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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나생명, 매각가 '대박' 핵심은 '부채 구조' IFRS17 도입 이후 자본부담 현저히 낮아, TM 영업·종신형 상품 미판매 득

이은솔 기자공개 2021-10-21 08:05:23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0일 15:1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이나생명보험이 직원들의 동요도 진정시키며 매각의 마무리 수순에 돌입했다. 특히 이번 거래를 두고 보험업계의 관심은 예상 가격의 두 세배를 훌쩍 뛰어넘은 매각가에 쏠리고 있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배경에는 라이나생명의 특징이자 장점인 '부채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이나생명보험은 매각으로 인한 직원들의 위로금 지급에 최근 합의를 이뤘다. 라이나생명 직원협의회가 요구한 고용승계 등은 향후 대주주 변경 과정에서 처브그룹 측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내달 처브그룹 회장이 한국을 직접 찾아 매각 후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나생명의 모회사인 미국 시그나그룹은 지난 8일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터키의 생명·상해보험 등의 사업을 처브에 57억7000만달러(약 6조8500억원)에 넘기기로 합의했다. 전체 가치 중 국내 라이나생명의 가치가 사실상 대부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라이나생명은 대표적인 '알짜 매물'로 꼽혔다. 규모는 작지만 매년 3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 기준으로는 업계 10위권에도 들지 않지만 당기순이익으로는 업계 3위를 차지했다.

다만 이런 점을 감안해도 라이나생명이 인정받은 밸류에이션은 그동안 국내에서 거래가 이뤄진 다른 보험사의 사례를 감안할 때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한 차례 매각설이 제기됐을 때 업계에서 거론된 몸값은 2조원에서 3조원이었다. 이번에 인정받은 밸류는 5조원에서 6원으로 당초 예상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업계에서는 라이나생명이 높은 밸류를 인정받은 배경으로 '낮은 자본부담'을 꼽는다. 국내 보험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2023년 도입이 확정된 새국제회계기준(IFRS17)이다. IFRS17이 도입되면 현재 원가로 평가하고 있는 보험부채를 모두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

이는 보험사들에 엄청난 부담이다. 특히 확정금리형 종신보험을 대규모로 판매한 대형 생보사들에 치명적이다. 가령 과거 금리가 높았던 시절 대형 생보사들은 6% 이상의 예정이율로 장기 종신보험 상품을 판매해왔다. 가령 한 달에 10만원씩 30년 동안 보험료를 내면 사망시 보험금을 지급하고, 아플 때 특약을 통해 의료비 보장을 제공하는 형태다,

그런데 금리가 하락하고 의료기술의 확대와 실비보험 지급 대상의 증가로 의료비 규모가 매우 커졌다. 보험사 역시 수입보험료 대비 보험금 지출이 커졌고 부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심지어 판매를 증진하기 위해 갱신을 해도 보험료가 오르지 않는 비갱신형 상품을 많이 팔아온 것도 부담으로 돌아왔다. 의료비 증가로 손해율이 높아지면 갱신 시점에서 이에 맞춰 보험료를 올려 손해율을 조정해야 하는데, 비갱신형 상품은 처음 가입한 보험료에서 가격을 더 올릴 수 없어 부채 부담을 줄일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라이나생명은 이런 자본부담이 현저하게 낮다. 텔레마케팅(TM) 채널 중심의 판매 전략을 펴 왔기 때문이다. TM 영업은 대면이 아닌 전화로 영업을 하기 때문에 보험료가 비싸고 기간이 긴 종신보험 상품은 사실상 거의 취급하지 않았다.

대신 상품구조가 간단한 치아보험, 암보험, 치매보험 등을 주로 판매해왔다. 대부분의 상품이 갱신형으로 판매돼 사차익이 줄어들 위험도 적다. 만기 시점에서 손해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 보험료를 올리면 된다.

결과적으로 라이나생명은 IFRS17이 도입돼도 추가적으로 자본금을 부어야하는 부담이 거의 없다. IFRS17 도입에 보험사들이 긴장하는 건 부채 규모를 다시 계산하면서 수조원대의 자본확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보유 자산보다 적은 금액으로 매각되고, 새 제도 도입 전 외국계 기업들이 엑시트를 시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라이나생명의 책임준비금 적립 현황을 살펴보면 지금도 타사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라이나생명의 책임준비금 적립액은 3조원이다. 책임준비금은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향후 보험금과 환급금 등을 지급하기 위해 적립한 금액이다. 현재 적립한 금액은 상품을 판매한 시점에 계산한 금액이고 IFRS17이 도입되면 예상 손실을 현시점에 반영해 더 많은 책임준비금을 쌓아야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 생명보험사 M&A에서는 당장의 가격도 중요하지만 IFRS17이 도입되면 얼마나 자본을 더 부어야 하는지가 훨씬 중요하다"며 "그런데 라이나생명은 추가 자본부담이 현저하게 낮다는 점에서 타 생보사보다 훨씬 유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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