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증권, 토종 PBS 사상 첫 10조 '1위 도약' [인사이드 헤지펀드]주식형 펀드 중심 계약고 급증…볼륨 확대 이어 수수료 실속까지
양정우 기자공개 2021-11-24 09:04:33
이 기사는 2021년 11월 22일 15: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투자증권의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 계약고가 사상 최초로 10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한국형 헤지펀드가 첫 선을 보인 이래 처음으로 10조원 대 고지에 오른 증권사가 나왔다.국내 PBS 시장의 점유율 역시 기존 선두 사업자를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애당초 덩치가 큰 채권형 펀드로 볼륨만 키운 게 아니라 알짜 주식형 펀드와 신생 하우스 상품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실속까지 챙긴 것으로 평가 받는다.
◇NH증권, 첫 계약고 10조 고지…헤지펀드 성장 일로, 기록 갱신 무게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증권은 최근 내부 집계 결과 PBS 전체 설정액이 총 10조원을 돌파했다. 전체 계약고 10조원을 넘어선 건 국내 증권사를 통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말 기준 6조원 안팎이었으나 설정액이 드라마틱하게 늘어났다.
NH증권은 근래 PBS 시장의 강자는 아니다.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잇따라 환매 중단 사고를 터뜨리기 전까지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선두 다툼을 벌였다. 하지만 그 뒤 하우스마다 내부 사정으로 PBS 사업에 방어적 스탠스를 취하면서 순위 변동이 이어졌다.
최근까지 1위 자리를 꿰찼던 건 KB증권이다. PBS 시장에서 만년 중위권에 머물다가 지난해 들어 단숨에 선두로 부상했다.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효자 노릇을 한 건 단연 레포펀드(Repo)다. 채권형 펀드의 강자인 교보증권 인하우스 헤지펀드가 운용하는 레포펀드를 단번에 10개 이상 수임해 선두로 등극하는 성과를 냈다.
올 들어 KB증권을 다시 제친 게 바로 NH증권이다. 상위 증권사마다 계약고 7조~8조원 대에서 팽팽한 경쟁을 벌였으나 이제 10조원 규모로 선두 입지를 확고하게 구축했다. 향후에도 공격적 영업을 이어갈 방침이어서 시장 점유율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신한금융투자처럼 환매 중단 사태 후 아예 PBS 사업에서 손떼려는 증권사도 나오고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은 과거 전성기 시절 규모인 35조원 대를 넘어선 건 물론 매분기 사상 최대치를 돌파하고 있다. 국내 증시가 주춤한 사이 매달 수천억원 대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NH증권의 PBS 계약고가 앞으로도 신기록을 갱신해 나갈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주식형 펀드 영업 초점 '실속 챙기기'…PBS 시장 지각 변동 예고
NH증권의 선전이 더 눈길을 끄는 건 신규 수임한 헤지펀드와 운용사의 면면 때문이다. 레포펀드를 비롯한 채권형 펀드는 단일 펀드의 규모가 1000억원 대 안팎이어서 PBS 볼륨을 키우는 데 효자 노릇을 한다. 하지만 NH증권의 경우 주식형 펀드를 비롯한 각양각색 펀드를 포섭하고 있다.
지난 한달 간 NH증권 PBS에서 새롭게 결성한 헤지펀드 설정액은 약 5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채권형 펀드의 비중은 46% 안팎에 불과했다. 나머지 2700억원 가량은 모두 50억~300억원 대 펀드를 새로운 고객으로 맞이한 덕분이다. 공모 운용사(KB자산운용 등)뿐 아니라 중견 운용사(씨스퀘어자산운용 등), 신생 운용사(르네상스자산운용 등) 등이 잇따라 펀드를 설정했다.
이런 영업 전략은 무엇보다 실속을 챙기는 데 유리하다. 레포펀드 등 채권형 펀드는 국내 헤지펀드 시장에서 PBS 수수료가 가장 박하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환매 중단 사태가 불거지기 전까지 0.5bp(0.005%)에 불과하거나 거의 받지 않는 수준에 불과했다. 최근 신규 펀드의 수탁이 어려운 탓에 수수료가 상승했으나 여전히 주식형 펀드에 못 미친다.
헤지펀드의 PBS 수수료는 펀드 스타일과 운용사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통상적으로는 환매 중단 사태 전까지 4~8bp 안팎이었다. 채권형 펀드와 비교하면 수수료율의 격차가 매우 크다. 운용사가 PBS에서 제공 받는 서비스의 난이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효율 극대화를 추구하는 증권사의 경우 채권형 펀드를 선호하지 않기도 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NH증권이 PBS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건 내년 수탁업 진출과 방향성이 같다"며 "헤지펀드 시장의 성장 여력을 눈여겨 보면서 업계 강자의 지위를 다지려는 포석"이라고 말했다.
PBS는 국내 증권사가 헤지펀드 운용사에 제공하는 종합 서비스 사업이다. △증권대여 또는 중개, 주선, 대리 △증권과 관련한 금전 융자(신용공여) △투자자산의 보관 관리 및 수탁 △지원을 위하여 시행령에서 정하는 사항(청약 및 주문집행, 매매에 따른 취득 및 처분, 파생상품 매매 중개, RP매매 중개, 펀드 판매, 자문업무 등)이 주요 업무다.
국내 PBS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는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이다. 국내에서는 자본금 3조원 이상의 증권사를 상대로 PBS 사업자의 지위를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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