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피플&오피니언

정은보 '시장 친화책'이 부적절하다고? [thebell desk]

김장환 금융부장공개 2021-11-22 07:37:13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9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8월 발탁됐을 때 시장에선 의아한 시선도 있었다. 더 요직으로 갈만한 인사로 여겨졌는데 '차관급'인 금감원장을 선뜻 받아들인 게 의문을 낳았다. 같은 차관급인 금융위 부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통상 차관급 다음은 '장관급'으로 가는 게 수순인데 수평 이동을 했다.

의아함의 배경엔 빼어난 '스팩'도 있다. 정 원장은 1985년 행정고시 28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무부(기획재정부)에서 잔뼈가 굵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부터 박근혜, 현 문재인 정권까지 금융당국의 각종 요직마다 하마평에 꾸준히 올랐다. 민주당 쪽 네트워크도 상당했고 국민의힘이 여당일 때도 '잘 나가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금감원장에 온 건 일종의 '희생'이었다는 게 정설이다. 같은 시기 양대 금융당국 수장으로 오른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정 원장과 행시 동기다. 금융위는 금감원 상급기관인데다 고 위원장은 장관급, 정 원장은 차관급으로 입지가 갈렸다. 정권 말 금감원장에 오겠다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던 정부의 구애 때문에 지금의 자리에 왔다고 한다.

3개월이 지난 지금, 정 원장 발탁은 성공적인 인사였다는 평이 많다. 금감원 내부나 금융권이나 크게 반길만한 변화를 많이 주고 있다. 취임부터 금융권에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며 시장 친화적 메시지를 다수 던졌고 이를 실천 중이다. 금융권 종합검사를 폐지하려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금융감독 체제는 징계보다 컨설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도다.

그런데 일부에선 비판도 난데없이 나온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집중 포화를 퍼붓고 있다. 정 원장도 부담이 큰 지 종합검사 폐지를 머뭇거리는 모양새다. 참여연대는 최근 '정은보 원장은 금융감독기구 역할을 자각해야 한다'는 제하의 논평을 냈다. 내용은 사실 별 게 없다. 종합검사 폐지 움직임을 두고서는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같은 말을 장황하게 되뇌이는 정도다.

눈에 띄는 점이 하나 있다. 종합검사는 바로 이 단체에서 활약했던 윤석헌 전 원장이 부활시킨 제도란 점이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진웅섭 전 금감원장 양대 수장으로 금융당국이 꾸려져 있던 2015년, 당국은 종합검사를 없애고 경영실태평가 집중 방식으로 체제를 개선했다.

제재보다 컨설팅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의도였다. 2018년 금감원에 온 윤 전 원장은 난데없이 종합검사를 되살렸다. 금융사 건전성을 강제적으로 유인하는 기구가 돼야 한다고 이유를 댔다. 당시 참여연대는 '찬사'를 쏟아냈다. 사실 윤 전 원장이 내놓은 각종 정책을 두고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던 곳이다.

현장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금융권은 그야말로 구태(舊態)의 회귀로 여겼다. 특히 종합검사를 '말을 듣게 하는 수단'처럼 내세워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윤 전 원장 시절 금감원은 법원에서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키코' 손실을 배상하라고 은행들을 압박했다. 또 각종 펀드 손실 사태를 두고 그동안 없었던 근거를 끌어와 CEO 징계를 쏟아냈다. 이 과정에 종합검사란 '칼'을 내밀었다. 금융위마저 우려를 표했지만 금감원은 대화를 단절했다. 위 아래 기구의 손발이 전혀 맞지 않던 요상한 시절이다.

이런 와중에 등장한 정 원장이 보여준 시장 친화적 제스처는 3년 동안 지친 금융권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행보로 비춰진다. 전임 원장 시절 금감원의 징계 처분에 금융사가 잇따라 법정 소송까지 나선 초유의 사태는 왜 발생했을까. 당근도 없이 숨 쉴 틈 없이 때린 채찍질 때문이다. 금융권도 소비자도, 사회도 지치게만 했을 뿐이다. 이런 시점에 내놓은 정 원장의 시장 친화책이 정말 부적절한가. 오히려 바른 길로 돌아왔다고 본다. 정 원장의 소신있는 행보를 응원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