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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이낸스 3.0 리뉴얼]"우리은행의 유럽 금융벨트 더 넓어진다"④조재찬 유럽우리은행 법인장

김현정 기자공개 2021-11-23 07:34:08

[편집자주]

금융사의 해외사업은 단순 본점지원 성격의 1.0, 현지화에 집중했던 2.0을 넘어 투자금융(IB)에 주력하는 3.0 시기를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만난 '코로나19' 사태로 경험하지 못한 환경이 시작됐다. 금융사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언택트' 업무 정착에 주력했다. 올해는 이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리뉴얼'에 힘을 쏟은 시기다. 글로벌 각지에 진출한 금융사들은 1년 동안 어떤 변화를 맞이했는지, 또 어떤 전략을 준비 중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9일 14: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럽우리은행은 2018년 11월 설립된 신생법인이지만 자산을 빠른 속도로 늘리며 탄탄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초기 법인을 세팅할 때부터 현지화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했고 기본적으로 투자금융(IB)과 기업금융 역량이 뛰어나다는 점이 동력으로 작용했다.

유럽 지역 내 성장성이 확인된 만큼 소속 거점도 확대해 금융벨트를 넓혀갈 계획이다. 동유럽에 진출한 한국계 지상사들과 유럽 전역에 깔린 IB딜을 더욱 많이 끌어오겠다는 포부다.

더벨은 조재찬 유럽우리은행 법인장(사진)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우리은행이 현지에서 그리는 청사진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특수선박·항공기·구조화금융 '자신'...증자로 날개달았다

조 법인장은 유럽우리은행 기틀 마련의 특명을 안고 2019년 9월 부임했다. 그는 시중은행들이 막 IB사업에 눈을 뜰 무렵인 2003년 투자금융부에서 실무자로 일하며 실력을 쌓은 인물이다. 당시 역량을 인정받은 조 법인장은 2006년 홍콩우리투자은행 개설 멤버로 발탁된다.

조 법인장을 포함한 4명의 개설 멤버들이 당시 맨땅에서 기반을 닦았다. 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마켓에서 다양한 신디케이티드론, 선박금융, 구조화금융을 세팅했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고 홍콩 시장에서 론 마켓이 위축되자 본드 마켓으로의 방향 전환을 제안한 사람이 바로 조 법인장이었다. 당시 그가 마련한 FRN 발행 주선 사업은 현재도 홍콩우리투자은행의 주된 수익원이 되고 있다.

조 법인장은 과거 법인 개설 경험을 되살려 유럽우리은행의 비즈니스 모델과 제도를 구축했다. 아직 신생법인임에도 불구하고 유럽우리은행의 IB영업과 기업금융 실력은 상당한 수준이라는 평을 받는다.

IB사업 중 선박·항공기금융, 구조화금융은 유럽우리은행의 주력이다. 기업금융 강자 우리은행이 과거 한진해운 등 선박회사들을 많이 취급해왔기에 직원들의 역량이 전체적으로 뛰어나다. 해양대학교·해운회사 출신의 IB 인력도 보유하고 있다.

조 법인장은 “유럽우리은행은 어려운 딜로 꼽히는 액화천연가스(LNG)선이나 휘발성 유기 화합물 복원설비(VOC RS) 탱커 등 특수선박을 위주로 취급한다”며 “일단 이런 딜을 볼 수 있는 은행이 유럽에서 흔치 않고 복잡한 딜일수록 경기를 안타고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우리은행에서 수혈한 5000만유로(한화 약 689억원) 규모의 자본금 증자로 추후 IB사업의 확장성도 기대되고 있다. 이달 말 자본금 인정에 대한 승인이 나오면 '동일 기업에 대한 대출 규모'가 기존 1000만달러에서 2000만달러로 확대될 예정이다. 더 큰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것이다.

