index/카카오]'쇄신'과 마주한 이사회, 인적구성부터 바꿨다
- [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HD현대오일뱅크 차입기조 관통하는 키워드 '장기'
- [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LS전선]'출범 10년차' LS에코에너지, 동남아시장 개척 첨병
- [유동성 풍향계]최대현금 쌓은 GS글로벌, 비결은 '운전자본 제어'
- [기업집단 톺아보기]SNT저축은행, 자산건전성에 '경고등' 켜졌다
- [기업집단 톺아보기]SNT에너지, 16년만의 '무상증자' 결정한 배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