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쏠림 심화…가전·휴대폰은 위축 [CAPEX 톺아보기]①6년 만에 51%→90%, DX부문 4% 남짓…경쟁력 확보 위해 필연적
원충희 기자공개 2021-12-20 15:07:36
[편집자주]
기업은 미래의 이윤 창출과 가치 취득을 위해 끊임없이 투자한다. 시설과 장비를 구입하고 사업 인프라를 구축하며 생산능력을 확대하는데 막대한 자금을 쓴다. 이를 위해 유·무형자산 취득에 들인 돈이 '자본적지출(CAPEX)'이다. CAPEX를 분석하면 회사의 미래 사업방향과 성장 가능성을 예측해 볼 수 있다. 더벨은 기업의 CAPEX 분석을 통해 이들이 지난 온 길과 나아갈 방향을 가늠해 봤다.
이 기사는 2021년 12월 15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의 시설투자액 가운데 반도체 비중이 90%에 육박하고 있다. 디스플레이까지 합친 DS(Device Solution)부문의 생산라인 신설·유지·보수에 대부분의 돈이 들어가고 있다. 반면 가전과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DX(Device eXperience, 세트)부문은 한때 시설투자 규모가 전체의 20%를 넘었으나 지금은 4%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삼성전자는 국내 최대 제조기업답게 자본적지출(CAPEX) 규모가 매년 수십조원에 이른다. 설비구매와 보수, 시설투자 등에 들인 지출을 뜻하는 CAPEX는 지난해 40조원, 올 3분기 말에는 36조원에 달하고 있다. 올해도 40조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영업을 통해 순유입되는 현금규모(영업활동현금흐름)가 매년 60조원을 웃돌고 있는데다 순현금(현금성자산-총차입금)이 100조원대 수준인 만큼 40조원 이상의 CAPEX가 무리한 수준은 아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장치산업 특성상 생산능력 확대와 기술 및 제조공정 변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 정도 CAPEX 집행은 필연적이다.
삼성전자의 지난 6~7년간 CAPEX 추이를 보면 반도체 집중도가 높아지고 있다. 2015년에는 전체 시설투자액의 57.7%(14조7229억원), 2016년에는 51.6%(13조1513억원)가 반도체로 절반가량이었다. 그러다 2018년 80%를 넘더니 지난해에는 85.4%(32조8915억원)까지 뛰어올랐다. 올 3분기 말 기준으로는 89.5%로 9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반도체 시설투자액도 29조9900억원으로 전년처럼 30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여기에 디스플레이까지 합치면 DS부문이 95.7%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그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을 담당하는 DS와 소비자가전(CE), 휴대폰 및 IT네트워크(IM) 등 3개의 사업부문을 나눠서 운영해 왔다. 그러던 중 올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CE와 IM을 세트부문으로 통합하고 명칭을 DX로 고쳤다. 부품사업(DS)과 완제품(DX)으로 사업부문 이원화 체제를 완성했다.
DX부문의 시설투자 규모는 금액과 비중 모두 감소하는 추세다. 2015년만 해도 23.8%(6조658억원)이었지만 이듬해부터 2조원대로 줄더니 작년과 올해는 1조원대까지 위축됐다. 비중도 4% 남짓한 수준으로 낮아졌다.
DX부문의 실적이 저조해 투자를 줄이는 것은 아니다. 3분기 말 기준 CE부문의 매출 비중은 19.9%(40조4850억원), 영업이익 비중은 7.8%(2조9433억원)다. IM부문은 각각 39.5%(80조3000억원), 29.1%(10조9832억원)이다. 이를 합친 DX부문은 매출 비중이 59.4%, 영업이익 비중으로는 36.9% 수준이다. 반도체(33.6%, 53.9%)보다 이익기여도는 좀 떨어지지만 사업규모는 훨씬 크다.
그럼에도 해마다 CAPEX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는 사업별 특성에 기인하고 있다. DX부문의 가전, 스마트폰은 제조공정상 시설투자가 많이 드는 곳이 아니다. 생산라인을 신규로 만든다 해도 투입되는 돈이 수조원이면 많다고 한다.
이와 달리 반도체는 신규라인 하나 설치하는데 10조~30조원 가량이 든다고 알려졌다. 최근에는 효율을 높이기 위해 라인을 크게 만들고 있는 만큼 고가설비가 더 많이 들어가고 시설투자액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구나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서 글로벌 업체들과 공격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에서도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신규라인 투자를 결정했으며 시스템반도체 강화도 추진 중이다.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상당액이 반도체에 투입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DX부문은 공장하나를 새로 짓는다 해도 시설투자 규모가 반도체에 비하면 적은 수준"라며 "반도체 사업은 경쟁력과 초격차 유지를 위해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만큼 CAPEX가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인더스트리
-
- [대기업 프로스포츠 전술전략]전북현대, '돈방석' 기회 끝내 놓쳤다
- 골프존, 주가 하락에 발목잡혔나…GDR 분할 '무산'
- [Art Price Index]시장가치 못 찾은 퍼포먼스 작품
- 이익률 업계 톱인데 저평가 여전…소통 강화하는 OCI
- 대외 첫 메시지 낸 최창원 의장의 속내는
- KG모빌리티, 라인 하나로 전기차까지
- [이사회 분석]갈 길 바쁜 LS이브이코리아, 사외이사 없이 간다
- [캐시플로 모니터]현금창출력 저하 SK케미칼, 3년째 '순현금' 유지 배경은
- 발전 자회사 관리 맡은 윤병석 SK가스 사장, SKMU 의장 겸직
- [LG화학의 변신]배터리 사업 분할 이후 4년, 뭘 얻었을까
원충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기업집단 톺아보기]해외진출 타진 삼성화재, 영국 투자서 빛 봤다
- [기업집단 톺아보기]삼성생명, K-ICS '시장리스크'로 본 지배구조 부담
- [기업집단 톺아보기]삼성E&A, 수익성 개선…부채비율도 감소
- [기업집단 톺아보기]삼성중공업, 연내 만기 차입금 3조…대체조달능력 부각
- [기업집단 톺아보기]삼성바이오, 소속은 물산…컨트롤은 전자
- [기업집단 톺아보기]이서현 복귀, 총수 손길 닿는 삼성물산
- [기업집단 톺아보기]건설 색채 진해지는 삼성물산
- [기업집단 톺아보기]실적 저하에도 현금 쌓이는 삼성SDS
- [기업집단 톺아보기]삼성전기, 4년 만에 잉여현금흐름 순유출 전환
- 경영진 인센티브의 명암