조 법인장은 “현재 부동산, 항공기, LNG선박 등 실물자산담보 제공가능 딜 뿐 아니라 도로, 신재생에너지, 데이터센터, 광통신 등 향후 성장성이 유망한 프로젝트에도 두루 참여하며 딜 레코드를 쌓고 있다”며 “그동안 규모 한계로 시장참여로만 들어간 부분이 있는데 역할을 더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헝가리-네덜란드-아일랜드' 유럽 거점 늘린다

조 법인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럽 내 추가 네트워크 확보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했다. 국가 이동 제한으로 길이 막히니 영업 확대도 마음만큼 수월치 않았던 것이다.

가장 난항을 빚었던 건 한국계 지상사 영업이었다. 독일에 터를 잡은 한국 지상사 법인들은 자동차 완성차업체 등의 마케팅이나 세일즈 인력들이 대부분이다. 자금을 움직이는 키맨들이 독일에는 없다는 뜻이다.

반면 돈이 있어야 굴러가는 공장이나 생산시설은 대부분 헝가리나 네덜란드, 폴란드에 있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이 대표적으로 헝가리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두고 있다. LG화학은 폴란드에 유럽법인이 있다. 회사의 재무인력들이 독일이 아닌 이들 나라에 집결해있는 까닭이다.

이에 따라 유럽우리은행은 폴란드 카토비체 사무소에 이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도 사무소를 준비 중이다. 이달 내 승인이 기대되고 있다. 내년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동일 모델의 사무소를 계획하고 있다. 이들 모두 한국계 지상사 영업이 타깃이다.

이 밖에 IB사업 확장용 사무소도 점찍어놓았다. 지역은 아일랜드 더블린이다. 아일랜드 더블린은 대표적인 텍스헤븐(조세회피처·Tax heaven) 지역으로 꼽힌다. 이곳엔 페이퍼컴퍼니(SPC)들도 굉장히 많고 그에 따라 로펌과 회계법인들도 잔뜩 들어서있다. 현장에 사무소를 배치해 놓으면 IB딜과 파생딜에 대한 정보가 무궁무진할 것이란 설명이다.

조 법인장은 유럽 내 사무소들의 효과성이 입증되면 일부를 지점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처음에 사무소 인가를 받는 게 어렵지,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쉽다. 특히 유럽우리은행이 독일에 있어 'EU지역 동일인 원칙'을 적용받기 때문에 소속 사무소 및 지점 인가가 원활한 측면도 있다.

그는 "유럽 내 사무소들을 우리은행 소속이 아니라 유럽우리은행 소속으로 한 이유도 EU지역 동일인 원칙의 이점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며 "지점은 비용문제가 개입되기 때문에 더 신중해야 하며 사업성이 보이면 서브브랜치를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내 유럽우리은행 위치(=출처 구글지도)

◇테이퍼링 본격화, 반도체 공급...내년엔 더 좋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돌입하면서 유럽중앙은행(ECB)도 예상보다 빨리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7년 간 유지되던 유럽의 마이너스 금리 시대도 저물어가는 분위기다.

조 법인장은 거시환경 변화로 2022년 유럽에서의 은행업이 올해나 작년보다 좋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테이퍼링 이후 급격한 금리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낮아 2013년 테이퍼링 때와 같은 상황은 재현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는 긍정적인 부분이다. 시장에 큰 충격이 없는 가운데 금리가 높아지면서 장기 자금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다.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 세계 물가가 높고 금리가 상승하려는 모양새라 기업들이 지금이 장기 자금 조달의 적기로 보고 있다”며 “현재 독일 내 글로벌 기업들이 5년, 7년짜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일들이 많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내년 반도체 공급 물량 과잉 전망도 유럽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요소다. 올해는 반도체 수급 불안정 때문에 자동차 생산량이 주춤했는데 내년엔 유럽 내 많은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을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조 법인장은 “지난 2년간 자동차 업종이 조금 힘들었지만 내년부터는 이 시장이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며 “유럽우리은행도 여러 업체들의 생산공장 쪽과 연결돼있는데 자금 수요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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