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0월 22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다수 기업은 연말에 정기인사를 발표하고 다음해 1분기 동안 경영전략을 수립한다. 그만큼 새해가 시작됐지만 새로운 임직원으로 꾸려진 조직이 준비와 안착 기간을 가지며 대략적으로 3개월의 손실을 본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유통업체가 인사를 앞당기고 있다.”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여러 업체들이 조기인사를 단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기인사를 앞당기면 재편된 조직이 사업전략을 서둘러 세우고 다음 해를 맞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신세계그룹이 10월 초에 정기인사를 발표했다. 2년 전 주요 계열사 ㈜이마트 대표를 외부서 수혈한 강희석 대표로 교체하면서 조기 인사를 단행한 후 줄곧 이러한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안정보다 빠른 변화와 체질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유통공룡 롯데그룹도 지난해와 같이 올해도 11월에 조기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그룹 내부 관계자는 “각 계열사가 사업평가 자료 등을 제출하고 있는데 이같은 속도면 지난해처럼 11월에 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지난해 조기인사 기조에 편승했다. 올해 인사 일정은 예단하기 힘들지만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선제적으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지난해 조기인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제 예년보다 한 달 혹은 두 달 가량을 앞당긴 조기인사가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일부 업체는 아예 경영주기를 1~12월이 아니라 7~6월로 변경하며 시장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경영주기를 3분기부터로 잡으면 연초에 정기인사를 발표하고 하반기부터 경영전략을 수립해 다음해 바로 시장에 적용할 수 있다. 경쟁사보다 ‘더 빨리’ 시장을 선도해나가기 위한 기업 생태주기의 대전환인 셈이다.
마치 봄·여름·가을·겨울 순으로 사계절을 지내다 가을·겨울·봄·여름으로 주기가 변화하는 것과 같다. 생태주기의 변화에 유기체들이 적응해나가듯 기업들도 환경에 맞춰 진화를 이뤄내야 할 때다.
진화된 유통시장의 모습은 어떨까. 철학자 H.베르그송은 저서 ‘창조적 진화’를 통해 단순한 물질적 결합의 기계적인 질서에 의해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예견 불가능한 힘인 생명의 약진(élan vital)에 의해 창조적으로 진화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하나의 생명체라면 그 안에 담겨진 충동, 욕망의 약진이 예측하기 힘든 진화를 이뤄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물론 그 진화의 방향은 ‘생존’과 연결 지을 수 있다.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는 그렇게 유통공룡의 창조적 진화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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