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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증권, 지지부진한 자본확충…여전히 '신중모드' [틈새 노리는 강소 증권사]③5년간 자기자본 400억 증가…M&A 통한 몸집 키우기도 어려움

최석철 기자공개 2021-11-22 08:03:58

[편집자주]

국내 증권사 지형이 초대형사를 중심으로 재편된지 오래다. 신생 증권사나 소형사는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색다른 비즈니스모델을 제시하며 도전장을 던지는 증권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숨 막히는 생존 경쟁 속에서 적은 자본으로도 자신만의 특화 영역·서비스를 구축해가며 강소 증권사를 목표로 걸어가고 있다. 신생·소형 증권사의 경쟁력을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6일 15: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2016년 대주주 변경 이후 자기자본을 5000억원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원활한 영업을 위해 중형사 이상으로 몸집을 불리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지난 수년간 중소형 증권사 인수합병(M&A)에 단골손님으로 이름을 올렸다. IPO를 위한 사전 준비도 진행했다. 하지만 이렇다할 결실을 맺지 못하면서 수년간 자기자본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눈에 띄는 증권사 매물이 없는 만큼 케이프투자증권의 자본확충 방안으로 인수합병보다는 IPO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현재 모회사 케이프의 경영권 분쟁이 진행되고 있는 데다 공모시장에서 증권업이 저평가된 섹터라는 점이 고민거리다. LP에 대한 원금 상환도 끝난 만큼 급박하게 IPO를 노릴 이유도 사라졌다.

◇중소형 증권사 인수합병 줄줄이 무산...중장기적 자본적정성 관리 필요성 확대

케이프투자증권으로선 신속한 의사결정과 높은 수준의 ROE(자기자본이익률)를 생각하면 막대한 자본 확충은 필요없다. 다만 자기자본이 풍부해야 부동산PF, M&A 등 고수익 IB사업에서 투자기회를 잡을 수 있다. 임태순 케이프투자증권 대표이사 역시 자기자본 확충에 대한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케이프투자증권이 중소형 증권사 인수합병(M&A)에 단골 손님으로 등장한 이유다. 2016년 하이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인수를 추진했었지만 모두 무산됐다. 현재 하이투자증권은 DGB금융지주 품에 안겼고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여전히 잠재매물로 남아있다.

2017년 SK증권 인수전에선 케이프투자증권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완주하지 못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에서 인수구조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인수구조상 케이프투자증권이 모회사인 케이프에 대해 일종의 대주주 신용공여를 해주게 된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내부적인 의지와 달리 자본확충 속도는 더뎌졌다. 케이프투자증권의 올해 6월말 자기자본 규모는 2441억원이다. 케이프에 인수된 직후인 2016년 말 자기자본 규모는 2032억원으로 5년간 자기자본이 불과 약 4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형 증권사는 물론 중소형 증권사 대다수가 고수익의 위험 투자를 확대하면서 그에 발맞춰 자본확충에 적극 나섰던 것과 상반된 행보다.

한동안 수익성이 악화됐던 데다 케이프가 케이프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유치한 LP에 대한 배당으로 현금흐름이 다소 부진하게 나타났다. 케이프투자증권의 최근 3년간 평균 배당성향은 약 48%로 상당히 높게 유지됐다.

사업 확장 과정에서 위험인수가 늘어나면서 자본적정성 지표는 다소 저하됐다. 2021년 6월 기준 순자본비율(NCR)은 229.8%로 2016년말(263.61%) 대비 하락했다. 영업용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뺀 잉여자본 역시 낮은 수준인 10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연말로 접어드는 만큼 추가 관리에 나서겠지만 중장기적인 자본확충이나 위험 감축을 통한 자본적정성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실적 회복세 바탕 IPO 재추진 가능성...증권업 저평가 '걸림돌'

매물로 나온 증권사가 없는 데다 대주주간 경영권 분쟁 불씨가 남은 상황에서 당분간 인수합병 카드를 빼들기엔 자의반 타의반으로 어렵다.

현재로선 모회사의 지원 역시 기대하기는 어렵다. 모회사인 케이프를 둘러싸고 임태순 케이프투자증권 대표이사와 김광호 KHI 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진행되고 있다. 자회사 증자에 신경쓸 여력이 없다. 케이프투자증권을 인수할 당시 인수대금의 절반가량을 인수금융에 기대야했던 케이프의 자체 현금여력도 그리 넉넉하지 않다.

시장에서 케이프투자증권의 IPO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실제로 케이프투자증권은 중소형 증권사 인수와 별개로 IPO를 자본확충 방안으로 검토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 2018년 하나금융투자와 상장 주관계약을 맺었으나 그 이후 후속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상장에 유리한 시점이 왔을 때 바로 상장할 수 있도록 충분히 준비해두었다는 입장이다. 올해 들어 케이프투자증권이 완연한 실적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까지 순이익 159억원을 올리며 역대급 실적을 향해 가고 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158억원)을 반기만에 달성한 성과다.

다만 내부적인 교통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거래소와 금감원 등의 문턱을 넘기 위해선 모회사인 케이프의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될 필요성이 크다. 대주주 적격성이 IPO 심사 문턱을 넘기 위한 필수 요인은 아니지만 투자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불가피하다.

아울러 국내 증시에서 증권사의 PBR이 1.0배를 넘지 못한 채 저평가되고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0.5배 수준이다. 현재 케이프투자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라면 2016년 인수 당시 평가된 기업가치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급박하게 IPO를 서두를 이유도 없다. 자본적정성 지표가 저하되는 추세지만 당장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니다. 기한을 두고 IPO를 추진해야할 외부 요인도 사라졌다. 올해 6월 케이프가 케이프투자증권(당시 LIG투자증권)을 인수할 당시 참여한 LP는 케이프측으로부터 원금을 모두 상환 받았다.

케이프투자증권 관계자는 “자본확충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며 “IPO 역시 방안 중 하나일 뿐 인수합병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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